[열린마당] 흰개미에 대한 오해

2023. 7. 13.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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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서울 강남구의 한 주택에서 외래 흰개미가 발견되어 전국이 떠들썩해졌다.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의 종 동정 결과 마른나무흰개미(가칭)(Cryptotermes domesticus)라는 종으로 판명되었으며, 생태적 특성 및 발생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수년 전 건축 당시 흰개미에 감염된 목재 건축 자재 또는 가구를 통해 유입된 후 그동안 따뜻한 실내에서 생존해 온 것으로 추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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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서울 강남구의 한 주택에서 외래 흰개미가 발견되어 전국이 떠들썩해졌다.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의 종 동정 결과 마른나무흰개미(가칭)(Cryptotermes domesticus)라는 종으로 판명되었으며, 생태적 특성 및 발생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수년 전 건축 당시 흰개미에 감염된 목재 건축 자재 또는 가구를 통해 유입된 후 그동안 따뜻한 실내에서 생존해 온 것으로 추정되었다.

외래 흰개미 발생이 알려진 직후, 환경부, 농림축산검역본부, 문화재청, 산림청, 강남구청, 경상국립대학교 등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범정부 합동 역학조사를 실시하고 해당 종이 발생한 목재 문틀을 모두 철거하고 주변을 방제 처리하는 방식으로 완전히 박멸했다. 이는 각 정부 부처 및 대학의 전문가 등이 총동원돼 외래 해충 발생을 신속하게 차단한 모범 사례로 평가됐다.
안능호 국립생물자원관 생물종다양성연구과 연구사
하지만 흰개미 입장에서는 조금 억울할 것 같다. 흰개미는 물론 목조 주택을 가해하는 해충이지만 자연계에서는 주로 셀룰로오스가 함유된 죽은 나무, 낙엽, 부엽토 혹은 동물 배설물 등을 섭식하며 질소 고정 및 무기물질의 축적, 메탄 생산 등으로 토양 내의 영양 물질 함량을 높이는 등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처럼 흰개미는 해충과 익충의 두 얼굴을 가지고 있지만 곤충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지나친 걱정을 하는 분들이 많다.

흰개미는 사실 개미가 아니다. 개미와 모습과 행동이 많이 닮아 있어 개미류로 오해하는데 개미가 속한 벌목 곤충과는 분류학적으로 거리가 먼 바퀴목에 속한다. 흰개미는 개미나 벌처럼 계급을 가지고 있는 사회성 곤충으로, 개미의 모습이나 행동과 유사한 이유는 오랜 세월 동안 비슷한 환경과 생활 양식을 가져 서로 형태나 기능이 닮도록 진화하는 ‘수렴진화’ 과정을 거친 결과로 해석된다.

흰개미는 생태적 특성에 따라 습한 환경에서 목재를 가해하는 습재흰개미, 건조한 목재를 좋아하는 건재흰개미, 목재와 토양에서 폭넓게 서식이 가능한 지중흰개미로 분류되는데 대부분의 경제적 피해는 지중흰개미에 의해 발생한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발견되는 흰개미(Reticulitermes speratus) 역시 지중흰개미에 속해 한옥이나 목조 문화재 등의 목조주택을 가해하는 해충으로 악명이 높지만 그 외의 흰개미류에서는 국내 피해 사례가 보고되지 않고 있다.

흰개미는 오랫동안 우리와 함께 지내 왔다. 동네 뒷산에 있는 산책로를 걷다가 길옆 울타리로 세워둔 나무 말뚝에서 흰개미 무리를 발견한 적이 있다. 말뚝은 오래되어 반쯤 썩어 있었는데 그 속에 흰개미의 일개미와 날개를 단 유시충들이 우글거리고 있었다.

외국에서 유입되는 종이나 가옥에 해를 끼치는 흰개미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검역 및 방제를 실시해야겠지만 이미 우리나라에 정착하여 야외에 서식하고 있는 흰개미에 대해서는 다른 곤충과 마찬가지로 생태계의 일원임을 인정하는 시각이 필요하지 않을까.

안능호 국립생물자원관 생물종다양성연구과 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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