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제 삶 못찾은 전세사기 피해자들 "앞으로 어떻게 사나 걱정"

김소연 기자 2023. 7. 13.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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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전세사기 피해 접수 12일 기준 251건·충남 36건
경찰 고소장 접수·피해 신청 등 복잡한 절차에 포기자 속출
사진=대전일보DB

"전세사기로 전재산을 날린 지 세 달째가 돼가지만 바뀐 것 하나 없어요. 오히려 이자 때문에 빚만 더 늘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눈앞이 깜깜합니다."

지난해부터 전국을 들끓게 한 전세사기 사건이 좀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피해자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피해자 지원을 위해 특별법까지 제정했지만 피해 인정 요건 등 각종 기준을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경찰 고소장 접수, 피해 신청 등 복잡한 절차에 구제받길 포기하는 피해자들도 속출하고 있다.

13일 대전시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전날까지 대전시 전세사기 피해 상담 창구를 통해 접수된 피해확인서 신청건수는 총 251건이다. 같은 기간 36건이 접수된 충남 지역에 견줘 10배에 달하는 수치다.

이처럼 전세사기 피해를 입은 대전시민이 적지 않은 가운데 복잡하고 기나긴 피해신청 과정이 이들을 또 한번 울리고 있다.

현재 전국 각 지자체는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피해 상담 창구를 운영하고 있다. 피해 임차인이 임대차계약서(확정일자 포함), 등기부등본, 경매통지서, 경찰 고소 접수증 등 관련 서류를 지자체에 신청하면 지자체는 피해 사실 조사 후 30일 이내에 국토교통부(국토부)로 전달한다. 국토부는 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30일 이내에 결과를 임차인과 관계기관에 통보한다.

이 과정을 거쳐 피해확인서를 받고 심사를 통해 전세사기 피해자로 결정돼야만 경·공매가 진행 중인 주택에 대한 경·공매 유예·정지 및 우선 매수권을 받을 수 있으며 신용회복, 금융지원 등 특별법에 담긴 각종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이 같은 피해신청 과정에 회의감을 느끼는 피해 임차인들이 상당한 실정이다. 피해확인서 신청 과정이 두 달 넘게 걸릴 뿐만 아니라 신청에 필요한 서류를 마련하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서구 괴정동 다가구주택 전세사기 피해를 입은 김모(40대) 씨는 "특별법으로 피해 구제 받기 위한 과정이 험난하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가진 돈도 없을 뿐더러 정신적 피해 때문에 기본 일상도 제대로 보내지 못하고 있다. 그 상태로 이것저것 알아보고 다녀야 하는 실정"이라며 "특별법·부동산 관련 법 등에 대해 자문을 구하려고 해도 변호사·법무사 비용이 없어서 인터넷 카페(커뮤니티)를 통해 정보를 얻고 있다. 그 정보도 다 달라 혼란만 가중된다"고 토로했다.

이어 "어렵게 피해 신청을 해놔도 결과를 알기까지 두 달이나 걸린다. 그 결과도 피해 지원을 받기 위한 시작에 불과할 뿐 모든 과정의 결과가 아니다"라며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하려면 피의자의 사기 행각 증거를 찾아와야 한다고 해서 포기한 주변인들도 많다. 모든 게 다 힘들다"고 말했다.

일부 피해자들은 특별법 속 피해자 인정 기준이 너무 높아 구제 자체를 포기하게 만든다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저리대출 등 피해자 지원 내용이 효과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유성구 전민동 피해 임차인 서모(30대) 씨는 "피해 인정 기준이 너무 높다. 주변에 이미 매각된 세대들은 (피해 인정)기준에 해당되지도 않아 피해 확인서 신청도 포기했다"며 "우선매수권이나 저리대출은 효과적인 지원책이 아니다. 전재산을 잃었는데 저리로 돈을 빌리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구 대흥동 피해 임차인 차모(40대) 씨는 "피해 원금을 다 받겠다는 게 아니다. 다만 최소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라도 만들어달라고 사정하는 것"이라며 "특별법 개정을 통해 우리는 물론 혹시 모를 이후의 피해자들이 적절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해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한편, 국토부는 14일 특별법 지원을 받을 322명에 대한 피해자 인정 결정을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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