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체 드러나는 ‘윤석열 특활비’... 검찰의 거짓말과 동문서답

임선응 2023. 7. 1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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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오리발’ 이번엔 제대로 걸려들었다

검찰 내부에서는 특수활동비를 ‘오리발’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지출 증빙이 워낙 허술한 탓에 허투루 쓰다 걸려도 딱 잡아떼면 그뿐이기 때문이다. 잘 숨어다니던 ‘검찰 오리발’이 이번에는 뉴스타파 취재망에 제대로 걸려들었다.

뉴스타파와 세금도둑잡아라, 함께하는시민행동,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등 3개 시민단체는 지난 6월 23일 처음으로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이 쓴 특수활동비의 집행 기록을 확보했다. 검증 결과, 몇 가지 중요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 특수활동비 74억 원의 지출 증빙자료 등 집행 기록이 통째로 폐기된 사실(관련 기사: 2017년 대검 특활비 74억 집행기록 없어졌다... 무단 폐기 의혹)과 함께 검찰 특활비가 전액 현금으로 지출됐고, 이 중 절반 가량은 ‘총장 몫 특활비’였으며, ‘총장 몫의 특활비’는 별도의 계좌에 보관돼 총장 비서실에서 ‘이중 장부’ 형태로 관리하고,  검찰총장이 지출의 전권을 가진다는 것. (관련 기사: ‘총장 몫 특활비’ 136억, 별도 계좌에서 ‘이중 장부’로 관리)

검찰 특수활동비의 실체가 조금씩 드러나면서 세금 오남용 의혹이 제기되고 있지만, 검찰은 스스로 진상을 밝힐 의지는 보이지 않은 채 ‘거짓말’과 ‘동문서답’ 식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다. 

검찰의 대응 ① 말장난

뉴스타파와 3개 시민단체가 검찰 특수활동비의 검증 결과를 발표한 이후 검찰은 지난 6일, ‘대검찰청 대변인실에서 알려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배포했다.

검찰은 먼저, 총장 몫 특수활동비를 보관하는 별도 계좌가 존재한다는 사실에 대해 아래와 같이 해명했다.

검찰총장실에 별도 계좌가 존재하는 것처럼 인용보도한 입금의뢰명세서는 국고에서 대검찰청 관서계좌로 이체한 금원을 운영지원과로 입금의뢰한 서류이고, 별도 계좌가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 대검찰청  입장문(2023.7.6)

얼핏 보면 총장 몫 특수활동비를 담아두는 별도의 계좌가 없다는 이야기처럼 들린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대검찰청 관서계좌’, 즉, 대검찰청의 주거래 은행인 신한은행 계좌에 있던 돈을 대검 ‘운영지원과로 입금의뢰’, 그러니까 별도의 계좌로 보냈다는 설명을 어렵게 해놓은 것이다. 

검찰은 이런 교묘한 말장난이 아니라, 검찰총장이 임의대로 쓸 수 있는 총장 몫 특수활동비가 대체 왜 검찰 전체 특활비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지, 총장은 이 막대한 국민 세금을 어디에 쓰는지 해명했어야 한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 

▲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인 2019년 8월, 대검찰청에서 작성한 ‘입금의뢰명세서’. 총장 몫 특수활동비를 보관하는 별도 계좌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다음으로 총장 몫 특수활동비가 두 개의 장부, 즉, ‘이중 장부’ 형태로 관리된다는 사실. 검찰은 일단 이중 장부의 존재는 인정했다.

대검찰청 운영지원과에서는 특수활동비 전체를 ‘지출내역기록부’로 관리하고 있으며, 검찰총장실은 운영지원과로부터 일부 이관받은 특수활동비를일선청 수사 및 정보수집 활동 상황 등에 따라 집행한 내역을 관리... (중략)
- 대검찰청 입장문(2023.7.6)

그런데 검찰은 슬쩍 다음과 같은 주장을 덧붙였다.

일부 언론에서 ‘이중장부’라는 취지로 보도하였으나, 집행 내역을 세부적으로 철저하게 관리한 것이고... (중략)
- 대검찰청 입장문(2023.7.6)

뉴스타가 보도한 대로 이중 장부가 존재하는 것은 맞지만, 이는 총장 몫 특수활동비를 철저한 관리하기 위한 ‘시스템’이라는 취지의 해명이다. 특수활동비의 투명한 집행과 관리를 위해 이중 장부를 작성하고 있다는 것인데,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이처럼 검찰은 말장난 같은 어법과 교묘한 표현으로, 이제 막 드러나기 시작한 검찰 특수활동비의 실체를 어떻게든 숨기려 하고 있다.  

