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날짜 잡아놨는데… 파업 장기화 땐 어쩌나” 걱정 태산 [보건의료노조 총파업]

윤준호 2023. 7. 13.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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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첫날 전국 의료현장
부산 병원 2곳 모든 수술일정 연기
광주선 1000여명 상경파업에 동참
외래진료 못받은 환자 항의 소동도
“지방서 급하게 구급차 타고와 수술
간호사들 많이 보이지 않아 불안해”

“의사가 있는데 왜 진료를 못 받나요?”

13일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 총파업에 900여명의 조합원이 참여한 충남대병원은 이날부터 14일까지 예정된 외래진료와 수술을 연기하는 한편 증상이 심하지 않거나 경증인 입원 환자에게는 퇴원을 안내했다. 병원을 찾은 환자들이 외래진료를 받지 못하게 되자 접수처에 항의하는 소동도 일어났다. 특히 먼 지역에서 올라온 환자들은 큰 불편을 겪었다.
텅 빈 병실 보건의료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한 첫날인 13일 부산 서구 부산대병원 일반병동 병실이 텅 비어 있다. 부산대병원은 파업으로 환자 관리가 어려울 것이 예상되자 전날 대부분 환자를 퇴원 조치했다. 부산=연합뉴스
보건의료노조 총파업 첫날인 이날 의료 현장에서는 우려했던 대규모 진료 차질이나 수술 지연은 없었지만, 일부 병원에서는 외래진료가 연기되는 등 혼선이 빚어졌다. 보건의료노조 산하 127개 지부 145개 사업장(의료기관)은 인력과 공공의료 확충 등을 주장하며 이날 오전 7시 파업에 돌입했다. 보건의료노조는 간호사를 중심으로 간호조무사, 의료기사, 약사, 치료사, 요양보호사 등 보건의료분야 종사자가 속한 노조로 민주노총 산하 산별노조다.

부산시에 따르면 부산대병원을 비롯한 부산지역 8개 병원과 2개 기관의 노조원 950여명이 이날 상경파업에 동참했다. 부산대병원과 양산부산대병원은 13, 14일 예정된 수술 일정을 모두 미뤘다. 두 병원은 입원 환자를 퇴원시키거나 다른 병원으로 옮겼다. 광주지역은 전남대병원과 조선대병원, 광주기독병원 등에서 1000여명이 상경파업에 동참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병원은 필수인력 등을 제외하고 대부분 파업 동참을 위해 연가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조합원만 파업에 참여한 병원은 그나마 혼란이 적었다. 보건의료노조 이대목동병원지부의 경우에는 노사 간 협의의 여지가 보이면서 이날 간부와 대의원만 참여하는 단계적 파업을 실시했다. 외래진료를 보러 온 이모(63)씨는 “전날 간호사들이 파업한다는 뉴스를 보고 예약이 취소되는 건 아닌지 걱정했다”며 “걱정과 다르게 진료받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고 말했다. 건강검진을 받으러 왔다는 50대 김모씨는 “불편함은 없었고, 병원을 왔다가 파업 소식을 접했는데 간호사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궁금해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집단적인 혼란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환자들 사이에선 파업이 장기화할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일반병동 의료 인력이 다수 빠져나가면서 응급환자가 응급치료 후 입원이나 수술 등 2차 진료를 제때 받지 못하는 등 필수 의료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파업 참가자 규모가 큰 데다 다양한 직역들이 참여한 만큼 의료 현장 곳곳에서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밤 모친의 심장박동기 교체를 위해 가족과 함께 병원을 찾은 공모(59)씨는 “지방에서 급하게 구급차를 타고 와서 오늘 아침 수술을 받았는데, 간호사들이 많이 보이지 않아서 불안한 마음이 있다”며 “환자나 보호자 입장에선 환자가 빨리 치료받고 안정을 취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 파업으로 지연되면 어떡하나 걱정되긴 한다”고 말했다.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복도에 놓인 보건의료노조 총파업 관련 입간판 옆으로 환자와 환자 보호자가 지나가고 있는 모습이다. 최상수 기자
의료계에 따르면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은 파업으로 인한 진료 공백이 발생할 가능성을 고려해 응급환자 수용 시 주변 병원이나 119상황실 등과 조율할 방침이다. 수술실과 일반병동 등에 의료인력이 부족하면 응급실에서 처지받은 응급환자가 이후 2차 진료를 적시에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일반병상으로 옮기지 못하고 응급실 병상에 환자들이 그대로 머물면 ‘병상 적체’가 발생할 수도 있다. 국립중앙의료원 관계자는 “응급실을 운영하는 데 지금은 문제가 없다”면서도 “파업으로 인해 입원 병동과 수술실 등에 인력이 부족해지면 2차 진료에 차질이 생길 수 있으니 119와 인근 병원들과 소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인근 도로에서 열린 ‘간병비 해결, 간호사 대 환자수 1:5 직종별 인력기준 마련, 의사인력 확충, 불법의료 근절, 공공의료 확충, 노동개악 저지, 9.2 노정합의 이행’ 2023 보건의료노조 산별 총파업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한편 이날 눈앞을 가릴 정도의 폭우가 쏟아졌지만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에서는 오후 1시부터 보건의료노조 산별총파업대회가 열렸다. 간호사를 중심으로 간호조무사, 의료기사, 요양보호사 등 주최 측 추산 2만여명의 보건의료노조원들이 쏟아지는 폭우 속에서 우비를 쓴 채 ‘간병비 해결 위한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전면 확대’, ‘직종별 인력 기준 마련’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6차선 세종대로를 가득 채웠다.

발언에 나선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우리가 일하는 의료 현장은 지금 인력 대란이다”며 “신규 간호사의 52.8%가 1년 안에 사직하는 것이 현실이고, 인력이 부족해서 필수진료과가 문을 닫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나 위원장은 “극심한 인력 부족, 비싼 간병비 해결을 위한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확대하라는 것이 어떻게 정치 파업이냐”며 “파업을 앞두고 보건복지부가 대화와 협상을 중단했다”고 정부를 향해 대화를 촉구했다.

윤준호·김나현·이정한 기자, 부산·광주·수원=오성택·한현묵·오상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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