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고진 사태 후 중러 외교수장 첫 회담…"다극화" 한목소리

조준형 2023. 7. 13.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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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고진 반란 사태' 이후 중국과 러시아의 외교수장이 처음 양자회동을 갖고 미국 1강 체제를 흔들기 위한 양국 간 공조 의지를 재확인했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13일(현지시간)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당 중앙 외사판공실 주임)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아세안 관련 회의 참석 계기에 양자 회담을 갖고 '세계 다극화' 추진 의지를 재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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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라브로프, 고위급 교류 강조…연내 푸틴 방중 가능성
中, 러 요청에 따른 회담임을 이례적으로 밝혀…서방견제 의식한듯
자카르타에서 만난 왕이와 라브로프 (로이터 연합뉴스)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프리고진 반란 사태' 이후 중국과 러시아의 외교수장이 처음 양자회동을 갖고 미국 1강 체제를 흔들기 위한 양국 간 공조 의지를 재확인했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13일(현지시간)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당 중앙 외사판공실 주임)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아세안 관련 회의 참석 계기에 양자 회담을 갖고 '세계 다극화' 추진 의지를 재확인했다.

왕 위원은 "100년만의 국면 변화에 직면해 중국과 러시아는 피차 정당한 이익을 견고하게 수호하고, 화목하게 공존하는 협력과 윈윈의 길을 걷고, 함께 세계 다극화와 국제관계의 민주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라브로프 장관도 "세계 다극화의 과정을 추동하고, 일체의 강권과 패권에 반대하며, (중국과) 공동으로 아세안의 중심적 위치를 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두 사람은 양국 간 고위급 교류 지속 의지를 밝힘으로써 양측이 연내 정상회담 개최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관측을 낳았다.

왕 위원은 "양측은 정상 간 중요한 합의를 따르고, 고위급 교류를 유지하며 전략적 소통과 조정을 강화하고, 대국이 담당하고 수호할 각자의 이익과 민족 존엄을 펼쳐 보이고, 국제 공정과 정의를 수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러·중 간 고위급 교류가 유지되고 있다"며 "양국 정상이 올해 (3월) 성공적으로 만나 양국 관계에 강한 동력을 주입했다"고 밝혔다. 이어 "러시아 측은 중국 측과 함께 양국 정상의 공동 인식을 잘 이행하고, 한층 더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고, 각 영역 협력을 심화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외교가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3월에 이어 연내 또 한차례 정상회담을 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3월 시 주석이 러시아를 방문했던 만큼 중국이 연내 개최 예정인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정상포럼 계기 등을 활용해 푸틴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할 수 있다고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아울러 양측은 상하이협력기구,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신흥 경제 5개국) 등 다자 틀 하에서의 조율과 협력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중국 외교부는 전했다.

중국과 러시아 외교라인의 1인자인 두 사람 간의 회동은 푸틴의 측근으로 여겨져 온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지난달 23~24일 무장 반란을 일으켜 러시아 남서부 로스토프주의 군 시설을 장악함으로써 푸틴의 전시(戰時) 국정 장악력이 도마 위에 오른 이후 처음 이뤄졌다.

전날 인도네시아 외교장관과 함께 3자 회동을 한 데 이어 양자 회담까지 개최함으로써 양국의 전략 공조에 문제가 없음을 외부에 알린 것으로 일단 해석된다.

그러나 중국 외교부의 회담 결과 발표 자료에서 이번 회담이 러시아 측 요청에 따라 이뤄졌음을 의미하는 '잉웨(應約·약속에 응해)'라는 용어가 포함된 것은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중러 공조를 고도로 경계하는 서방을 의식한 표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미중관계가 최근 고위급 회담을 이어가며 안정화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러시아와의 회담을 주도적으로 개최한 것이 아니라, 피동적으로 요청에 응한 것임을 외부에 알린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없지 않아 보인다.

왕 위원은 이날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도 만났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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