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호함 없는 한국의 대중국 외교

최현준 2023. 7. 1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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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달 새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재닛 옐런 재무장관 등 미국 고위 관료들의 중국행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는 (중국에 대한) 디리스킹(위험 제거)을 지지한다" "우리와 동맹국의 안보 이익을 지키기 위한 표적 조처들을 할 것이다"라는 말은 그동안 중국을 때려온 미국의 기존 태도와 일치한다.

대만을 둘러싼 미-중 갈등이 치열한 상황에서, 중국이 가장 민감해하는 문제를 두고 미국 편을 들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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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연합뉴스

[특파원 칼럼] 최현준 | 베이징 특파원

최근 한달 새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재닛 옐런 재무장관 등 미국 고위 관료들의 중국행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중국에서 다양한 발언을 했는데, 서로 배치되는 것처럼 보이는 말들이 적지 않다.

“우리는 (중국에 대한) 디리스킹(위험 제거)을 지지한다” “우리와 동맹국의 안보 이익을 지키기 위한 표적 조처들을 할 것이다”라는 말은 그동안 중국을 때려온 미국의 기존 태도와 일치한다. 하지만 “미·중 간의 강한 경제교류는 양국 모두에 이익이 된다” “미국은 중국과의 디커플링(분리)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말은 중국과 사활을 걸고 경쟁하는 미국 고위 관료의 발언인지 의문이 들게 한다. 종합하면, 중국과 필요한 경제교류는 계속하겠지만 국가안보가 걸린 핵심 영역에서 경쟁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로 보인다.

한 손을 꽉 쥐어 중국을 때리면서, 다른 쪽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는 미국의 태도를 놓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중국을 더욱 궁지에 몰아넣기 전에 상황을 관리하기 위한 판짜기라는 해석이 있고, 미국이 일방적으로 중국을 때린다는 인상을 피하기 위한 행동이라는 분석도 있다. 여러 말들이 나오지만, 결국 미국의 이익을 지키고 국제 정세를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기 위한 외교술이라는 데 의견이 일치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중심으로 중국이 내놓는 대내외 메시지 역시 상반되는 면이 적지 않다. 지난달 초 네이멍구 자치구를 찾은 시 주석은 “높은 수준의 과학기술 자립을 이룩하고 (…) 극단적인 상황에서 국가경제의 정상적인 운영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지난 11일 당 행사에서는 “높은 수준의 개방경제를 위한 새로운 시스템 마련”을 주문했다. 미국과 싸움 외에 유럽과 남미, 아프리카 등의 국가를 상대해야 하는 국가 지도자로서, 자립과 개방이라는 상반된 가치를 동시에 요구하는 것이다. 올해 반간첩법과 대외관계법 등을 새로 만들어 사회감시·관리를 강화하는 중국 당국도 외국 기업인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에서는 시장 자유를 보장하겠다며 중국 내 투자를 권유하고 있다.

이렇듯 해석이 필요한 미·중과 달리, 중국을 대하는 한국의 태도는 명쾌해 보인다.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 방문 직전 외신 인터뷰에서, 대만해협 긴장 고조와 관련해 “힘에 의한 현상변경 시도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해 중국의 반발을 샀다. 대만을 둘러싼 미-중 갈등이 치열한 상황에서, 중국이 가장 민감해하는 문제를 두고 미국 편을 들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지난달에는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중국 패배에 베팅하는 이들은 나중에 반드시 후회한다”며 한국의 대미 편향 외교를 비판하자, 그를 구한말 조선 내정에 간섭했던 청나라 위안스카이에 빗대며 사실상 교체를 요구했다. 싱 대사의 고압적 발언이 부적절하긴 했지만, 대통령까지 나설 일이냐는 지적이 나왔다. 한 보수 매체는 정부 태도에 발맞추듯 ‘이제 탈중국이 필요하다’는 기획 기사를 썼다.

미국·유럽 지도자들이 중국을 ‘경쟁자’, ‘도전’으로 규정하면서도 앞다퉈 중국을 찾는 것은 다른 이유가 아니다. 중국이 필요한 분야가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최대 무역 상대국이자, 대북 안보 측면에서도 절실하게 중국이 필요한 한국도 좀더 유연한 대중국 정책이 필요하다.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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