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가 우리 집 아는데”…엘리베이터 범죄 대부분 ‘집행유예’
[앵커]
최근 엘리베이터 안에서 모르는 여성을 무차별 폭행하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는데요.
자신의 집 바로 앞에서 벌어진 범죄다 보니, 피해자들에게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깁니다.
그런데 관련 사건의 판결문을 살펴보니 처벌은 대부분 집행유예나 벌금형에 그쳤습니다.
이예린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주민인 척 엘리베이터에 타더니, 여성을 따라 내리는 남성.
엘리베이터에 탄 여고생을 흉기로 위협하고 납치하려던 40대 남성.
경기도 의왕에서 발생한 묻지 마 폭행 사건 역시 장소는 엘리베이터였습니다.
[박OO/의왕 엘리베이터 폭행 피의자/음성변조 : "(성폭행하려고 하신 거 맞습니까?) 네."]
폐쇄된 공간에서, 무방비 상태의 피해자를 노리는 '엘리베이터 범죄'.
주거지까지 노출되면서 범행 뒤에도 피해자의 일상은 공포로 뒤덮입니다.
[엘리베이터 폭행 피해자/음성변조 : "엘리베이터를 이제 다시 못 탈 것 같아요. (교도소에서) 안 나왔으면 좋겠어요."]
가해자를 다시 보지 않게 해달라는 호소는 응답받을 수 있을까.
KBS가 유사 사건 판결문 22건을 분석해봤습니다.
죄명은 주거침입부터 강제추행까지 다양한데, 대부분 '성범죄'가 목적이었고, 피해자는 모두 여성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징역형을 선고받은 가해자는 불과 6명, 나머지는 집행유예나 벌금형을 받았습니다.
하룻밤 새 피해자가 두 명, 10분 새 피해자가 3명인 경우도 벌금형에 그쳤습니다.
비슷한 전과가 있거나, 피해자가 영유아일 경우에만 드물게 징역형이 선고됐습니다.
감형 사유는 대부분 '피해자와 합의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은의/변호사 : "성범죄 이런 거는 설사 합의가 된다 하더라도 원래대로 회복되기 어렵단 말이에요. (피해자가) 부담을 가져서 합의를 하게 되는 경우도 있고."]
주거지가 노출된 피해자는 보복이 두려워 위축되기 쉬운데, 이게 합의를 통한 감형에 이용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웅혁/건국대 경찰학과 교수 : "제일 안전해야 할 공간이 자기 거주지 주변이고, 더군다나 자신이 살고 있는 엘리베이터라든가 생활공간입니다. 법리적인 접근보다 피해자 중심의 판단이 필요하지 않나..."]
지난 3일 서울 상계동 엘리베이터에서 여성을 폭행한 피의자는 오늘(13일) 구속됐습니다.
KBS 뉴스 이예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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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린 기자 (eyeri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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