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배우·작가 60여년 만에 동반 파업 돌입하나
할리우드에서 60여년 만에 작가와 배우가 동시 파업에 돌입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16만명의 배우들이 소속된 미국 배우·방송인 노동조합(배우조합)은 12일(현지시간) 넷플릭스, 디즈니, 디스커버리-워너 등 대형 스튜디오를 대표하는 영화·TV제작자연맹(AMPTP)과 막판 고용계약 협상을 벌였지만 결렬됐다고 밝혔다.
배우조합은 지난달 7일 파업 여부를 결정하는 투표에서 98%의 찬성표를 얻었으며, 협상이 결렬될 경우 곧바로 파업에 들어간다는 계획으로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협상이 결렬됨에 따라 배우조합은 13일 오전 파업 돌입 여부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배우조합이 실제로 파업에 돌입하게 되면 1980년 이후 43년 만의 파업이 된다. 앞서 파업에 돌입한 미국작가조합(WGA·작가조합)과 동반 파업이 이뤄지는 것은 1960년 이후 63년만으로 할리우드 산업에 막대한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할리우드 작가 9000여명이 소속된 작가조합은 지난 5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대가 열리면서 제작 환경이 악화됐고, 저임금 노동도 늘었다며 파업을 시작했다.
https://www.khan.co.kr/world/world-general/article/202305021632001
배우조합 역시 작가조합과 마찬가지로 스트리밍 시대 도래에 따른 재상영분배금(residual) 문제와 기본급 인상, 인공지능(AI) 도입에 따른 권리 보장 등을 두고 사측인 AMPTP와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배우들은 출연 작품의 지식재산권이 넷플릭스 등 스트리밍 업체에 넘어가면서 시청자들이 작품을 볼 때마다 작가·감독·배우들에게 지급되는 로열티인 재상영분배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할리우드에서 20년간 조연배우로 활동해온 에릭 에델스타인은 자신이 출연한 영화 <쥬라기 월드>(2015년)가 케이블 방송 채널에서 재방송될 때마다 받는 분배금이 지난 분기에 1400달러(약 178만원)였는데, 같은 기간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같은 영화의 방영 대가로 받은 분배금은 40달러(약 5만원)에 불과했다고 LA타임스에 말했다.
배우들은 또 앞으로 자기 외모나 목소리가 인공지능(AI)가 생성하는 이미지에 무단으로 사용되는 일이 비일비재할 것으로 우려하면서 이를 방지할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작가조합이 파업을 시작한 지난 5월부터 할리우드 스튜디오에서 진행 중인 상당수 작품의 제작이 지연되거나 중단된 상태에서 배우 16만명이 촬영 현장에 나오지 않을 경우 할리우드 스튜디오는 운영이 거의 마비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파업에 동참 의지를 밝힌 배우들은 맷 데이먼, 메릴 스트리프, 마크 러팔로, 제니퍼 로런스, 제시카 차스테인 등 유명 배우들을 망라한다.
당장 13일 열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 <오펜하이머>의 출연진이 런던 시사회에 참석할 지 여부도 배우들의 파업 여부에 달렸다. 맷 데이먼은 “파업을 피할 수 있기를 바라지만, 많은 배우들은 생존을 위해 공정한 계약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AP통신에 말했다. 그는 “건강보험에 가입하려면 연간 2만6000달러는 벌어야 하는데, 재상영분배금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으면 그 보험료조차 낼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이는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다가오는 제75회 에미상 시상식에서 <조지 앤 태미>로 첫 에미상 후보에 오른 오스카상 수상자 제시카 차스테인도 “스트리밍 업체가 우리의 일하는 방식을 완전히 바꾼 것은 분명하다”면서 “(문제는) 계약이 그 혁신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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