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0여가구 정전되고, 공항철도 멈추고…전국서 비 피해 속출
서울 동작구 상도동 반지하 주택에 살고 있는 서모씨(69) 가족은 ‘극한호우’가 내리던 지난 11일 집을 잃었다. 동 주민센터 직원들의 도움으로 물을 퍼냈고, 이튿날엔 엉망이 된 집에서 못 쓰게 된 살림들을 버렸다. 슬퍼하거나 낙담할 겨를도 없었다. 언제 또 비가 퍼부을지, 집으로 들이칠지 모르는 터여서 그는 물막이판도 높이 설치하고 물이 역류하지 않게 배수로 설비도 손봤다.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한 대비를 했지만 서씨 부부와 아들이 함께 살던 집은 이미 당장 들어가서 살기 힘든 곳이 돼 버렸다. 13일 찾은 서씨의 집에는 젖은 장판 위에 깔아놓은 신문지가 물을 잔뜩 머금은 채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켜졌다 꺼졌다 하는 냉장고와 물 먹은 목재 장롱은 처치가 곤란한 상태다. 주민센터에서 임시 숙소로 모텔을 잡아줬지만, 세 식구에게 지원되는 하루 7만원 한도(총 100만원쯤)의 주거비는 2주 뒤에는 소진된다.
서씨가 부랴부랴 구한 월세방은 ‘9월이 돼야 입주할 수 있다’고 했다. “두 달은 버텨야 하는데….” 심란하다던 그는 말끝을 흐렸다.
수도권과 강원지역을 중심으로 시간당 최고 30㎜ 이상의 강한 비가 내린 이날 열차 운행이 한때 중단되고 시내버스가 빗길에 미끄러지는 등 각종 피해가 속출했다.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36분쯤 공항철도 인천 계양역에서 서울역 방향 구간에 단전이 발생해 열차 5대의 운행이 5분가량 중단됐다. 공항철도는 낙뢰로 인해 전력 공급에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날 오후 2시10분쯤 서울 도봉구 쌍문동 한양6차아파트 인근 도로에서 강풍에 쓰러진 가로수가 전신주를 덮쳐 함께 넘어졌다. 전신주가 넘어지면서 옆에 있던 나무 5그루도 쓰러졌다. 이 사고로 인근 아파트 2123가구가 정전 피해를 입었다. 이 가운데 한양6차아파트 582가구에는 이날 오후 8시까지 약 6시간째 전기가 공급되지 않았다.
교통사고도 잇따랐다. 낮 12시5분에는 충북 진천군 초평면 화산리 중부고속도로 하남 방향 편도 2차선 도로에서 차량이 빗길에 미끄러지면서 연쇄 추돌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1t 트럭 운전자,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운전자와 동승자가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오전 10시7분쯤에는 충북 진천군 진천읍 교성리 편도 1차로 내리막길에서 시내버스가 빗길에 미끄러져 마주 오던 코나 SUV를 들이받아 버스 운전자와 승객 5명 등 6명이 다쳤다.
토사 유실과 낙석에 따른 사고도 있었다. 전남 화순군에서는 이날 0시19분쯤 이양면 복리 산간 도로 경사면에서 토사가 쏟아져 내렸다. 이에 이 일대를 지나던 50대 남성이 도로에 쌓인 토사에 부딪혀 병원으로 이송됐다. 인천 남동구 남촌동 도로와 계양구 작전동 지하차도에도 빗물이 차올라 차량 통행이 제한됐다. 굴포천·갈산천·청천천은 전날부터 출입이 통제됐고, 승기천 등 다른 하천 7곳도 이날 오전 출입이 차단됐다.
고귀한·전지현 기자 g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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