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물가 2% 수렴 확신 때 금리 인하 논의”
한은, 기준금리 3.5% 4연속 동결
가계부채 증가세 등 우려 표명
“거시건전성 규제 등 통해 대응”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사진)가 최근 가계부채가 다시 증가하는 것에 대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예상 밖으로 크게 늘어난다면 금리나 거시건전성 규제 등을 통해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기도, 내리기도 난처한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리를 내리자니 가계부채 증가세와 물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긴축 등이 발목을 잡고, 그렇다고 금리를 올리기에는 경기 둔화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 등이 아직 불안한 요소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13일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한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가계부채 증가세에 대해 “여러 금통위원들이 가계부채 증가세에 많은 우려를 표했다”면서 “이 문제는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고 정교한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다시 오르는 추세로 바뀐다면 과도하다 평가할 수 있겠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진단했다. 예의주시하고는 있지만, 아직 금리 인상을 통해 대응할 정도는 아니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가계부채가 예상보다 더 크게 늘어난다면 금리뿐만 아니라 거시건전성 규제를 다시 강화한다든지 여러 정책을 통해 대응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금통위원들도 이런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놔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 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3.5%로 동결했다. 이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이 만장일치로 내린 결정이었다. 금통위는 2021년 8월 코로나19 발생 이후 ‘금리정책 정상화’를 선언한 뒤 지난 1월까지 모두 3.0%포인트를 올렸고, 이후 2·4·5·7월 회의에서 모두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이달 말 미국 연준이 예상대로 0.25%포인트 금리 인상을 단행한다면 한·미 간 기준금리 격차는 2.0%포인트까지 벌어지게 된다.
이 총재는 “(가계부채는) 부동산 시장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데, 단기적으로 급격히 조정하려 하면 의도치 않은 부작용 가능성이 있다”면서 “부동산 PF 문제나 역전세난, 새마을금고 사태 등이 (그러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은 단기적으로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위해 자금 흐름의 물꼬를 트는 미시적 대응이 필요하고, 중장기적으로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줄이는 거시적 대응에도 균형있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통위는 가계부채와 함께 물가에 대한 경계도 늦추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한은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달 2.7%까지 낮아졌지만 8월부터는 다시 올라 연말 3% 안팎에서 움직일 것으로 보고, 근원물가의 경우 기존 전망치(3.3%)를 웃돌 것으로 보고 있다.
‘금리 동결 유지’ 전망 속 연 3.75% 열어놔
하반기 공공요금 인상폭에 따라 물가를 더 자극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이에 따라 이 총재를 제외한 6명의 금통위원은 최종 금리 수준을 연 3.75%까지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한 차례 더 0.25%포인트 추가 인상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물가와 가계부채가 불안하고, 연준의 추가 긴축 가능성에 따라 외환시장이 불안해질 가능성도 아직은 배제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 총재는 “금리 인하 논의는 물가가 2%에 수렴한다는 확신이 들 때”라며 금리 인하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채권시장 등에서는 한은이 당분간 동결 기조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확산했다. 기준금리를 올리거나 내리기도 난처한 상황이 지속될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인상을 하자니 1%대 성장률이 발목을 잡고, 인하를 하자니 근원물가 등이 걸려 한쪽 방향으로 정책을 밀어붙일 만한 강한 이유가 없다”면서 “연내 동결 전망을 유지하고, 내년 인하 시점도 당초 예상보다는 늦어질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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