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체 ICBM’ 기술 급진전…북, 위협수위 더 높였다
김정은 “적대정책 멈출 때까지 공세”
북한이 지난 12일 동해상으로 시험발사한 미사일이 고체연료 추진체계를 사용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포-18형’이라고 13일 공식 발표했다.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은 이번 시험발사를 현지지도하며 “미제와 남조선 괴뢰 역도들이 적대시 정책을 단념할 때까지 강력한 군사적 공세를 연속적으로 취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 화성포-18형 첫 시험발사에 이어 이번 2차 시험에서는 엔진 추력이 월등히 높아진 것으로 나타나, 북한은 미사일 기술 향상과 더불어 한·미를 향한 위협 수위도 한층 끌어올리는 모습이다. 이에 한·미는 이날 핵폭탄 탑재가 가능한 미국 공군의 B-52H 전략폭격기가 한반도에 전개된 가운데 연합공중훈련을 벌였다.
북한 <노동신문>은 90일 만에 이뤄진 이번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가 “정당방위권 강화의 일환으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의 전략적 판단과 중대 결심에 따라 진행됐다”며 “적들에게 반공화국 군사적 선택의 위험성·무모성을 각인시키기 위한 강력한 행동적 경고”라고 이날 보도했다.
이는 사실상 한반도 정세 흐름을 고려해 김정은 총비서가 발사 시점을 정했다는 발표에 가깝다. 이번 발사는 주한미군의 공중정찰에 군사적 대응을 경고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부부장의 10·11일 두차례 담화 직후이자, 윤석열 대통령도 참석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와 한·미·일 합참의장 회의 와중에 이뤄졌다. 북쪽이 ‘전승절’이라 부르는 정전협정 70돌 기념일(7월27일)을 앞두고 한반도 정세의 긴장 수위가 가파르게 높아지며 ‘우발적 군사 충돌’ 위험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노동신문은 발사 소식을 전하는 기사에서 지금의 한반도 정세를 “냉전 시대를 초월하는 핵위기 국면”이라 규정하며 특히 두 대목을 문제 삼았다. 미국이 “핵추진 잠수함과 핵전략폭격기를 조선반도와 그 주변에 무시로 출몰시키고, 40년 만에 처음으로 전략핵을 탑재한 미핵잠수함을 남조선에 투입해 조선반도 지역에 핵무기를 재반입하려 기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문은 이를 “철두철미 침략성 도발 행위”라고 주장했다.
노동신문은 또한 한·미 정상이 북의 핵위협에 대응해 ‘핵협의그룹’(NCG)을 가동하기로 한 ‘워싱턴 선언’(4월26일)을 “반공화국 핵대결 강령”이라 비난하고 “공공연히 우리 국가를 반대하는 핵무기 사용을 모의하려고 획책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상시 전개 등을 담은 워싱턴 선언에 예민하게 반응한 것이다. 한·미의 첫 핵협의그룹 회의는 오는 18일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다. 아울러 존 와이드너 주한미군사령부 참모장은 지난 10일 “미국의 전략핵잠수함(SSBN)이 조만간 한국에 전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첫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인 ‘화성포-18형’ 시험발사는 지난 4월13일 김정은 총비서의 현지지도로 처음 이뤄졌고, 이번이 두번째다. 신문은 12일 발사된 미사일이 “최대 정점 고도 6648.4㎞까지 상승하며 거리 1001.2㎞를 4491s(1시간14분51초)간 비행해 조선동해 공해상 목표수역에 정확히 탄착됐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시험발사는 “1계단(단계)은 표준탄도 비행 방식으로, 2·3계단은 고각 비행 방식으로 설정”돼 “주변 국가들의 안전에 그 어떤 부정적 영향도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최대 정점 고도 6648.4㎞’는 4월 첫 발사 때의 두 배가 넘는 높이이자 북쪽이 지금껏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 가운데 가장 높이 솟구친 것이다. 고각이 아닌 정상 각도(30~45도) 발사라면 미국 본토 전역에 닿을 수 있는 1만5000㎞ 비행이 가능하리라고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김정은 총비서는 2021년 1월 노동당 8차 대회에서 “1만5000㎞ 사정권 안의 임의의 전략적 대상(표적)들을 정확히 타격·소멸하는 핵선제 및 보복타격 능력 고도화”를 과제로 제시한 바 있다.
합동참모본부(합참)의 이성준 공보실장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한-미 동맹의 압도적인 전력에 기반한 힘에 의한 평화를 구현해나갈 것”이라고 대북 맞대응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합참은 이어 이날 밤 “미 공군의 B-52H 전략폭격기가 한반도에 전개한 가운데 한-미 연합공중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훈련에는 한국 공군의 F-15K와 미 공군의 F-16 전투기가 참가해 B-52H와 함께 한반도 상공에서 함께 편대비행을 벌였다. B-52H의 한반도 상공 전개는 지난달 30일 이후 13일 만이다.
한반도 정세 악화와 함께 높아지는 ‘우발적 군사 충돌’ 위험을 회피할 안전지대와 중재자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우려도 깊어지고 있다. 미-중 및 미-러 갈등과 남북관계 악화가 중첩되고 있는 탓이다. 전직 정부 고위 관계자는 “겁쟁이게임을 하는 듯한 최근 정세에선 누구도 의도하지 않은 우발적 군사충돌이 벌어질 수 있다”며 “자제력이 절실한 때”라고 말했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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