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반도체는 인재싸움, 대학 역할 결정적

2023. 7. 13.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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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호 제이앤드컴퍼니 전무

반도체 강국이라는 자부심이 무색할 정도로 국내 반도체 산업이 위기에 빠졌다. '산업의 쌀'로 불리는 반도체가 국가별 경제·안보 자산으로 이용되면서 세계 반도체 공급사슬이 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이 제대로 작동하던 시기에 각 나라의 반도체 기업들은 반도체 제조 공정 중 특정 분야에서만 세계적 경쟁력을 갖춰도 괜찮았다. 집적율을 높이는 메모리 분야 회로설계에 강점을 가진 우리나라는 메모리 반도체를 수출하고, 반도체 제조 공정 장비는 세계적인 기술력을 가진 기업에서 조달하면서 전 세계가 반도체 공급망 협력 관계를 형성했다.

문제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구도 속에서 기존 공급망이 끊어지면서 발생했다. 기존 관계에서 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가 적게 이뤄졌던 소재, 부품, 장비 분야의 이슈가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다.

반도체 소재·부품·장비는 '기술 속의 기술'로 제조업의 경쟁력을 좌우한다. 그러나 국내 반도체 장비 업체는 대부분 중소기업으로 기술 개발에 대한 꾸준한 투자나 기회가 충분하지 않았다. 세계적 선도 기업과 국내 기업 간 격차가 심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반도체 공정장비 분야 자체기술 확보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한다. 우선, 소재·부품·장비의 기술적 난이도 극복을 위해서는 고도의 정밀도를 요구하고, 여러 전문 분야의 융합을 기반으로 한 기술이기에 장시간 연구 개발 기간이 필요하다. 또한 경쟁국의 수출규제 대응을 위한 대규모 투자와 고급인재 확보를 통한 반도체 공정장비 기업의 연구경쟁력도 강화해야 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연구개발과 인재 양성이 선제적으로 필요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철저하게 기업 주도로 성장한 국내 반도체 산업은 산학연의 연결고리가 약하다. 범국가적인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로드맵도, 지원도 부족했다.

우리와 같은 시기에 반도체 산업 부흥기를 맞이한 대만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에 좋은 본보기기 될 수 있다. 대만은 범국가적 로드맵 하에 산학연 협력으로 반도체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세계 1위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기업인 TSMC는 사내 실험 설비를 학계와 정부출연 연구기관에 개방해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범국가적인 로드맵을 그리면서 30년 후를 함께 준비해왔다.

다행히도 위기감이 커지면서 반도체 기술 초격차를 극복하고자 미국, 중국, 일본의 반도체 산업에 대한 합작 투자 법인 설립과 대규모 투자가 진행되는 등 국내에서도 산학연 협력을 통해 신(新)반도체 인재 양성에 대한 계획이 실행되고 있다.

그 일환으로 교육부는 4년 간 연 540억원을 지원하는 '반도체특성화대학 지원사업'을 추진한다. 선정 대학의 계획을 살펴보니, 상당수가 '융합 전공 신설 계획'을 밝혔다. 첨단반도체 공정장비는 다양한 부품들이 필요하며, 이의 제조 및 운영을 위해서는 다양한 학문적 지식과 융복합적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건식 식각 장비'라는 부품 하나에만 6가지 시스템과 소재가 사용되며, 세부적으로 보면 5개 전공 지식이 필요하다.

해당 사업에 선정된 세종시 소재의 한 대학은 반도체 관련 4개 학과가 참여하는 '첨단반도체 공정장비 융합전공' 교육과정을 신설해 전공을 아우르는 첨단 반도체 공정장비 분야 융복합 교육을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또 우수 학부 연구생이 대학원생과 함께 첨단 반도체 공정장비 관련 연구를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반도체 일관 공정이 가능한 클린룸 등 인재 양성을 위한 시스템과 환경을 꾸준히 확충해 나가고 있다.

대학은 국가경쟁력의 근간이다. 반도체 산업의 국가별 총력전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위기 극복을 약속한 우리 정부가 대학에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인재 양성을 위해 많은 국가 예산을 투자하는 것도 기초를 탄탄하게 다지려는 의도일 것이다.

다만, 반도체 산업의 미래 인력 수요에 대한 필요 분야와 인재의 역량 수준 등 정교한 추정을 바탕으로 인재 양성 사업이 추진되기를 강력히 희망한다. 지자체와 대학의 협력이 강조되고 있는 시점에서 지자체는 각 지역의 상황을 고려한 지산학연 생태계 조성에도 힘써야 한다. 대학들은 학과별 또는 대학별 벽을 허물고 다 학제간 융복합 추진으로 '신 반도체 인재' 육성 전략을 수립하고 구체적 계획을 실행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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