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9년 만의 보건의료 총파업, 공공의료·인력 확충 답 찾아야
간호사, 의료기사, 요양보호사를 주축으로 하는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13일 역대 최대 규모의 총파업에 들어갔다. 2004년 의료민영화 저지·주 5일제 관철을 요구한 파업 후 19년 만인 이번 총파업에는 전국 140개 의료기관에서 4만5000명이 참여했다. 전국적인 의료대란은 벌어지지 않았으나 일부 병원에서 혼선이 불가피했다. 2년 전 맺어진 ‘9·2 노·정합의’가 겉돌다 노사정 간 파국이 빚어진 것이다.
이들의 요구는 국민의 생명권·건강권과 직결된다.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전면 확대’는 환자가 비싼 간병비 부담 없이 24시간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현재 간호사 1인당 24명에 달하는 환자 수를 선진국 수준인 ‘1인당 5명’으로 제도화하는 것도 간호사들의 과로와 환자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 시급하다. 무면허 불법의료 근절을 위한 의사인력 확충과 필수의료서비스를 책임지는 공공의료 확충도 이번 파업의 주된 현안이다. 이 요구사항들은 2021년 보건의료노조와 보건복지부가 ‘9·2 노·정합의’를 도출하며 합의한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속에서 공공의료 및 보건의료인력 부족 문제로 갈등하다 총파업으로 치닫기 직전 맺은 노·정 합의서는 2년간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
코로나19 비상사태가 끝나면서 정부 태도도 2년 만에 180도 달라졌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이날 당정회의 후 “민주노총 파업 시기에 맞춰 정부 정책 수립과 발표를 요구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막대한 위해를 끼칠 경우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한발 더 나아가 “필요하면 업무복귀 명령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합법적 쟁의절차를 거친 파업을 ‘정치파업’으로 규정하고, 정부는 대화·협상보다 강경대응으로만 치닫고 있는 셈이다.
공공의료·인력 확충 없이 붕괴 위기에 놓인 현 의료체계를 지키기 어렵다는 점은 의료현장에선 모두가 아는 현실이다. 윤석열 정부도 이를 국정과제에 담았지만, 뭐 하나 뚜렷한 해법이나 진척이 없다. 지금 정부가 할 일은 파업에 정치딱지를 붙이는 게 아니라 실효성 있는 로드맵을 세우고, 예산을 적시에 배정해 국민 전체의 이익에 부합할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다. 정부는 병원과 노조가 진정성 있는 대화로 해법을 찾을 수 있도록 중재자 역할에 힘쓰고, 국정과제로 책임 있게 뒷받침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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