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억 보조금’ 자유총연맹, 보수 유튜버 자문단과 ‘총선 파이팅’

문광호 기자 2023. 7. 13.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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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새 자문위원 위촉…“보수 정권 정체성 갖고 행동해야”
이태원 참사 유가족 폄훼·‘화이트리스트’ 등 논란 인물 다수
선거 개입 행위 위법…윤 대통령이 비판한 ‘보조금 단체’ 지적
강석호 한국자유총연맹 총재가 지난 6월28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자유총연맹 창립 제69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자유총연맹이 지난달 16일 개최한 ‘한국자유총연맹 자문위원회 신규 위원 위촉식’은 내년 총선 대비 전략회의를 방불케 했다. “내년에 우파가 많은 부분을 확보해야 한다”는 강석호 총재의 발언 외에도 일부 자문위원들은 직접적으로 “총선”을 언급하며 “(자유총연맹의) 보수파 내지는 우리 친우파적인 활동에 기대를 건다”고 말했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자유총연맹은 국가 보조를 받는 단체로 대표와 임직원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는 것은 금지된다.

경향신문 취재에 따르면 강 총재는 당시 회의에서 보수성향 유튜버로 구성된 자문위원들을 향해 “우리는 한 몸이고 큰 힘을 얻은 것 같다”며 “한국자유총연맹이 자유민주주의 수호와 안보 지킴이 역할을 하는 정치적인 단체로서 큰 영광으로 알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유총연맹은 봉사단체에 기반하기보다는 하나의 이념단체”라며 “지난 5년간 문재인 정부에서는 이념이 맞지 않는 정부가 들어섬으로써 말을 못하는 조직으로 전락했지만 이제는 저희가 정권 재창출을 통해 보수 정권이 들어왔기 때문에 거기에 따라 정체성을 갖고 행동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참석한 자문위원들은 논란의 우파 유튜버 일색이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을 폄훼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김상진 신자유연대 대표, 박근혜 정부 시절 대기업들이 자유총연맹 등 보수단체에 수십억원을 지원하게 만든 ‘화이트리스트’ 사건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허현준 전 박근혜 청와대 행정관, 극우 유튜버이자 윤석열 대통령 응원 화환을 주도한 염순태씨 등이 자문위원으로 위촉됐다.

자문위원 중 지난 대선 당시 윤 대통령을 공개 지지한 ‘깨어있는시민연대당’(깨시연) 이민구 대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확장성이라는 문제로 여러분이 좀 고민을 해주셨으면 한다”며 “그런 부분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나 조언이나 자문을 꼭 하고 싶다”고 말했다.

장철호 자유총연맹 사무부총장은 “집회를 해서라도, 국회의원 통해서라도, 총재님 통해서라도 여러분의 채널을 지키고 우리 우파의 방송이, 우리의 말이 끊어지지 않는 상황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해당 회의가 녹화된 유튜브 영상은 기사가 나온 직후 비공개 처리됐다.

이 같은 발언들은 우파 세력 확장을 위해 내년 총선에 개입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다분하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여권에선 자유총연맹을 총선 때 활용할 것”이라며 “보수단체 구심점 역할을 할 어버이연합이 무너졌지만 자유총연맹과 회원이 90%는 일치하기 때문에 그 회원들이 그냥 넘어가서 활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자유총연맹이 정부 지원을 받는 공익단체라는 점이다. 지난해 국세청에 신고된 공익법인 결산 서류에 따르면 자유총연맹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등으로부터 받는 보조금 수익만 한 해 42억7961만원에 달한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자유총연맹은 국가나 지자체의 출연 또는 보조를 받는 단체로 그 대표와 상근 임직원은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할 수 없다. 당연히 선거운동도 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다.

한 선관위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하며 “국가나 지자체의 출연 또는 보조를 받는 단체는 명확하게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게 맞다”며 “해당 발언은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행위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법 취지에 비춰볼 때 바람직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하며 “말도 안 되는 정치 보조금은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자유총연맹이야말로 윤 대통령이 말한 정치 보조금을 받는 단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신동혁 자유총연맹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와 통화하면서 강 총재 발언에 대해 “내년 총선과 관련해 얘기한 것은 없다”고 해명했다. 자문위원들의 발언을 두고도 “개인별로는 자문위원들의 자기 성향이 있을 수 있다. 우리 직책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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