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무노조’ 삼성중공업, 첫 노조 출범
“당당한 노동자로 살아갈 것”
하청·이주노동자도 받기로
50년 동안 ‘무노조 경영’ 방침을 고집해 온 삼성중공업에서 첫 노조가 출범했다. 삼성중공업은 노조에 가입할 것으로 보이는 직원들을 사찰하는 등 지속적인 ‘노조 탄압’으로 비판을 받아 왔다. 노조는 하청노동자와 이주노동자에게도 노조 가입의 문을 열기로 했다.
삼성중공업노조는 13일 경남 거제시청에서 브리핑을 열어 “더 이상 근로자가 아닌, 당당한 노동자로 살아갈 것을 선언하며 노조의 깃발을 세웠다”고 밝혔다.
노조는 그동안 삼성중공업 노동자들이 임금 삭감과 각종 불이익을 당하고, 산재 위험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했다고 했다. 노조는 “장마철이 되면 무급 퇴근과 셧다운을 남발해 월급이 반 토막 났다”며 “2017년 5월1일 6명이 목숨을 잃은 크레인 참사가 일어난 지 6년이 됐지만, (산재 은폐 등으로) 여전히 다치면 치료받을 기본적인 권리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다”고 했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삼성중공업의 ‘무노조 경영’ 때문에 노동자들이 권리를 주장하지 못해 왔다고 노조는 말했다. 삼성중공업과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임직원들은 2010년 당시 노조에 가입했거나 가입할 가능성이 있는 직원들을 ‘문제인력’으로 규정하고 불법 사찰을 한 바 있다. 대법원은 지난 2월23일 삼성중공업 전·현직 노동자들이 회사와 미래전략실 임직원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한 원심을 확정했다.
노조는 “반세기 동안 ‘무노조 경영’이라는 미명 아래 얼마나 많은 노동자가 착취와 탄압의 뒤안길로 사라져갔을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며 “그동안 노조로 단결하지 못한 결과는 노예와 다름없는 삶의 연속이었다”고 했다.
노조는 원청인 삼성중공업 직원뿐 아니라 사내하청 생산직과 이주노동자의 가입도 받기로 했다. 노조는 “모든 노동자가 존엄성과 보편적 권리인 노동기본권을 보장받아야 하기 때문”이라며 “삼성중공업 노동자의 피와 땀이 맺힌 곳곳에서 노조 할 권리를 꽃피우는 길에 많은 관심과 연대 당부드린다”고 했다.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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