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킬러 규제’로 몰아치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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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기업인들의 투자 결정을 막는 결정적 규제, '킬러 규제'를 팍팍 걷어내라"고 주문했다.
중대재해처벌법,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 화학물질 관리법, 대형마트 의무휴업법 등을 겨냥한 발언으로 알려졌다.
중대재해처벌법을 시행한 지 1년 반이 지났다.
정착단계에 있는 중대재해처벌법을 투자를 막는 킬러 규제로 보고 개정에 나서면, 근로자 안전 조치가 중하지 않다는 신호로 잘못 읽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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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임영섭 | 재단법인 피플 미래일터연구원장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기업인들의 투자 결정을 막는 결정적 규제, ‘킬러 규제’를 팍팍 걷어내라”고 주문했다. 중대재해처벌법,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 화학물질 관리법, 대형마트 의무휴업법 등을 겨냥한 발언으로 알려졌다. 경제 활성화의 걸림돌을 제거하겠다는 취지이나 자칫 몰아치기로 더 중요한 것을 잃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문민정부 때인 1993년 경제 살리기 일환으로 ‘기업규제완화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만들어 안전관리자의 선임, 안전검사 등을 완화한 적이 있다. 안전규제를 경제규제의 하나로 본 이 조치는 몇몇 규제의 완화가 아니라 안전이 경영의 후순위라는 잘못된 인식을 갖게 했다. 그 결과 1981년 산업안전보건법 제정 이후 괄목할 수준으로 감소하던 산업재해율이 10년 간 정체했다.
영국의 규제방식을 지시적 규제에서 목표 기반 규제로 바꿈으로써 산재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여 영국을 안전 일등국으로 만든 토대가 된 로벤스 보고서는 준비부터 법제화까지 노동당과 보수당 정부가 교대로 집권했다. 로벤스위원회는 1970년 노동당 정부에서 출범했으나 실제 활동과 보고서 제출은 보수당 정부에서 이뤄졌다. 보고서의 법제화는 1974년 노동당 정부에서의 일이다. 안전문제를 진영논리가 아니라 과학논리로 접근한 것이다. 미리 방향을 정하고 밀어부치지 않았다. 2년에 걸쳐 183개 기관 등의 의견과 자료를 구했으며 감독관, 행정관료, 경영계, 노동조합과 비공식적 대화를 진행했다. 당시 영국의 규제와 실태를 면밀히 분석해 무엇이 문제인지를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근본적 방안을 찾아냈다. 이를 바탕으로 노사와 정부 그리고 의회를 설득한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을 시행한 지 1년 반이 지났다. 재해감소 숫자로만 보면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이 법 시행으로 안전에 대한 투자와 안전관리 조직이 확충됐고, 무엇보다 사회전반의 안전인식 개선에 크게 기여했음을 인정해야 한다. 이러한 효과가 재해감소로 이어지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책임자에게 안전보건 확보의 책임을 지우는 것으로서, 지금은 이 제도가 정착해가는 단계다. 그간 이뤄진 3건의 판결에서 이 법의 법리를 인정하고 있음도 평가해야 한다. 판례의 축적과 함께 경영책임자가 무엇을 어느 수준으로 조치해야 하는지를 정해나가고 이를 현장에서 충실히 이행하도록 해야 한다.
문민정부의 안전규제 완화조치가 규제완화 그 자체보다 잘못된 인식을 줬던 것이 더 큰 문제였음을 기억해야 한다. 정착단계에 있는 중대재해처벌법을 투자를 막는 킬러 규제로 보고 개정에 나서면, 근로자 안전 조치가 중하지 않다는 신호로 잘못 읽힐 수 있다.
과도한 규제는 바로 잡아야 한다는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지시’에 따른 몰아치기식 추진은 실적을 위한 개혁, 보여주기식 개혁에 급급하기 마련이다. 졸속한 개혁은 경제 활성화보다는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안전장치를 잃게 하거나 소모적 논쟁을 초래하는 부작용만 키울 수 있다. 노사와 여야를 설득할 수 있는 충실한 개혁안을 마련하고 충분한 사회적 논의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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