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임파서블7 "톰 형을 갈아 넣은 완벽한 첩보 액션"
최근 좋아하는 액션 영화 시리즈를 볼 때마다 마음이 무겁다. 환상적인 감동과 재미를 주는 배우들을 슬슬 떠나보내야 할 때가 다가오기 때문이다.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에서 해리슨 포드가 대표적이다.
인디아나 존스는 TV에서 처음 봤다. 워낙 오래된 영화라 극장에선 볼 수 없었다. 극장에서 처음 마주한 건 4편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이다. 재치있는 유머, 특유의 액션, 흥미로운 서사로 어린 시절부터 재밌게 감상한 시리즈인데 어느새 해리슨 포드가 81세다. 운명의 다이얼과 함께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에서 그를 볼 수 없다는 것이 너무나도 슬펐다.
또 하나의 배우를 보며 비슷한 감정을 느낀다. 바로 톰 크루즈다. 12일 '미션 임파서블7: 데드 레코닝 파트 원'이 개봉됐다. 개봉 소식을 알고 찾아본 예고편 영상에서 톰 크루즈가 바이크 째로 뛰어내리는 장면을 보고 든 생각은 단 하나였다. 톰 형 나이도 있는데 살살 좀 하지…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에서 톰 크루즈의 남다른 액션 사랑은 유명하다. 그의 액션은 CG나 스턴트맨을 사용하지 않고 직접 촬영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인지 톰 크루즈의 액션 연기는 관객을 극도로 몰입하게끔 만든다.
절벽에서 바이크로 신뢰의 도약을 하는 장면을 보고 이 영화는 반드시 스크린으로 봐야겠다고 생각해 개봉 당일 극장을 찾았다. 그 선택은 옳았다. 비싼 티켓값을 감안해도 데드 레코닝은 극장에서 관람할 가치가 있는 영화였다.
본디 데드 레코닝이 시리즈 라스트 댄스일 예정이었지만, 감독이 속편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화관을 나서며 시리즈 마지막이 아니라 다행이라 생각했다. 스크린에서 어쩔 수 없는 톰 크루즈 세월의 흔적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지만, 아직 에단을 떠나 보낼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 역시 '진짜'가 주는 감동은 대단하다 느끼는 한편, 나이도 있는데 이제 CG나 스턴트맨의 힘을 빌려도 되지 않나 걱정스럽기도 한 감정이 교차했다.
데드 레코닝은 잠수함 세바스토폴에서 시작한다. 세바스토폴은 누구도 인지할 수 없다 자신할 만큼 대단한 스텔스 성능을 갖추고 있는 잠수함이다. 그런데 적 잠수함과 어뢰가 레이더에 탐지되더니 갑자기 사라지는 등 원인을 알 수 없는 오작동이 발생한다.
설상가상으로 세바스토폴이 적 잠수함을 향해 발사한 어뢰가 항로를 꺾어 세바스토폴로 날아오기 시작한다. 승무원들은 다급하게 제어 버튼을 눌렀지만 이상하게도 발사된 어뢰에는 어떤 조작도 먹히지 않았다. 결국 세바스토폴은 침몰하고 승무원은 모두 사망한다.
주인공 에단은 현상금이 걸린 동료 일사 파우스트가 소지한 열쇠를 회수하라는 미션을 승낙한다. 일사는 현상금 헌터에게 쫓겨 사막으로 몸을 숨긴 상태였다. 위기에 처한 동료를 구한 에단은 그녀로부터 반쪽 열쇠를 넘겨받고, 열쇠와 연관된 거대한 음모를 추적한다.
사막의 거점에 몸을 숨긴 일사와 현상금 헌터의 총격전은 마치 FPS 게임의 시나리오 모드를 연상시킨다. 여유 거리가 있는 전투 초반에는 자리를 잡고 저격으로 차근 차근 적의 숫자를 줄이는데, 조준 선과 에임이 보이는 조준경 속 화면은 내가 직접 저격하고 있는 듯한 현실감이 느껴진다.
거리가 좁혀진 이후에는 스나이프 대신 기관총으로 타깃을 사살하며, 적이 완전히 침입하기 전 몸을 숨긴 채 접근전 페이즈로 넘어간다. 일사는 에단이 도착하기 전까지 살아남는 데 성공함으로써 요원으로서 그녀의 실력을 보여줬다.
이후로는 액션보다 첩보 영화에 가까운 플롯이 전개된다. 벤지와 루터의 도움을 받아 공항으로 잠입한 에단은 자신의 뒤를 쫓는 요원을 유유히 따돌리는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주지만, 소매치기 그레이스의 돌발 행동과 그를 방해하는 정체 모를 디지털 공격에 곤경에 처하기도 한다.
이전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로 회귀한 듯 잠입과 첩보 활동이 주가 되지만 액션 또한 소홀히 다루지 않았다. 예고편에서 시선을 잡아끌던 절벽 바이크 점프 장면을 비롯해 클라이맥스에서 펼쳐지는 열차 액션은 그야말로 압도적인 퀄리티를 자랑한다.
