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 ‘대전 트램’ 성공 요건은?
[KBS 대전] [앵커]
대전도시철도 2호선 트램과 관련해 이번 기획보도를 준비한 보도국 성용희 기자 나와 있습니다.
성 기자, 이번 주 기획보도를 이어가고 있는데, 먼저 오늘 보도한 트램과 교통체증 문제부터 좀 더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죠.
대전에 트램이 개통되면 교통체증이 좀 개선될 수 있는 겁니까?
[기자]
트램 개통과 동시에 바로 눈에 보이는 효과가 나타나면 좋겠지만, 그러긴 힘들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호주 멜버른 사례를 앞서 전해드렸지만 멜버른과 대전은 대중교통 인프라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인데요.
멜버른은 트램이 처음 도입된 게 1884년입니다.
물론 이때는 말이 끌고 다니는 형태이긴 했지만 이때부터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서서히 지금처럼 촘촘한 트램 노선을 갖춘 거고요.
이렇게 트램 노선을 확충하면서 승용차 이용을 억제하는 정책을 함께 추진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도심으로 나오거나 도심에서 이동할 때 차가 필요 없다, 오히려 더 불편하다, 이런 인식을 시민들이 당연하게 가지고 있는데요.
그런 덕분에 대중교통이 중심이 되는 교통체계가 갖춰진 거고요.
어쩔 수 없이 도심에 차를 가지고 나올 경우에도 심각한 체증 없이 돌아다닐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이렇게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멜버른이 지금처럼 바뀌는 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고 대전도 트램 효과를 보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거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일단 트램 건설 과정에서 도로 혼잡이 가중되는 건 불가피해 보입니다.
갑자기 차로가 줄고 공사까지 하다 보면 많은 구간에서 체증이 빚어지겠죠.
중요한 건 개통 이후일 텐데요.
대전시가 혼잡을 줄이기 위해 한밭대로를 확장하고 일부 구간을 지하화하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이건 임시방편에 그칠 수밖에 없고요.
근본적으로는 시민들이 승용차 대신에 트램을 비롯한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미 대중교통 인프라를 상당 부분 갖춰놓고 이걸 확대하는 과정에서 승용차 이용을 억제한 멜버른과 똑같이 할 수는 없겠죠.
갑자기 주차 공간을 줄이고 요금을 올리면 반발이 클 테니까요.
그래서 대전시만의 맞춤 대책이 필요하다는 건데, 일단 트램 노선으로 시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버스나 자전거, 개인형 이동수단과 연계를 잘해야겠고요.
트램을 타는 게 확실히 이득이라고 느낄 수 있게 정액권이나 요금 할인을 적극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앞선 리포트에서 전문가가 멜버른 도심에 승용차가 적다 보니 모두가 더 쉽게 이동할 수 있다고 했는데, 많은 시민이 이런 생각을 하도록 홍보나 캠페인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앵커]
성 기자가 며칠 동안 트램을 도입한 해외 도시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줬잖아요?
현지에서 직접 트램을 많이 타봤을 텐데, 어땠나요?
[기자]
네, 제가 이번 해외취재에서 호주 멜버른과 시드니 두 도시를 다녀왔는데요.
먼저 멜버른을 이야기하자면, 그야말로 트램 천국이었습니다.
지금 화면에 멜버른 트램 노선도가 보이실 텐데요.
노선이 정말 촘촘하게 놓여있습니다.
특히 가운데 녹색 부분이 승차권이나 교통카드 없이 트램을 자유롭게 탈 수 있는 무료 트램 구역인데요.
업무시설과 명소들이 몰려 있어 유동 인구가 정말 많은 곳인데 그물망처럼 격자로 트램 노선이 깔려 있습니다.
또 도심 외곽지역으로도 사방으로 트램 노선이 뻗어 있는데요.
저희 숙소가 무료 트램 구역 안에 있었는데 몇 걸음 걸어서 쉽게 트램 정거장에 갈 수 있었고요.
배차 간격이 짧다 보니 거의 바로 트램을 타고 원하는 곳들을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었습니다.
[앵커]
시드니는 트램 노선이 적은 대신 지하철이 함께 놓여 있잖아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멜버른하고는 많이 달랐을 것 같아요.
[기자]
네, 저희가 멜버른을 먼저 취재하고 그다음 시드니로 넘어갔는데요.
트램이 얼마나 편한 교통수단인지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시드니는 트램 노선이 3개고 우리나라의 지하철 격인 시티 레일 노선이 10여 개 놓여 있는데요.
그러다 보니 트램과 시티 레일을 함께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트램은 지상에서 버스처럼 곧장 탑승하지만, 시티 레일을 타려면 지하로 내려가 개찰구를 통과해야 하니까 상당히 불편하게 느껴졌습니다.
또 땅을 파서 역을 만들어야 하는 시티 레일보다는 버스처럼 간단히 정거장만 만들면 되는 트램이 훨씬 자주 멈춰서 사람들을 태울 수 있겠죠.
보행자가 느끼는 편리함 측면에서 지하철보다는 트램이 훨씬 좋다는 걸 몸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앵커]
이번 기획보도를 보다 보니까 멜버른이 도입한 무료 트램 구역이 흥미롭더라고요.
재정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 어떻게 가능한 건가요?
[기자]
네, 저도 그게 해외 취재를 시작하기 전에 궁금한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현지에서 전문가에게 물어봤는데 무료 트램 구역이 업무시설과 명소들이 몰려 있는 도심 중심부거든요.
그래서 아예 무료로 트램을 이용하는 승객들은 대부분이 관광객이거나 도심에 거주하는 일부 시민들이라 재정부담이 생각보다는 크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무료 구역 밖에서 트램을 타고 안으로 들어오거나 무료 구역 밖으로 벗어날 때는 교통카드를 단말기에 대고 그 부분에 대한 요금은 지불해야 하거든요.
다만 트램이 공공재 성격으로 운영되다보니 적자가 발생하고 있어서 멜버른시가 위탁한 민간 운영사에 손실을 보전해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무료 트램 구역을 계속 유지할 지에 대한 논쟁이 불거지기도 했는데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무료 트램 구역이 트램을 운영하는 데 심각할 정도의 손실은 아니기 때문에 최근 무료 구역을 유지하는 걸로 일단락 됐습니다.
[앵커]
이번 기획보도가 내일까지 예정돼 있죠?
마지막으로 내일은 어떤 내용을 다룰 예정인지 예고해주시죠.
[기자]
네, 현재 많은 해외 도시들이 도시재생과 탄소중립에 나서고 있죠.
여기에 트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사례들이 많은데요.
트램을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니라 도시재생과 탄소중립의 매개체로 활용해 미래를 대비하고 있는 해외 사례를 전해드릴 예정입니다.
성용희 기자 (heestor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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