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총연맹, 강석호 취임 석 달 만에 ‘삭제’…행안부가 ‘승인’
박근혜 탄핵 정국 정치 활동 논란…문 정부 때 정관 개정
오염수 방류 반대 ‘괴담’ 규정 토론회 등 활동 폭 더 넓혀
한국자유총연맹은 2018년 정관에 삽입했던 ‘정치적 중립’ 문구를 강석호 총재 취임 후인 올해 삭제했다. 정치적으로 보다 적극적인 활동에 나서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13일 자유총연맹이 공식 홈페이지에 게시한 올해 정관에는 2018년 10월30일 삽입한 제4조 2의 ‘정치적 중립’ 조항이 빠졌다. 당초 2018년 10월 정관에는 “사업을 행함에 있어 정치적 중립을 지킨다. 전 항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정치중립심사평가위원회를 둔다”고 돼 있었다. 해당 조항의 개정 시점은 지난 3월20일로 강 총재가 지난해 12월 말 취임한 후다.
강 총재는 지난 5월 세계일보 인터뷰에서 “지난 정부 당시 자유총연맹 본연의 활동인 안보 관련 행사와 규탄 성명 시에도 내부적으로 정관상 정치중립위원회 허가를 받아야 하는 등 통제장치가 존재했다”며 “비합리적인 정관을 바꿨고, 무엇보다 사무를 투명하게 하도록 업무준칙을 재정립했다”고 말했다.
2018년 자유총연맹이 정치적 중립 조항을 삽입했던 이유는 당시 연맹의 정치적 중립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2016년 박근혜 당시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김경재 전 총재는 주말마다 보수단체 집회에 나가 연설을 했다. 자유총연맹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연맹 산하 각 지역 지부에 ‘3·1절 총동원령’을 내렸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 박종환 전 총재가 취임하며 “자유총연맹은 정치적인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정관을 개정했다.
자유총연맹의 ‘정치적 중립’ 정관 삭제에는 정부의 승인도 있었다. 자유총연맹은 정관에서 “총연맹의 정관을 변경하고자 할 때는 총회에서 재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 행정안전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하며 “자유총연맹이 지난 3월6일 공문으로 정관 개정 승인을 요청했다”며 “담당 과장 전결 절차를 밟았다”고 말했다.
정관 개정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으로 보다 자유로운 활동을 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실제로 자유총연맹은 정관 개정 이후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에 대한 의혹 제기를 국민의힘과 같이 ‘괴담’으로 규정한 대국민 토론회를 개최했다. 지난 5월 윤석열 대통령의 대일 외교에 대해 “한·일관계 개선이 양국 국민에게 큰 이익으로 돌아온다고 평가한다”며 외교활동을 옹호하는 성명서를 냈다.
신동혁 자유총연맹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와 통화하며 “정치적 중립 조항을 삭제한 건 맞지만 우리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고 발전시키는 단체라 그것에 대해서는 여든 야든, 좌든 우든 어떤 얘기도 할 수 있다”며 “그런데 이제 그런(정치적 중립) 것을 넣어놓으니까 선거에 대해서는 당연히 중립을 하는데 모든 행동을 할 때 정치적 중립 여부를 검토받게 돼 (개정했다)”라고 밝혔다.
문광호·조문희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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