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3법 본회의 직회부... 국회의장 권한남용 놓고 헌재서 첫 공개변론
헌법재판소는 13일 국민의힘 의원들이 “민주당 주도로 방송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는 과정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의 법률안 심의·표결권이 침해당했다”며 국회의장 등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심판에 대한 첫 공개 변론을 열었다.
민주당은 지난 3월 2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공영방송 사장 교체를 어렵게 하는 내용의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직회부했다. 여야(與野) 합의 없이 법사위 절차를 건너뛴 것이다. 국회법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회부된 법률안에 대해 이유 없이 회부된 날로부터 60일 이내 심사를 마치지 않았을 때, 소관 상임 위원회 재적위원 5분의3 이상의 찬성으로 본회의에 부의(직회부)를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개정안은 지난 4월27일 김진표 국회의장이 주재한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상태에서 무기명 투표로 부의됐다
이날 헌재에 청구인 대표로 출석한 국민의힘 법사위 소속 전주혜 의원은 “60일 이내에 ‘이유 없이’ 심사를 안 마친 경우라면 본회의 직회부가 정당하겠으나, 방송3법 개정안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전 의원은 “개정안은 충실한 심사가 이뤄졌어야 하나 과방위가 제대로 심사하지 않았다”며 “법사위가 지난 4월 공청회를 여는 등 심사를 이어왔다”고 했다. 전 의원은 “사회적 공감대 형성은 물론 국회에서도 충분한 논쟁을 거쳤어야 하나 과방위는 일사천리로 본회의에 직회부를 했다”며 “다수당인 민주당이 실질적 다수결을 지키지 않는, 이른바 법사위 ‘패싱(passing)’이 계속 늘고 있어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진표 국회의장 측 대리인은 “본회의 직회부 조건인 심사 기간을 120일에서 60일로 줄인 것은 법사위가 소관심사위 사이에서 실질적인 상원 역할을 하는 것을 막기 위한 취지”라며 “법사위가 회부된 법률의 체계·자구심사를 넘어서선 안된다는 한계 규정도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60일의 심사기간을 넘긴 것은 객관적인 사실로 보이며, 타당한 이유가 있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또 “과방위에서 5분의 3이상 동의를 얻어 회부했다면 과방위원장의 행위는 적법하다”며 “국회의장은 본회의 부의 여부를 결정할 재량이 없고 법사위원의 심사권을 침해하지 않았다”고 했다.
재판부는 청구인 측에게 통상적으로 법사위가 60일 안에 법안을 처리하지 못하는 이유를 물었다. 전 의원은 “법안이 많다보니 법사위 상정에만 60일을 넘기는 것 같다”고 했다. 이에 국회의장 측 대리인은 “60일 이내에 심사를 마치지 못했다는 것일 뿐”이라며 “이미 과방위 내부와 본회의 직회부 표결을 거쳤으니 문제가 있다면 본회의 상정 표결에서 걸러질 것”이라고 했다.
변론기일은 지난달 15일로 예정돼 있었으나, 지난 5월 30일 과방위원장이 민주당 정청래 의원에서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으로 바뀌면서 변론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연기됐다. 국회의장과 함께 피청구인인 과방위원장 측 대리인은 “국민의힘 법사위 의원들의 주장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과방위원장이 교체되면서 입장이 바뀐 것이다. 과방위원장 측 대리인은 “청구인의 청구가 적법하고 일부 타당하므로 전부 인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60일을 넘기는 동안 회의 개최 없이 시간만 흘렀다면 ‘이유 없음’에 해당하겠지만 법사위는 여러 차례 회의를 열었다”고 했다. 양측 의견을 들은 헌재는 이날 변론을 종결했다. 선고 기일은 정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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