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NGO] 알면 알수록 안 할 수 없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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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환경시민단체 녹색연합에 들어오고 나서 주변에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입니다.
환경운동이 뭔지, 활동가란 어때야 하는지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을 지나, 현장을 찾고, 기자회견을 열고, 정책을 들여다보고, 제도를 바꾸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생활이 일상이 됐습니다.
여길 터전 삼았던 동물들은 어디로 갔을까? 잘린 나무와 집을 잃은 산양과 담비는 이해할 수 없을 일이었을텐데.
환경단체 활동가라는 소개에 가장 많이 듣는 반응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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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NGO]
박은정 | 녹색연합 자연생태팀장
“어쩌다 이 일을 시작하게 되셨어요?”
5년 전, 환경시민단체 녹색연합에 들어오고 나서 주변에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입니다. 대답할 때는 항상 머쓱해지곤 합니다. 큰 뜻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방송국에서 일하다 여러 이유로 이직을 준비하던 무렵 단체의 활동가 공채 공고가 떴습니다. 몇몇 시민단체 후원하는 것 말곤 경력도 지식도 부족했습니다. ‘안 되겠지? 그래도 넣어나 보자’ 라는 마음으로 지원했다가 덜컥 합격해버린 겁니다. 환경운동이 뭔지, 활동가란 어때야 하는지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을 지나, 현장을 찾고, 기자회견을 열고, 정책을 들여다보고, 제도를 바꾸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생활이 일상이 됐습니다. ‘어쩌다 활동가’가 제법 활동가의 꼴을 갖출 수 있었던 건 역시 ‘현장’의 힘입니다.
“현장에 답이 있다.”
녹색연합 활동을 소개할 때 빠지지 않는 문구입니다. 저는 생태보전 담당 활동가입니다. 백두대간과 비무장지대(DMZ) 생태 축에서 벌어지는 개발과 훼손 현장을 조사하고, 그 중요성을 알립니다. 또 육상생태계의 야생동물 서식지를 보전하기 위한 활동을 합니다. 산으로 들로 향하는 몸은 고되고, 끊이지 않고 터지는 문제들에 마음이 지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태보전운동을 계속하는 것은 현장을 바탕에 둔 활동을 해서일지 모릅니다.
활동가가 된 뒤 처음 나선 야생동물 조사에서 도로건설 현장을 목격했습니다. 뚝 잘려나간 산허리, 이어져 있던 산은 끊겨있었고 그 드러난 속살에 콘크리트가 뿌려지고 있었습니다. 건너편 봉우리를 향해 능선을 따라 걷던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참담한 광경을 한참 바라보았습니다. 여길 터전 삼았던 동물들은 어디로 갔을까? 잘린 나무와 집을 잃은 산양과 담비는 이해할 수 없을 일이었을텐데. 백문불여일견이라는 오랜 말을 몸소 강렬히 경험했습니다. 지금도 잊히지 않는 첫번째 현장의 강렬한 경험에서 저는 활동의 답을 찾았습니다.
“좋은 일 하시네요.”
환경단체 활동가라는 소개에 가장 많이 듣는 반응 중 하나입니다.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하며 고민합니다. 이런 좋은 일을 왜 다들 하지 않을까? 좋은 일이지만 내 일은 아니라는 말의 다른 표현인가? 하지만 이런 좋은 일을 한다고 했을 때 걱정스러워 하던 부모님을 설득할 때 저도 이렇게 말했습니다. “좋은 일 하는 거잖아요. 어디 가서 나쁜 짓 하고 돌아다니는 것보다 낫지 않아요?”
이 좋은 일을 더 많은 사람과 함께하기 위해서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아직 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다만 환경운동이 남 좋은 일만이 아니고 결국 내게 좋은 일이라는 점은 확신합니다. 산에 난 생채기를 목격했지만, 그대로 아름다운 산을 알게 됐습니다. 웅담채취용 사육곰의 고통을 목격했지만, 척박한 환경에서도 살아남은 산양의 꿋꿋함을 배웠습니다. 전쟁의 비극이 현재진행형인 비무장지대의 아픔을 목격했지만, 단절 속에서 연결되고 피어난 온갖 생명들의 경이로움을 느꼈습니다. 어쩌다 시작한 환경운동, 알면 알수록 안 할 수 없습니다. 자연에 닥친 이 위기를 외면하는 것이 제게는 더 힘든 일이고, 내가 사랑하는 것을 지키는 게 나를 위한 일이니 별수 있나요?
그래서 오늘도 나를 위해 좋은 일을 합니다, 환경운동!
‘각자도생의 시대 나는 왜 공익활동의 길을 선택했고, 무슨 일을 하며 어떤 보람을 느끼고 있는가?’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의 투고(opinion@hani.co.kr)를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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