▲ 뉴스타파가 최초로 확인한 ‘검찰총장 몫 특수활동비’의 장부

검찰의 대응 ② 거짓말

뉴스타파는 지난 6일, 문무일 검찰총장의 총장 몫 특수활동비의 이중 장부를 찾아내 그 실체를 보도했다. (관련 기사: 문무일 전 검찰총장, ‘무증빙 특활비’ 최소 2억... 회계 부정 의혹)

확인 결과, 2017년 9월부터 12월까지 4개월 치 집행분 중에서 최소 2억 원에 이르는 특수활동비가 A4 한 장짜리 영수증마저 남기지 않은 채 ‘무증빙’ 상태로 집행된 것으로 밝혀졌다. 특수활동비 2억 원을 어디에, 왜 썼는지 확인할 수 없는 탓에 비자금 조성 의혹까지 사고 있다.

▲ 2017년 9월부터 12월까지 문무일 총장이 아무런 증빙 없이 지출한 총장 몫 특수활동비는 최소 1억 9,000여만 원으로 확인됐다.

또한 문무일 총장 비서실이 관리한 이중 장부를 검증한 결과, 20개월 치에서 총장 몫 특수활동비 지출 총액과 뒤에 붙이는 영수증 같은 지출 증빙자료의 합계액이 도무지 맞아떨어지지 않았다. 회계 부정 의혹이 제기된다. 

검찰의 주장대로, 이중 장부가 총장 몫 특수활동비를 철저히 관리하기 위한 시스템이라면, 위에서 지적한 ‘무증빙 지출’과 합산이 안 맞는 ‘엉터리 회계’ 처리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 총장 몫 특수활동비를 잘 관리하기 위해 이중 장부를 작성한다는 검찰의 해명이 궁색하다. 

또 있다. 지난 7월 4일, 이원석 검찰총장은 청주지방검찰청을 방문한 자리에서 법조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2017년 9월에 특활비와 관련한 관리 지침이 개정돼 엄격하게 관리하고 지침에 따라 용도와 절차에 맞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 이원석 검찰총장 (2023.7.4)

그런데 뉴스타파와 3개 시민단체가 확인한 총장 몫 특수활동비의 무증빙 지출과 엉터리 합산 모두 이원석 총장이 특활비를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공언한 2017년 9월 이후에 발생했다.

▲ 지난 4일, 이원석 검찰총장이 청주지방검찰청을 격려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총장 몫 특수활동비’의 부실 회계, 회계 부정 의혹까지 제기되는 국면에서 ‘이중장부’를 작성해 특활비를 철저히 관리했다는 검찰의 해명은 결국 특활비의 실체 규명을 막으려는 ‘거짓말’인 셈이다.

검찰의 대응 ③ 동문서답

앞서 뉴스타파는 검찰의 특수활동비 일부 자료가 폐기된 사실을 확인해 불법 폐기 의혹을 제기했다. (관련 기사: 검찰의 거짓말... 특활비 기록 불법 폐기 확인)

이후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뿐만 아니라 서울 지역의 다른 검찰청 3곳에서도 특수활동비 증빙 내역이 모두 사라진 사실을 추가로 밝혀냈다. 상당수 검찰청에서 특수활동비 기록을 몰래, 무단 폐기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관련 기사 : 다른 3개 지검·고검 특수활동비 기록도 증발... 검찰 ‘조직적 폐기’ 의혹)

검찰은 그러나 조직적인 불법 폐기 의혹에 대한 답변을 줄곧 피하며 “가지고 있는 자료를 모두 공개했다”는 엉뚱한 답변만 내놨다. 검찰 특수활동비 의혹의 본질과 핵심을 비켜간 ‘하나마나한’ 해명이다. 

