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정 반대’ 태국 젊은층의 가로막힌 ‘전진’
피타 전진당 대표, 과반 실패하며 차기 총리 선거 결론 못 내
19일 2차 투표…‘미디어주식 보유 논란’ 헌재 판단이 변수
후보 물러날 경우 제2당인 프아타이당이 연정 구성 나설 듯
태국 군정에 반대하며 민주주의 복원을 외친 피타 림짜른랏 전진당(MFP) 대표가 13일 열린 차기 총리 선거에서 과반의 지지를 얻는 데 실패했다. 변화를 바라는 태국 젊은층의 열망을 등에 업고 지난 총선에서 1위를 차지한 피타 대표의 정치 세대교체 돌풍이 기성 정치의 벽에 가로막힌 셈이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열린 제30대 총리 선출 투표에서 피타 대표는 재적 의원 749명 중 324표를 얻어 과반수 확보에 실패했다. 태국은 하원 의원 500명 외에 군정이 임명한 상원 의원 249명이 총리 선출에 참여하며, 총리에 선출되려면 이 중 375명 이상의 표를 얻어야 한다.
피타 총리는 표결에 앞서 동료 의원들에게 국민의 뜻을 존중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이번 투표는 나와 내 정당을 위한 것이 아니라 태국을 정상으로 되돌릴 수 있는 기회를 여는 투표”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투표 결과로 지난 총선에서 일었던 전진당과 피타 대표의 돌풍엔 제동이 걸리게 됐다. 전진당은 왕실모독죄 개정, 징병제 폐지, 동성결혼 허용 등 파격적인 개혁을 표방하는 진보정당이다. 지난 총선 당시 하원에서 151석을 차지해 제1당에 오르는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지난 9년간 통치해온 군부 진영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을 성공적으로 결집해낸 결과였다. 군부 진영인 팔랑쁘라차랏당(PPRP)과 루엄타이쌍찻당(RTSC)은 당시 각각 40석, 36석에 그쳤다.
총선 이후 전진당은 탁신 친나왓 전 총리 계열인 제2당 프아타이당(141석) 등 야권 7개 정당을 규합해 연립정부 구성을 추진해왔다. 당초 선거 전 여론조사에선 피타 대표가 총리가 될 것이란 기대가 높았으나,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란 전문가들의 지적도 많았다. 피타 대표와 전진당이 추진하는 왕실모독죄 개정은 군주제 개혁을 의미하기에, 보수적인 상원 의원들의 표심은 민심과 다를 것이란 전망이었다.
특히 투표 전날 선거관리위원회가 피타 대표의 미디어주식 보유 논란과 관련해 헌법재판소에 사건을 회부하면서 상황이 불리해졌다. 태국에서는 언론사 사주나 주주의 공직 출마가 금지돼 있다.
피타 대표는 2007년 방송을 중단한 방송사인 iTV 주식 4만2000주를 상속받아 보유했고, 군부 진영에서는 iTV가 여전히 언론사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피타 후보가 완전히 낙마한 것은 아니다. 태국에서는 총리 선출 투표 횟수나 기한에 대한 제한이 없어 결론이 날 때까지 재투표를 한다. 오는 19일 2차 투표가 열릴 예정이다. 다만 헌재의 판단 등에 따라 그가 야권 후보에서 물러나게 될 수 있다. 헌재는 피타 대표와 전진당의 왕실모독죄 개정 추진의 위헌 여부에 대한 재판 요청도 받아들였다. 헌재 판결에 따라 피타 대표의 의원직이 박탈되고 전진당의 해산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피타 대표가 야권 후보에서 물러나게 될 경우 제2당인 프아타이당이 연정 구성에 나서 총리 후보를 낼 것으로 보인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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