자아를 손에 넣은 강 인공지능 엔티티가 이번 시리즈의 메인 빌런이다. 디지털 시대에 모든 데이터를 감시, 조작하고 왜곡 가능한 엔티티의 존재는 그야말로 현실판 빅 브라더 그 자체다. 엔티티의 가장 공포스러운 점은 수조 번의 계산을 통해 미래를 거의 완벽하게 계산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도입부의 세바스토폴 장면은 엔티티 탄생의 암시였으며, 에단이 손에 넣은 열쇠는 세바스토폴 안에 잠든 엔티티의 오리지널 소스 코드에 닿을 유일한 길이다. 각국이 엔티티를 손에 넣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상황. 본국조차 적이 된 상황 속에서 에단은 엔티티를 없애기 위한 불가능 미션에 돌입한다.
자아를 손에 넣은 AI가 메인 빌런이라니, 어딘지 익숙한 맛이다. 게임이라면 시스템 쇼크 시리즈의 쇼단이나 포탈의 글라도스, 영화라면 이글 아이의 아리아나 마블의 울트론이 연상된다. 그만큼 '기계의 반란', '강 인공지능 탄생'은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떡밥이다.
데드 레코닝 또한 클리셰적 탬플릿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기계와 인간, 자아와 감정 등 철학적인 문제를 깊게 파고들지는 않았다는 소리다. 다만 챗 GPT로 대두된 인공지능 발전에 대한 공포는 피부에 와 닿는 현실감을 자극하며, 심각한 와중에도 유머러스한 코드로 긴장감을 적절히 해소한다.
전작과의 오마주도 일품이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를 1편부터 본 관람객들은 "어디서 본 듯한 장면인데"라는 생각이 계속 들 것이다. 마치 지금껏 시리즈를 정주행한 팬들에게 보상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대표적으로 기차 위에서 혈투를 벌이는 장면이다. 이는 미션 임파서블 1편 피날레 전투 장면을 떠올리게 만든다. 당시에는 고속 열차 위에서 싸움을 펼쳤다. 이번에는 클래식 열차 위에서 싸우는 만큼 속도감을 다소 줄었지만 전투 장면을 한층 세밀하게 보여줘 급박함을 고조시켰다.
모래폭풍이 몰아치는 장면은 4편에서 볼 수 있다. 4편에서는 직접 발로 뛰면서 모래폭풍을 피했지만 이번에는 말을 타고 피한다. 참고로 이번 작품에서도 에단 헌트는 어김없이 달린다. 카메라 기술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이전과 달리는 속도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만약 아무 기술 처리가 없었다면 톰 크루즈의 관리 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특정 사물을 통해 웃음을 자아내는 기법도 여전하다. 이번 작품에서는 라이터가 활용됐다. 라이터는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급박한 전개 속에서 라이터가 언제 어디에서 나타날지 궁금증을 유발했고 등장할 때마다 영화관 속 관객들이 모두 폭소했다. 미션 임파서블 특유의 유머 장치가 제 역할을 톡톡히 수행한 것이다.
전개 측면에서는 다소 뻔한 부분이 많았다. 가령 후반 특정 전개나 라스트 신은 관객도 충분히 예측 가능할 정도다. 이전보다 플롯이 촘촘해지고 좀 더 개연성을 챙기긴 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미션 임파서블에 치밀하고 섬세한 서사와 충격적 반전 등을 기대하지는 않는다.
여주인공 그레이스의 지속적인 발암 행동이나 일사를 다루는 방식 등 아쉬운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영화 전체 측면으로 보면 아주 사소한 문제다. 이전 시리즈와 비슷한 결이지만 훨씬 세련된 방식의 전개, 쫄깃하게 숨통을 조이는 첩보 활동, 톰 크루즈를 갈아 넣은 시원시원한 액션을 보고 있자면 '이런 게 극장의 존재 이유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특히 시리즈에 대한 존중과 애정이 담긴 장면들이 좋았다. 역대 미션 임파서블 테마곡을 연이어 들을 때 느껴지는 감정이라고나 할까. 세월의 흐름에도 여전히 매력적인 에단의 모습을 보면 왠지 모를 애틋함과 뭉클함을 느끼고야 마는 것이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팬이라면 망설임 없이 예약하길 바란다. 직전 시리즈 폴아웃과 마찬가지로, 데드 레코닝 또한 극장에서 관람하지 못했다면 땅을 치고 후회하게 될 것이다. 파트 원도 이렇게 재밌는데 파트 투는 또 얼마나 재밌을지 벌써부터 설레고 있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에 서먹한 관객이라면 이번 기회에 죄 많은 남자 에단의 일대기에 관심을 가져보자. 아무 것도 모른 채로 단일 영화로만 관람해도 재밌겠지만, 기왕이면 로그네이션과 폴아웃 정도는 알고 가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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