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하의 '그런데'] 세계가 놀랄 한국의 의대 광풍
카리브해 연안의 도서국인 그레나다. 경기도 양주시 면적에, 인구 10만 명 정도밖에 안 되는 작은 섬나랍니다. 바나나와 카카오가 넘쳐나고 천혜의 자연풍광 덕에 관광업이 국민의 주 수입원이죠.
우리에겐 아주 낯선 이곳에, 최근 들어 눈독을 들이는 이들이 늘고 있습니다. 그레나다 의대에 진학하려는 입시생과 부모들입니다.
'그레나다 의대?' 하실지 모르겠지만, 관심이 높아지다 보니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에 빗대 '캐리비안 의대'라고도 불릴 정도가 됐죠.
나라가 작다 보니, 의대도 단 한 개밖에 없는데, 여길 졸업하면 미국 의사도 될 수 있고, 국내 의사 고시도 치를 수 있으며, 상대적으로 저렴한 학비와 생활비, 비자 편리성까지 갖춰, 이 먼나라, 한국에서까지 아들딸을 의사로 만들려는 학부모들이 눈독을 들이는 겁니다.
초등학생 '의대 입시반'이 등장하고, '지방대 의대까지 한 바퀴 돌고 난 뒤에야, 떨어진 뒤에야 학생들이 선택하는 서울대 공대'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는 뭘까요.
원래 이랬을까요. 아닙니다. 대학 시험에서 이과 전국 수석을 한 학생들이 거의 한결같이 '서울대 물리학과를 가겠다'고 했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물리, 수학 등 기초과학에 몰린 인재들이 탄탄한 도약의 기반을 마련한 1980, 90년대가 있었기에, 오늘날 우리가 반도체와 전기차, 바이오 등에서 세계를 선도하거나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거죠.
지난해 한국의 명목 GDP는 그 전보다 3계단이나 떨어졌습니다. 브라질에도 뒤처졌습니다. 의사가 되고 싶은 학생들의 꿈은 존중받아야 마땅합니다.
하지만, 세상에 어떤 직업들이 있는지도 모르는 아이를 의사로 만들기 위해, 필리핀 등 동남아를 넘어 헝가리와 체코 등 동유럽, 그리고 몽골과 우즈베키스탄을 넘어 이젠 카리브해까지 다다른 현대판 맹모삼천지교.
내 아이가 미래의 빌게이츠가 될 수도, BTS를 탄생시킨 방시혁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왜 생각지 못하는 걸까요.
세상은 전기차가 날아다니고, 우주에 집을 짓고 있는데, 한국엔 온통 청진기를 든 사람만 남아있는 건 아닐지, 걱정되는 건 당연한 거겠죠.
아, 미래에 AI가 의료를 커버하면 이 사람들은 다 백수가 될 수도 있는 거네요.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세계가 놀랄 한국의 의대 광풍'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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