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에겐 “4만~5만원 간다”… 본인은 3만~4만원에 매도한 유튜버 ‘슈퍼개미’

조수진 의원, 유튜버 김정환씨 공소장 공개

50만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주식 유튜버 김정환(54)씨가 구독자들에게 주식 매수를 추천하면서 정작 본인은 해당 종목을 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충성도 높은 구독자들을 이용해 주가를 끌어올려 부당이익을 챙긴 것이다. ‘슈퍼개미’로 유명한 김씨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재판받고 있다.

13일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김씨의 공소장에는 김씨의 이런 행위가 자세히 기록됐다. 공소장에 따르면 김씨는 미리 매수해 둔 종목을 방송에서 추천해 주가를 끌어올렸고, 주가가 오르면 본인은 보유 주식을 매도했다. 이른바 선행매매 수법이다.

김씨는 2021년 6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유튜브 채널에서 5개 종목을 추천하고 모두 84만7066주를 187억원에 매도해 약 59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졌다. 현재 서울남부지법에서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채희만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제1부 부장검사 직무대리가 지난 6월, 불법주식리딩을 이용한 불공정거래행위 종합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뉴스1

공소장에 따르면 그는 2021년 6월21일 오전 9시6분 유튜브 방송에서 “이런 종목들은 크게 들어가도 상관없지 않습니까? 실적이 저평가돼 있기 때문에”라고 말했다. 그러고는 30여분 뒤 본인은 2만1000주를 팔아치웠다. 모두 7억7600만원어치다.

김씨는 이튿날 오전 9시10분 방송에서 또 같은 종목을 추천했다. 그는 해당 종목에 대해 “4만원 이상까지 봐도 되지 않겠습니까. 4만원, 5만원까지, 얼마나 갈지 모릅니다”라고 말했는데, 1시간 뒤인 오전 10시17분부터 6만8000여주의 물량을 쏟아냈다. 구독자에겐 ‘4만원, 5만원까지’ 갈 수 있다고 해놓고는 본인은 3만8850~4만2800원의 가격으로 매도했다. 이렇게 매도한 금액은 27억2000여만원에 달한다.

김씨는 “(해당 주식을) 팔 때가 아니다”라며 투자자들에게 보유하도록 해놓고, 자신은 물량을 매도해 수익을 내는 행태를 반복했다. 그는 본인과 아내 명의의 차액결제거래(CFD) 계좌를 이용했다. 검찰은 CFD 계좌 매매는 외국계 증권사가 거래 주체로 표시되는 점을 악용해 김씨가 본인의 매도 사실을 은폐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검찰은 “주식을 보유 중인 사실을 숨긴 채 매수세 유입과 매도세 저지를 유도하고 자신은 반대로 매도해 부당이득을 취한 것”이라며 “유튜브 방송의 영향력과 파급력을 이용해 개인적 이득을 취하려 했다”고 봤다.

변호인은 김씨가 A사 등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방송에서 언급했다며 보유 사실을 숨긴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씨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실이 알려진 후 유튜브 채널 운영을 중단했다. 수년간 올린 영상을 모두 삭제했지만, 현재까지도 구독자는 49만명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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