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호우'에 정전·가스누출 … 시간당 80㎜ 물폭탄
충남·전북 오늘까지 400㎜
서울 쌍문동 전신주 쓰러져
아파트 2123가구 정전 피해
낙뢰로 공항철도 단전사고
열차운행 한때 중단되기도
중부지방에 시간당 최대 80㎜에 달하는 물폭탄이 쏟아지며 수도권 전역에 호우경보가 발효되고 중대본 위기경보가 최고 수준인 심각(3단계)으로 상향됐다. 폭우로 인해 전국 곳곳에서는 정전, 가스 누출, 교통사고 등 각종 피해도 잇따랐다.
기상청은 13일 오후 9시를 기점으로 수도권 전역에 호우 경보를 발효했다. 밤사이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돌풍과 천둥·번개를 동반한 시간당 30~80㎜의 폭우가 내릴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호우경보는 3시간 강우량이 90㎜ 또는 12시간 강우량이 180㎜ 이상 예상될 때 내려진다.
1시간 강수량이 50㎜ 이상이고 3시간 동안 90㎜의 비가 내리거나 1시간에 72㎜ 이상의 비가 내릴 때 기상청은 이를 '극한호우'라고 판단하고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하는데, 14일까지 '극한호우' 수준의 비가 내릴 가능성이 있다.
이날 오후 8시까지 어청도(군산) 102.5㎜, 노원(서울) 97.0㎜, 구리 96.5㎜, 청평(가평) 94.5㎜, 송도(인천) 94.5㎜, 창현(남양주) 94.0㎜, 외연도(보령) 90.0㎜, 남이섬(춘천) 87.0㎜의 비가 내렸다.
기상청은 14일까지 중부지방(강원동해안 제외)·전북·경북북부내륙에 100~250㎜, 충남권·전북에 400㎜ 이상, 경기남부·강원남부·충북·경북북부내륙에 300㎜ 이상의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그간 많은 비로 지반이 약화되는 등 피해가 누적된 상황인 만큼 추가적인 비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해달라"고 당부했다.
단기간에 많은 비를 퍼붓는 이번 장마의 특성상 장마가 시작된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12일까지 전국 평균 누적 강수량은 316.8㎜에 달한다. 이는 가장 비가 많이 내리는 달인 7월 평년(1991~2020년 평균) 강수량 288.5㎜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폭우가 이어지자 행정안전부도 오후 8시 30분을 기해 위기 경보 수준을 '경계'에서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2단계를 3단계로 격상했다. 이에 중대본은 지자체 등 각 기관에 최고단계의 비상근무를 실시하고, 피해 발생 지역은 신속한 응급복구를 위해 군을 포함한 자원을 총동원하라고 지시했다. 또 2차 피해 예방을 위한 조치에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강한 비가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산지·급경사지·산불피해지역 등 붕괴 우려지역과 반지하주택 등 침수우려지역은 사전 주민대피를 철저히 하고, 산간계곡, 하천변, 둔치주차장, 하천진입로 등은 통제하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폭우로 13일 전국 곳곳에서 크고 작은 사고가 이어졌다. 이날 오후 2시 10분께 서울 도봉구 쌍문동에서 전력 공급이 끊기며 인근 아파트 2123가구가 정전 피해를 입었다. 이 가운데 582가구에는 이날 오후 8시까지 약 6시간째 전기가 공급되지 않고 있다. 광주에서는 한 아파트 단지 도시가스 배관에 누수가 발생하면서 가스 공급이 끊겼고, 낙뢰로 인한 단전으로 공항철도 인천 계양역에서 서울역 방향 구간의 열차 운행이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또 도로와 주택이 빗물에 잠기는가 하면 전남 화순군에서는 도로 비탈면 토사가 유실돼 1명이 다치기도 했다.
충북 지역에서는 강한 장맛비로 교통사고도 발생했다. 충북 진천군에서 시내버스가 내리막길에서 빗물에 미끄러져 마주 오던 차를 들이받는 사고로 버스 운전기사를 포함한 승객 5명이 다쳤다. 진천군 중부고속도로 하남 방향 도로에선 1t 트럭이 빗길에 미끄러지면서 트럭 운전자와 사고를 보고 멈춘 차량 운전자 등 모두 3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날 서울·부산·광주·경북 등 5개 시·도에서 38가구 60명이 일시 대피했으며 전국에서 도로는 19곳, 하천변은 165곳이 통제됐다.
[박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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