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겪어보지 않으면 모릅니다"…'노키즈존 카페' 업주들 호소 [여기잇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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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키즈존' 논란에 업주들 반응 들어보니
"다른 손님 배려·배상 책임 등 예방 위함"
정치권서 반대 목소리…"퍼스트키즈 대한민국"돼야
최근 아동의 출입을 금지하는 '노키즈존(No Kids Zone)' 카페가 성행하는 것과 관련, 아동이 잠재적으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존재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노키즈존을 강행하는 업주들 사이에서는 "겪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며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반응이 흘러나온다.
'노키즈존'이란 영유아나 어린이를 동반한 고객들의 출입을 금지하는 음식점, 카페 등을 말한다. 기자가 만난 노키즈존 카페 업주들은 부모가 아이들을 제지하지 않아 타 손님들에게 끼치는 피해가 잇따른다는 점과 아이가 원치 않게 다쳐 생길 배상금 등에 의한 피로감과 위험성을 막고자 노키존으로 전향하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송파구에서 노키즈존 카페를 운영하는 30대 업주 김모 씨는 "일부 부모님들이 아이들을 방치하고, 인테리어를 훼손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해 결국 노키즈존 카페로 바꾸게 됐다"며 "아이들에 대한 관리가 잘 된다면 노키즈존이 굳이 필요 없지만, 문제가 생기면 업주 입장에서는 피해가 막심하다"고 털어놨다. 김 씨는 "벽에 낙서하거나 음료 잔을 깨는 상황이 몇차례 벌어지다보니 '아이를 데려오신 분들에게는 피해보상 서약서를 받아야 하나' 고민하다 결국 카페 자체를 노키즈존으로 바꾸게 됐다"고 설명했다.
제주연구원 사회복지연구센터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 등록된 노키즈존 업장은 542곳에 달하지만, 앞으로 그 숫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는 해석이 나온다. 자영업자들이 모여있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노키즈존 전향'과 관련된 글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 10일 한 자영업자는 "애들 손님만 오면 힘듦이 10배 늘어 결국 노키즈존으로 바꿨다"며 "애를 너무 방치하는 게 문제다. 카페 내에서 사용하는 비품들이 고가인데, 아이들로 인해 망가져 160만원가량의 피해를 봤다"고 토로했다. 다른 자영업자도 "아이 엄마가 2~3세 영유아를 데리고 와서 포크, 가위, 집게, 아기 의자 등등 달라고 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아이들 물품 같은 것도 그냥 버리고 가는 경우가 빈번해 노키즈존으로 바꿀 생각을 하고 있다"고 공감했다.
노키즈존의 필요성을 느끼는 것은 업주들뿐만 아니라 시민들도 마찬가지다. 한국리서치가 지난 2월 전국의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대다수가 노키즈존을 허용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노키즈존으로 가게를 운영하는 것 자체가 '업장 주인의 자유에 해당하고 다른 손님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기 때문에 노키즈존에 동의한다'는 의견은 73%나 나왔다. 반면 '어린이와 어린이 동반 손님을 차별하는 행위고, 출산 및 양육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므로 노키즈존을 허용할 수 없다'는 비율은 18%에 그쳤다.
노키즈존이 늘어나는 것에 대해 답변한 시민 78%가 '자기 자녀를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일부 부모들' 때문이라고 답했다. 업주 탓이 아닌 아이를 제대로 양육하지 않는 부모 때문이라는 것. 부모가 주의를 주지 않는 아이 때문에 다른 손님이 피해를 보고, 어린이 안전사고로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노키즈존 지정이 필요하다는 반응이다.
이 조사에서 노키즈존을 통해 '어린이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는 69%, '매장 내 시설물 손상을 막을 수 있다'는 66%를 기록했다. 시설물 파손 및 안전사고 예방 효과에 대해서도 전체 응답자의 3분의 2 이상이 동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키즈존으로 지정하면 아이들로 발생하는 사고와 피해, 그리고 뒤따르는 배상 책임 등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
노키즈존 카페를 운영 중인 직원 20대 김모 씨는 "카페 외부에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위험하고 가팔라서 안전상의 이유로 노키즈존을 만들었다"며 "사고의 위험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부모님들이 '2층에 아이들 왜 가면 안 되냐'고 말씀하시면 충분히 계단에 대한 위험성을 설명한다"며 "그러면 보통 다들 이해하시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인근에서 다른 노키즈존 카페에서 근무 중인 20대 박모 씨도 "안쪽 좌석에 딱딱한 계단 형식의 좌석이 있는데, 아이들에게 위험하고 다칠 우려가 있어 노키즈존으로 해뒀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노키즈존 지정이 어린이와 어린이 동반 손님의 입장을 완전히 제한하는 명백한 차별이며, 이 같은 분위기가 출산율이나 육아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은 "어른들이 방해받지 않는 환경을 만들려는 노키즈존은 최근 몇 년간 한국에서 눈에 띄게 인기를 끌었다"며 "카페와 식당에서 아이들을 막는 것은 출산 장려에 역효과를 낼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저출산 문제 해결이 시급한 국가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노키즈존은 이를 역행하는 조치로 아이를 양육하는 데 부정적인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도 노키즈존에 반대한다는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고 있다. 지난 11일 이성만 무소속 국회의원은 노키즈존 등 '아동 차별에 대한 실태조사'와 '아동 친화업소 지정' 골자로 하는 '아동복지법 일부개정법률안' 2건을 발의했다. 아동이 차별받지 않고 아동 친화 환경의 조성 촉진하기 위한 시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것.
이 의원은 "우리 모두 어린 시절이 있었고 이웃과 사회의 환대가 있었기에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라며 "아동은 우리 사회에서 환영받고 돌봄 받아야 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도 지난 5월 4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에서 "한 아이의 엄마로서 노키즈 대한민국을 퍼스트키즈 대한민국으로 만들겠다"며 "너무나 부족한 공공 놀이터를 비롯해 어린이가 자유롭게 여가를 누릴 수 있는 공공시설이 확대되도록 정부 부처와 지자체에 촉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노키즈존과 반대로 모든 어린이를 환영한다는 취지의 '서울시 키즈오케이존' 사업도 시행 9개월 만에 500개소를 돌파해 눈길을 끌었다. 키즈오케이존은 모든 아이가 환영받고, 엄마와 아빠가 마음 편히 이용할 수 있는 음식점에 해당한다. 시는 올해 해당 사업에 예산 1억5000만원을 편성해 "(카페 등에서) 적극적으로 아이들 놀 수 있는 환경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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