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뜨거운 ‘그게’ 문제야…물가 식었지만 美금리 결정타 될 변수는
유럽과 캐나다는 아직 터널 끝 멀어...지역별 시간차 불가피
한층 개선된 물가 성적표를 받아든 연준이 연내에 두번 추가로 금리를 인상하겠다던 기존 방침을 철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달 26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마지막으로 오랜 ‘긴축 행보’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연준의 긴축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는 기대감이 시장에 번지며 달러가치와 미국 국채금리는 일제히 급락했다.
12일(현지시간) CME페드워치에 따르면 올해 12월 미국의 기준금리가 5.5%(상단 기준)에 달할 확률은 이날 58.1%로 집계돼 전날(51.5%)보다 높아졌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가 5.25%인 점을 감안하면, 시장이 연준의 금리 인상이 한 차례에 불과할 것이라고 내다보는 셈이다. 지난달 FOMC에서 연내 0.25%포인트씩 2회 추가 인상을 점쳤던 연준의 전망과는 궤가 다르다. 현재 금리 선물 시장은 연준이 7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뒤 연말까지 동결하는 시나리오를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CME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준이 이달 베이비스텝(0.25%포인트 금리 인상)을 단행할 확률은 92.4%에 이른다.
미국에서 인플레이션 열기가 식으며 긴축 조기 종료에 대한 낙관론을 키우고 있다. 미국의 6월 CPI 상승률은 3%로 나타나 2021년 4월(4.2%)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딱 1년 전인 지난해 6월(9.1%)과 비교하면 3분의 1 토막이 난 셈이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 부문을 제외한 근원 CPI 상승률도 4.8%로 2021년 11월 이후 가장 낮았다. 집리크루터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줄리아 폴락도 “연준이 7월의 마지막 인상 후 금리인상을 멈추고 내년에는 점진적으로 인하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밝혔다.
연준이 주목하는 근원 물가의 경우 연준의 목표치인 2%보다 여전히 높은만큼 7월 FOMC에서 6월에 이어 2연속 기준금리 동결에 나서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코메리카 은행의 빌 애덤스 수석 경제학자는 “연준은 6월 CPI 보고서를 물가 개선으로 볼 것이지만, 7월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고 말했다.
다만 6월 CPI 자료만을 근거로 긴축 사이클의 조기 종료를 점치는 건 성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의 경제가 호조를 보이는 가운데 노동시장이 여전히 견조세를 이어가고 있어서다. 6월 미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6월 미국의 비농업 일자리는 전월 보다 20만9000개 증가해 2020년 12월 이후 최소 증가폭을 보였다. 하지만 임금상승률은 전년 대비 4.4%를 기록해 연준 물가 목표치의 2배에 달했으며, 실업률은 3.6%로 수십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노동시장의 냉각이 일시적이며, 여전히 고용이 물가를 지탱해 인플레이션 고착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가시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헤지펀드인 포인트72 자산 관리의 소피아 드로소스 경제학자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6월 물가 데이터와 노동시장의 일시적 냉각 징후를 종합하면 연준의 행보가 7월 이후 더 불확실해졌다”고 말했다.
연준 고위 인사들도 긴축 조기 종료 가능성에 신중한 모습이다. 토마스 바킨 리치먼드연은 총재는 이날 메릴랜드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높다”며 “너무 빨리 물러설 경우 인플레이션은 다시 심해진다. 그렇게 되면 연준이 더 많은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도 이날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인플레이션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고착된다면 금리를 더 올릴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물가 지표가 크게 개선된 미국과 달리 유럽과 캐나다는 ‘물가와의 전쟁’에 여전히 부심하고 있다. 이날 캐나다 중앙은행(BOC)은 기준금리를 기존보다 0.25%포인트 인상한 5%까지 올렸다고 밝혔다. 지난달에 이은 2회 연속 인상이다. 지난 5월 CPI 상승률 3.4%로 4월(4.4%) 대비 낮아졌지만, 목표치인 2%에 부합하려면 갈 길이 멀다는 판단이다.
영국와 유로존도 기준금리 인상을 멈추지 않을 태세다. FT에 따르면 금리 선물 시장은 영국의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이 연내 기준금리를 1%포인트 올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으며, 유럽중앙은행의 경우 연내 0.5%포인트 추가 금리 인상을 점치는 중이다. 최근 영국과 유로존의 CPI 상승률은 각각 8.7%, 5.5%로 크게 높은 편이다. FT는 “연준이 긴축 막바지에 접어든 것으로 보이는 반면, BOE와 ECB는 올해 몇 차례 더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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