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속 모인 의료종사자 2만여명 “공공의료 확충”

민서영·김태훈 기자 2023. 7. 13.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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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노조, 총파업 돌입
일부 병원 수술 연기 등 차질
전국적 ‘의료 대란’은 없어
인력 적정기준 마련 등 요구
수용 안 되면 17일 ‘무기한’
진료 기다리는 환자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총파업에 돌입한 13일 서울시내 한 상급종합병원에서 환자와 보호자들이 진료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간호사와 요양보호사 등 다양한 의료 종사자들이 속해있는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 13일 총파업에 돌입했다. 노조는 간호인력 적정기준 마련과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 등 공공의료 확충을 요구했다. 파업 영향으로 일부 병원에선 진료차질을 빚었으나 병원마다 파업 참여 규모가 달라 전국적인 ‘의료 대란’은 발생하지 않았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날 오전 7시부터 전국 127개 지부 145개 사업장(의료기관)에서 조합원 4만5000여명이 참여하는 산별총파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파업 사업장은 사립대병원지부 29곳, 국립대병원지부 12곳, 특수목적공공병원지부 12곳, 대한적십자사지부 26곳, 지방의료원지부 26곳 등이다. 이른바 ‘서울 빅5’ 병원(서울대병원·서울아산병원·신촌세브란스·삼성서울병원·서울성모병원)은 파업에 참여하지 않았다. 서울의 경희대병원, 고려대 안암병원, 고려대구로병원, 이대목동병원, 한양대병원과 경기의 아주대병원, 한림대성심병원 등 전국 20곳 안팎의 상급종합병원은 동참했다.

노조는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총파업대회를 열었다. 폭우 속 집회에 2만여명(주최 측 추산·경찰 추산 1만7000명)이 집결했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책임진 주무부서가 어떻게 이렇게 무책임할 수 있냐”며 “ ‘국민들의 간병비 고통 해결하자’ ‘국민 생명을 살려낸 공공병원 살려내자’라는 것을 정치파업이라고 한다면 이런 정치파업은 해야 하는 게 아닌가”라고 말했다.

보건의료노조의 총파업은 2004년 이후 19년 만이다. 노조는 2021년 ‘9·2 노정합의’를 통해 추진하기로 한 사안들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며 파업에 나섰다. 구체적으로는 비싼 간병비 해결을 위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전면 확대, 환자 안전을 위한 간호사 대 환자 비율 1 대 5 제도화와 적정인력 기준 마련, 무면허 불법의료를 근절하기 위한 의사인력 확충, 필수의료 책임지는 공공의료 확충 등이다.

파업 규모가 큰 만큼 일부 병원에선 진료에 차질이 빚어졌다. 국립중앙의료원은 이날 홈페이지에 “빠른 예약 업무가 부득이하게 지연될 수 있다”고 공지했다. 국립암센터도 13~14일 이틀간 예정된 수술 일정을 모두 미뤘다.

전국에서 가장 파업 참여율이 높은 병원으로 꼽히는 부산대병원과 양산부산대병원에선 다른 병원으로 이송하거나 퇴원한 환자 수만 각각 1000명에 달했다. 조합원 4분의 1이 파업에 참여한 전북대병원은 일부 수술을 연기하는 등 비상진료체계에 들어갔다.

보건복지부는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보건의료노조 파업 관련 현안점검회의를 마친 뒤 “노조의 합법적인 권리행사는 보장하지만, 정당한 쟁의행위를 벗어나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막대한 위해를 끼칠 경우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13~14일 이틀간 파업을 하고 요구사항이 수용되지 않으면 17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민서영·김태훈 기자 min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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