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오피니언리더] 英 월리스 국방장관, 우크라 끊임없는 지원요구에 일침

벤 월리스(사진) 영국 국방부 장관이 1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를 향해 서방 무기 지원에 관해 좀 더 감사하는 태도를 보이라고 일침을 놨습니다. 사실 우크라이나는 그동안 '내가 맡겨 놓은 것 내놓으라'는 식으로 서방에 무기와 병참, 돈을 요구했습니다. 월리스 장관은 이 점을 꼬집은 겁니다.

월리스 장관은 리투아니아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중 언론 브리핑에서 "사람들은 약간 감사받기를 원한다"고 말했다고 BBC와 가디언 등이 보도했습니다.

그는 "작년 6월에 11시간 차를 타고 회의에 참석하러 우크라이나에 갔다가 그들이 원하는 무기 목록을 받고 '우린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이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고귀한 것이고, 우리의 자유에 관한 것이기도 하지만, 당신은 때론 각국에 무기 재고를 포기하라고 요구하거나 미국의 의원들을 설득하는 일을 해야 한다"며 "좋든 싫든 그게 현실"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미국 일부 정치인들이 우크라이나 지원에 관해 불만을 제기한다고 전하면서 "그들은 '우린 아마존이 아니다'라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월리스 장관의 발언은 전날 나토가 우크라이나 가입 일정을 제시하지 못할 것으로 보이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터무니없다"고 반발한 데 대한 반응입니다.

월리스 장관은 나토 사무총장직을 희망했으나 미국의 반대로 뜻을 접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지지를 보내주는 영국과 영국 총리 및 국방 장관에게 늘 감사한다"며 "월리스 장관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우리가 달리 어떻게 고마워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반박했습니다.

그는 농담처럼 곁에 있는 우크라이나 국방부 장관에게 "영국 국방장관과 문제가 있어요? 고맙다고 말했어요?"라고 묻고, "아침에 일어나서 개인적으로 장관에게 감사를 표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월리스 장관의 이러한 발언과 달리 리시 수낵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여러 차례 감사를 표했다고 말했습니다. BBC는 월리스 장관의 발언은 부모가 아이에게 친척에게 감사 편지를 써야 내년에도 선물을 받을 수 있다고 하는 것과 같다고 평가했습니다. BBC는 나토 통합을 강조하기 위한 자리에서 월리스의 말이 외교적이지 않을 순 있지만, 월리스 장관이 우크라이나를 강력하게 지지해온 것이 워낙 널리 알려져 있기 때문에 이런 솔직한 태도도 용서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한편 나토 정상회의는 이틀간 일정을 마치고 12일 폐막했습니다.이규화 논설실장, 로이터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