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치료제 쓰다가 끊으면 1년뒤 원상태로… 한 번이라도 살 빼면 건강에 도움
[박건형의 홀리테크] 비만치료제의 허와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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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전 세계 제약 바이오업계의 가장 큰 화두는 비만 치료제입니다. 노보 노디스크의 당뇨 치료제 오젬픽, 같은 성분을 기반으로 한 비만 치료제 위고비는 전 세계적인 품귀 현상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 강력한 감량 효과를 가진 미국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도 곧 출시됩니다.
오젬픽이나 위고비는 어디까지나 규제 당국의 승인을 받은 ‘의약품’입니다. 의사 처방에 따라 지침대로 안전성을 확인해가며 투여해야 하고, 심각하든 가볍든 부작용도 있습니다. 특히 일각에선 ‘맞기만 하면 살이 빠진다’는 효과가 부각되면서 많은 문제가 무시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끊으면 어떻게 되느냐, 맞다가 끊으면 처음부터 맞지 않은 경우와 비교했을 때 어떤 차이가 있느냐 같은 문제들입니다.
기술 전문 매체 와이어드는 최근 이런 비만 치료제의 과거 실험을 통해 얻은 몇 가지 교훈에 대해 분석했습니다. 세마글루타이드를 비롯한 비만 치료제들은 모두 비슷한 형태입니다. 이른바 GLP-1 수용체 작용체(GLP-1 RA)를 활용합니다. 혈당 수치를 조절하고 음식이 위를 떠나는 속도를 늦추면서 식욕을 억제하는 호르몬을 모방하는 원리이죠. 원래는 당뇨병 치료제인데, 체중 감량 효과가 나타나면서 더 화제를 모았습니다.
와이어드에 따르면 GLP-1 RA는 이미 2005년에 FDA의 승인을 받았고 다양한 실험이 진행됐습니다. 그 결과는 현재의 열풍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는 내용입니다. 2009년에서 2017년 사이에 영국에서 처방된 GLP-1 RA를 연구한 결과에서 589명의 환자 가운데 45%가 12개월 이내, 65%가 24개월 이내에 사용을 중단했습니다. 비슷한 시기 미국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결과에서도 12개월 이내에 47%, 24개월 뒤에 70%가 약을 끊었습니다. 평균적으로는 약 13개월만 환자들이 GLP-1 RA를 사용했다고 합니다.
왜일까요. GLP-1 RA를 사용한 당뇨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는 부작용과 불편함을 호소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메스꺼움, 설사와 같은 부작용을 답한 사람이 가장 많았고 주 1회의 정기적인 주사가 번거롭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높은 가격도 걸림돌이었습니다. 미국에서는 절반 이상의 사람들이 비싼 비용을 중단의 이유로 꼽았습니다. 위고비의 가격은 미국을 기준으로 월 1350달러(약 176만원)에 이릅니다.
영국 의료 당국은 위고비 처방을 최대 2년까지로 제한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비만 치료제를 계속 처방받는 것보다는 일정한 체중을 단시일에 감량하고 식이요법과 운동처럼 근본적인 비만 대책으로 넘어가야 한다는 거죠. 여기서 또 다른 궁금증이 생깁니다. 이들 치료제는 사용을 중단할 경우 1년 뒤면 대부분의 체중이 돌아옵니다. 체중이 대부분 돌아온다면, 아예 비만 치료제를 사용하지 않은 사람보다 건강할까요. 이에 대한 답은 ‘아직 모른다’입니다. 다만 살을 한 번이라도 뺀 경우 전혀 빼지 않은 것보다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들이 많이 있습니다. 당뇨병 전 단계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여러 차례 연구에서는 감량했던 사람들은 당뇨병 발병이 늦고, 심혈관 질환이 적게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비만 치료제가 지금에 머무르지는 않을 겁니다. 노보 노디스크는 세마글루타이드 알약을 개발하고 있는데, 주사 대신 먹을 수 있다면 환자들의 불편은 크게 해소될 수 있겠죠. 언젠가 진짜 먹기만 하면 살이 빠지고, 부작용도 없는 약이 나오지 말란 법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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