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입단 ‘뒷돈’ 거래, 이면엔 은밀한 3자 담합[축구판 블랙 커넥션]

김세훈 기자 2023. 7. 13.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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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여전한 스카우트 비리
소문만 무성한 축구계 스카우트 관련 뒷돈 거래 의혹이 조금씩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검찰이 에이전트, 프로구단 지도자, 대학 지도자, 프로구단 직원 등을 조사하고 있다. 조사가 진행 중인 사안 이외 다른 의혹들도 검찰은 함께 들여다보고 있다. 선수 영입 관련 비리 발생 원인, 이해관계자들 간 은밀하게 얽힌 돈 거래, 대학 지도자·고교 지도자의 빈번한 금품수수 현황, 프로구단 고위층 비리 의혹, 보완이 시급한 관련 규정 등에 대해 집중 보도한다.
임종헌 전 감독, 입단 대가로 선수·에이전트서 돈 챙겨 구속
중개인·학교 감독·프로구단 측 상납 고리 ‘현금 나눠먹기’
이면계약·선수 계약금 일부 구단에 뇌물로…제보 적잖아

축구판 스카우트를 둘러싼 관계자들의 뒷돈 거래 의혹이 서서히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11일 프로축구 입단 등을 대가로 선수 중개인(에이전트)과 선수로부터 총 1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는 임종헌 전 안산 프로축구단 감독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함께 구속 심사를 받은 연세대 축구팀 전 감독 신모씨(64), 에이전트 최모씨(36)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했다. 법원은 “증거가 충분하고 기본적인 혐의를 대체로 인정하고 있으며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각각 배임수재, 배임증재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들 이외에도 에이전트, 프로구단 지도자, 대학 지도자, 프로구단 고위층 등을 대상으로 광범위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은 이번 사건 이외 다른 비슷한 의혹들을 함께 들여다보고 있는 중이다. 특히 대학 선수들이 프로에 입단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은밀한 뒷돈 거래에 대해 수사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진행된 검찰 조사, 신문사 등으로 들어온 제보 및 취재 등을 종합하면, 선수 영입 과정에서 발생하는 뒷돈 거래는 ‘에이전트-학교 감독-프로구단 지도자(또는 직원)’ 등 3자 간 은밀한 담합으로 이뤄지고 있다. 에이전트는 고교·대학 감독, 프로구단 지도자, 프로구단 직원들에게 뒷돈을 준다. 대학 재학 중인 선수의 조기 방출, 프로구단 입단 주선, 프로구단 영입 등을 청탁하기 위함이다. 돈을 받은 대학 감독은 해당 선수를 졸업 전에 내보내거나, 프로구단 지도자에게 선수 영입을 부탁한다. 프로구단 지도자는 구단에 선수 영입을 요청하고, 필요할 경우 구단 직원에게 금품을 제공한다. 구단 직원에게 금품을 주는 일은 에이전트가 대신 하는 경우도 적잖다.

이런 ‘검은돈’은 대부분 프로구단 재정, 선수 측에서 나온다. 즉, 신입 선수를 영입하면서 선수 측에 지불한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이르는 계약금 중 일부를 추후 상납받거나 나눠먹는 식이다. 선수 영입 결정, 계약금이 있는 계약 체결 등 두 가지가 동시에 이뤄져야만, 뒷돈을 나눠먹을 수 있다. 신입 선수 입단, 계약 조건을 결정하는 데 막강한 권한을 가진 사람은 구단 고위층이다. 이에 대한 검찰 수사도 역시 진행 중이다.

뒷돈 거래 의혹을 밝혀내기 힘든 이유는 현금을 주고받기 때문이다. 에이전트 최씨도 본인 계좌에서 거액을 수차례 인출해 현금으로 뇌물을 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프로구단 지도자, 프로구단 고위층이 뇌물을 받은 증거를 찾아내는 게 검찰이 해야 하는 일이다. 검찰은 임종헌 전 감독이 선수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안산 구단 직원들과 모종의 거래가 있었는지(②)도 살펴보고 있다. 최씨가 다른 국내 프로구단 직원에게도 선수 영입을 부탁하면서 뒷돈을 줬는지(①, ③)도 밝혀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최씨가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은 다른 구단들로 국내외 선수를 입단시키면서 구단 직원과 지도자들에게 금품을 줬다는 의혹(④)은 파급력이 엄청난 시한폭탄과 같다. 이 같은 관행에서 자유로운 에이전트와 구단들이 사실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의혹들이 검찰 조사를 통해 사실로 밝혀지고 수사 대상이 다른 프로구단들로 확대되면, 프로구단 지도자와 고위층까지 줄줄이 사법처리를 받을 수도 있다.

경향신문으로도 적잖은 제보가 접수되고 있다. 선수 영입에 대해 프로구단 직원들과 에이전트가 이면계약을 쓰고 담합한 경우, 이적 업무에 관여하지 않은 에이전트를 마치 관여한 것처럼 서류를 꾸며 수수료를 지급한 프로구단, 프로구단에 들어가면서 선수가 받은 계약금을 되돌려받아 프로구단 고위층에게 뇌물을 줬다는 의혹을 받는 고교 축구부 감독, 학부모가 낸 회비를 임의로 유용하고 학생 선수가 받은 장학금까지 가로챈 대학 축구부 감독 등에 대한 내용들이다. 경향신문은 관련 사항을 취재하고 있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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