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니 수컷” 성별 뒤바뀐 판다들…푸바오와 쌍둥이는? [미드나잇 이슈]
양성에서 수술 후 엄마된 ‘전무후무’ 사례도
생식기 형성 느리고 육안 성별 구분 어려워
“오판 확률 낮아…호르몬 검사는 2세 이후”
한국에서 처음 자연번식으로 태어난 판다 ‘푸바오’(福宝·2020년)에 이어 푸바오의 쌍둥이 동생까지 탄생하면서 한국과 중국에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에버랜드 측은 11일 러바오(乐宝·10세)와 아이바오(爱宝·9세) 판다 부부의 출산 소식을 알리며 ‘쌍둥이 딸’이라고 밝혔다.
사실 판다는 성체가 되어도 크기에 조금 차이가 있을 뿐 겉모습에 뚜렷한 성별 차이가 없다. 생식기 모양도 3∼4세는 되어야 뚜렷해지기 때문에 그 전엔 육안으로 성별을 구분하기 어렵다.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판다 성별 오판 사건은 2006년 미국 애틀랜타 동물원에서 태어난 메이란(美兰)의 사례다. ‘애틀랜타의 아름다움’이라는 뜻의 ‘메이란‘은 태어날 때부터 암컷으로 알려져 있었다.
어른 판다가 된 메이란은 2010년 중국 쓰촨성 청두 판다 기지로 옮겨졌다. 연구자들은 메이란을 결혼시키기 위해 8마리의 남편 후보와 만남을 주선했다. 하지만 메이란은 수컷 판다들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고, 얼마 뒤부터 수컷 판다의 성적 성숙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전설의 ‘미녀 판다’, 어릴 땐 수컷으로 오인
수컷인 줄 알았던 판다가 암컷으로 밝혀진 경우도 있다. 표준적인 원형 얼굴에 입체적인 이목구비, 통통하고 우아한 몸매를 가져 판다 마니아들에게 ‘미의 기준’으로 여겨지는 수칭(蜀庆)의 이야기다.
가장 최근의 성별 오판 사건은 네덜란드에서 발생했다.
지난해 12월 네덜란드 오우핸즈동물원은 2020년 5월 자국에서 태어난 최초의 판다 ‘판싱’(梵星)이 수컷이 아닌 암컷이었다 전했다. 판싱의 이름은 ‘반고흐의 별’이라는 뜻이다.
막 태어났을 때 판싱은 수컷으로 판별됐지만 2년여 뒤 실시한 정밀 건강검진에서 암컷으로 밝혀졌다. 동물원 측은 “대왕판다 성별은 관찰하기가 매우 까다롭고 어렵다. 수컷임이 틀림없다고 확신했기 때문에 더더욱 성별을 의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푸바오와 같은 해 태어난 판싱은 성체가 되어 곧 중국으로 거처를 옮겨야 한다. 반환 날짜는 미정이다.
◆성별 장애 ‘양성’ 판다…엄마 됐다
‘양성’(兩姓)에서 수술을 통해 암컷이 된 판다도 있다. 1996년 청두 판다기지에서 태어난 진주(锦竹)는 1999년 한신 대지진을 겪은 일본 국민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추진된 중일 공동 연구프로젝트를 통해 고베시 오지동물원에 임대됐다. 당시 고베로 간 판다는 암수 한쌍이었으며 진주는 수컷이었다.
동물원은 2001년 자연번식을 위해 두 판다를 합사시켰는데, 진주는 암컷 단단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연구진은 인공수정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진주의 수컷 생식기가 제대로 발달하지 않은 것을 발견했다.
판다보호연구센터에 따르면 신생 판다의 성별은 생식기와 항문 사이 거리로 판별한다. 이 거리는 암컷보다 수컷이 2배가량 길다. 다만 신생 판다의 크기가 작기 때문에 오판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한국에서 태어난 푸바오와 쌍둥이 동생들은 현재까지 모두 암컷으로 판별됐다.
판다 성별 오판이 자주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난해까지도 사례가 있었던 만큼 곧 세 돌이 되는 언니 푸바오와 막 태어난 동생들도 어른 판다가 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관찰할 필요가 있다.
에버랜드 관계자는 “신생 판다 성별 구별법에 따라 국내 최고 판다 전문가인 강철원·송영관 사육사가 성별을 판별했다”면서 “오판은 세계적으로 아주 드문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어 “에버랜드는 판다에 대한 정밀 메디컬 검사를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암수별 다른 호르몬이 분비되기 시작하는 2세 이후엔 호르몬 검사를 통해 더 확실하게 성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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