검찰은 판결 확정 이후 판결의 취지에 따라 보관되어 있던 특수활동비집행자료를 전부 제출하였습니다. 다만, 2017. 9.경 특수활동비 관리 제도가 개선·강화되기 이전 자료 중 일부는 관리되고 있지 않아 부득이 제출하지 못하였고...
- 대검찰청 입장문(2023.7.5)

뉴스타파는 수사 등 기밀 유지가 필요한 상황이 있을 때마다 지급해야 할 검찰 특수활동비의 절반가량이 매달 65개 검찰 조직과 특정 직위에 있는 15명 안팎의 검사들에게 고정적으로 배분돼 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 보도했다. (관련 기사: 검찰 특수활동비 292억 중 절반은 월급처럼 현금 정기지급)

특수활동비가 예산의 목적대로 기밀 수사 등에 쓰인 게 아니라 일부 검사들의 ‘쌈짓돈’으로 유용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특수활동비가 정말로 수사 등 기밀 업무에 사용된 게 맞다고 입증해 의혹을 풀어야 하는 검찰은 구체적인 설명 없이 “특활비를 개인이 아닌 부서, 기관에 지급했다”는 ‘동문서답’ 식 입장만 밝혔다. 

더구나 검찰은 특수활동비를 둘러싼 모든 문제를 지난 문재인 정부 탓으로 돌리는 주장으로 입장문을 마무리하고 있다.

이번에 공개된 특수활동비 등 사용내역은 지난 정부 5년 동안 법무부의 집행 계획과 지침에 따라 전국 검찰청의 수사 및 정보수집 활동에 집행된 것이며, 그 기간 동안 법무부에서 관련 지침 준수 여부 및 증빙자료 구비 여부 등을 점검하였습니다. 
- 대검찰청 입장문(2023.7.6)

뉴스타파와 3개 시민단체가 검찰 특수활동비 집행 자료를 확보해 검증을 시작한 지 3주가 지나고 있다. 검찰 특수활동비와 관련해 지금까지 밝혀낸 사실과 합리적 의혹은 아래와 같다.

① 특수활동비 증빙 자료의 집단적 무단 폐기 확인 ② 이 같은 불법 행위가 조직적으로 이뤄졌을 가능성 ③ ‘총장 몫 특활비’의 존재, 규모 확인 및 현금 보관용 금고의 존재 가능성 ④ ‘총장 몫 특활비’의 무증빙 지출 확인 및 회계 부정 의혹 ⑤ ‘13월의 돈잔치’와 ‘명절 무더기 지급’ 등 특활비 오남용 가능성.

대검찰청, 뉴스타파의 취재와 해명 요청 거부 중  

지금까지 검찰의 대응을 봤을 때, 그 어떤 사안에 대해서도 검찰 스스로 진상을 규명할 의지는 없어 보인다. 대검찰청은 현재 특수활동비 등 검찰 예산에 대한 뉴스타파의 취재와 해명 요청을 거부하고 있다.

기록물을 무단 폐기하는 것은 7년 이하의 징역,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범죄 행위이기 때문에, 검찰 조직 내에서 범죄 행위가 일어났다고 저희가 추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거죠. 여기에 대해서 검찰은 해명을 하지 않고 엉뚱한 이야기만 계속 반복하고 있습니다. 
- 하승수 변호사 /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 (2023.7.6)

진상 규명 의지 없는 검찰... “국정조사, 특검으로 특활비 실체 밝혀야”

이런 상황에서 수사권,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는 막강한 권력기관인 검찰을 상대로 진상을 규명할 수단과 방법은 몇 가지 되지 않는다. 국회 국정조사와 특별검사 도입이 거론된다.

이런 부분에 대한 진상 규명을 위해서는 언론과 시민단체의 추가 노력도 필요하겠지만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가 나서야 합니다. 국정조사를 실시함으로써 진상 규명을 해야 합니다. 국회 차원의 진상 규명에 어려움이 있다면 특검을 도입해서라도 검찰 조직 내에서 국민 세금을 놓고 이뤄진 각종 불법, 부당 의혹에 대해서 남김 없이 진상이 규명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 정진임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소장 (2023.7.6)

뉴스타파와 3개 시민단체가 찾아낸 검찰 특수활동비 의혹은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 수십 년 동안 감춰져 있던 ‘검찰 오리발’의 실체가 겨우 수면 위로 떠올랐고, 독립언론과 시민단체의 검증은 막 첫걸음을 뗐을 뿐이다. 

뉴스타파 임선응 ise@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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