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량 가벼운 ‘영아살해죄’ 70년 만에 폐지 수순
경제적·정신적 곤란을 겪는 부모가 출산 직후 아이를 살해한 경우 일반 살인죄보다 가벼운 형량을 적용하는 형법상 영아살해죄가 70년 만에 폐지 절차에 들어갔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13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영아살해죄와 영아유기죄를 폐지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법사위에서 여야 이견이 없어 본회의 통과가 유력하다.
영아살해죄는 산모나 남편, 산모의 부모가 경제적 곤란 등의 이유로 분만 중이거나 분만 직후의 아이를 살해한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게 하는 형법상 조항이다. 사형·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을 적용하는 일반 살인죄에 비해 처벌이 가볍다. 영아유기죄(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형)도 일반 유기죄(3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보다 낮춰 처벌하고 있다. 개정안은 두 조항을 삭제해 일반 살인, 유기와 같이 처벌하게 된다.
영아살해죄와 영아유기죄는 1953년 형법이 제정될 때 도입됐다. 국회 관계자는 “6·25 전쟁 중 강간 등으로 원치 않는 출산을 한 사례가 많았고, 산모의 비정상적인 상황을 감안한 것으로 안다”고 한다. 하지만 영아살해만 가볍게 처벌하는 것은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반하고, 사회복지제도 발전으로 영아의 생명과 양육을 부모에게만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영아살해죄를 폐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국회에 따르면 한국처럼 형법에 별도의 영아살해 처벌 규정을 뒀던 프랑스(1994년), 스페인(1996년), 독일(1998년)이 차례로 규정을 폐지했고 미국, 일본 등은 별도의 조항을 두지 않고 있다. 캐나다, 스위스, 스웨덴은 불안정한 산모가 저지른 영아살해에 대해 처벌 경감 조항을 두고 있다.
1992년 이후 여러 차례 영아살해죄의 행위 주체를 산모로 제한하거나 영아살해죄, 영아유기죄 조항을 삭제하는 형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수원 냉장고 영아 시신 사건’ 등 영아 관련 범죄가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국회 논의가 빨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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