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에 묻지마 칼부림…목격한 삼부자, 국자·캐리어로 맞섰다

대만서 흉기 난동 범인 제압

지난 9일 대만 시내에서 흉기 난동을 피운 남성을 삼부자와 시민 1명이 붙잡았다. 아버지가 뒤에서 국자로 범인의 칼을 떨어뜨리자, 장남이 캐리어를 휘두르며 공격하는 모습. /유튜브

대만 시내에서 한 남성이 20대 여성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두른 가운데, 이 장면을 목격한 삼부자가 국자, 캐리어, 선풍기를 들고 범인을 제압해 화제가 되고 있다.

13일 대만 연합보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지난 9일 오후 12시 20분쯤 타이둥시 거리에서 50대 장모씨가 26세 여성을 칼로 찌르는 사건이 발생했다. 두 사람은 범행 직전 편의점에서 한 번 마주친 사이였다고 한다. 여성이 캐리어를 끌고 편의점을 나서자, 범인도 이 여성을 뒤쫓아 나선 뒤 인적이 드문 곳에서 기습적으로 공격한 것이었다.

범인은 여성에게 약 15㎝ 흉기를 휘둘렀다. 여성은 피를 흘리면서 그에게서 도망 다녔다. 때마침 범행 현장 근처에서 차량 신호를 대기하고 있던 허씨 삼부자가 여성의 비명을 들었다. 아버지가 “뭐 하는 짓이냐”고 소리치며 차에 있던 철제 국자를 집어 들고 먼저 차에서 내렸고, 아들 2명도 함께 따라 내렸다고 한다. 이 중 장남은 여성이 길에 버리고 간 여행용 가방을, 막내아들은 선풍기를 주워 들고 범인과 맞서기 시작했다. 범인이 칼을 휘두르며 장남에게 다가서자, 장남과 아버지는 가방과 국자를 휘두르며 방어했다. 이 모습을 본 행인 1명도 쇠막대기를 들고 가세했다.

남성 4명은 범인을 에워싼 뒤 4분가량 대치했다. 범인이 칼을 들고 두리번거리는 사이, 아버지는 범인 뒤편으로 슬금슬금 이동했고 국자를 이용해 범인의 오른손을 때렸다. 이에 범인이 쥐고 있던 흉기가 바닥에 떨어지자, 이들 4명은 캐리어와 선풍기, 쇠막대, 국자를 들고 남성에게 덤벼들었으며 이내 그를 땅에 눕혀 제압했다.

지난 9일 20대 여성의 뒤를 쫓아가 덮치는 범인의 모습. /유튜브

지난 9일 대만 길거리에서 흉기 난동을 피운 범인과 허씨 삼부자가 국자와 캐리어를 휘두르며 대치하고 있는 모습./ 유튜브

범인은 시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인계됐다. 경찰은 범행에 이용된 흉기 이외에도 범인의 가방에서 또 다른 흉기 1개를 발견했다. 경찰은 남성을 살인미수 혐의로 체포했으며 범행 동기 등을 조사하고 있다. 다만 이 남성은 정신상태가 매우 불안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생인 첫째 아들은 “여성이 크게 다칠 수 있다는 생각에 구하러 나섰다”고 했다. 그의 동생은 “사실 무서워서 계속 뒤로 물러섰지만 사람을 구하기 위해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피해 여성은 목과 팔, 허벅지 등을 베여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