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금리차 2%p 시대 온다] 美 금리 한번 더 올리면 자본유출 우려… 이창용의 `딜레마`

이미선 2023. 7. 13.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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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금고·PF 불안 등 영향
가계부채·원화 환율 등도 변수
"물가안정 위해 긴축기조는 유지"
한차례 추가인상 가능성 열어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13일 금통위원 전원 일치로 기준금리를 다시 연 '3.50%'로 동결했다. 물가 대신 경기방어와 성장을 택한 것이다.

금통위가 금리를 이번까지 4차례 연속 동결하면서 향후 금리 움직임에 관심이 쏠린다.

◇물가와 경기…여전히 '두토끼 놓고 고민하는' 이창용 총재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물가 상승률이 둔화되고 있지만 물가가 목표 수준인 2.00%p로 수렴하기까지는 아직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주요국의 추가 긴축 정도와 국내 외환 부문 영향 등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한 데다 가계부채 흐름도 지켜봐야 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상당기간 긴축 기조를 이어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그러면서 우리 경제를 옥죄고 있는 불안요인에 대한 대응책 마련도 필요하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 총재는 가계부채를 대표적 사례로 들었다.

최근 부동산 시장이 회복 조짐을 보이면서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급증하고 있다. 은행권 대출잔액만도 1062조3000억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가계부채를 낮추기 위해서는 금리인상 등 긴축이 필요하다. 하지만 금리인상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문제나 역전세난, 새마을금고 사태 등의 리스크를 증폭시킬 수 있다.

이 총재는 "이번 금통위 회의에서도 여러 금통위원들이 가계부채 증가세에 대해서 많은 우려를 표했다"면서 "사실 이 문제는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고 정교한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가계부채는 부동산 시장과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급격히 조정하려고 하면 의도치 않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지금은 단기적으로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을 위해 자금 흐름의 물꼬를 트는 미시적 대응이 필요하고, 중장기적으로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줄여나가는 거시적 대응도 균형 있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금통위는 당분간 인상도 인하도 어려운 한은의 상황이 드러난 이벤트"라면서 "성장과 물가 전망 경로의 변화가 없었고 최근 새마을금고 사태도 개별기관의 문제로 전체 유동성을 확대할 정도의 이슈가 아니라고 (한은은) 평가했다"고 전했다.

◇한·미 금리차 '2.00%'p 유력…자본유출 우려

이번 금리동결로 한국과 미국의 금리차는 일단 1.75%포인트(p)를 유지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오는 26일(현지 시간) '베이비 스텝'(기준금리 0.25%p 인상)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리차가 이달말 2.00%p 로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금리차가 커지면 외국인 자금 유출과 원·달러 환율 상승 압박이 커진다.

하지만 전문가들을 일단 급격한 자금 유출 등이 발생할 가능성은 높지 않게 보고 있다. 이창용 총재도 이날 "한·미 금리차에 기계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 금리격차가 환율을 결정한다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달라"고 다시 당부했다.

실제로 금리차가 1.75%p까지 벌어진 지난 5월 초 이후에도 외국인 증권(채권+주식) 투자 자금은 두 달 연속 순유입을 이어가고 있다. 5월(114억3000만달러)과 6월(29억2000만달러) 모두 자금 유입이 더 많았다.

하지만 지난달 순입규모는 5월의 약 4분의 1수준으로 급감했다. 주식만 놓고 보면 자금이 3월(-17억3000만달러) 이후 3개월 만에 다시 순유출(-3억1000만달러)로 돌아섰다.

이런 상황에서 연준이 7월에 이어 9월에도 금리를 인상하면 한은 역시 추가 인상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우리 금융시장이 2.25%p의 격차를 이겨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미 연준의 9월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아졌다. 6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페드와치(CME Fed Watch)에 따르면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은 1주일 전 33.3%에서 17.8%까지 낮아졌다.

◇4연속 동결…이제는 금리인하?

경제·금융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4차례 금리 동결을 금리 이하의 신호탄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한은의 금리 인하 시점을 이르면 올해 4분기, 늦어도 내년 중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도체가 바닥에 접근하고 있지만 하반기 경기 둔화 가능성이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박정우 노무라 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한은이 오늘 10월부터 경기 부양에 초점을 맞춰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예하 키움증권 선임연구원도 "물가 둔화와 경기 부진, 선진국 수요 둔화 등을 고려하면 올해 4분기 금리 인하를 예상한다"고 전망했다이창용 총재는 그러나 '물가 안정에 대한 확신이 들 때까지 까지 금리 인하 논의는 시기 상조'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 했다. 그는 "물가가 목표 수준인 2%로 충분히 수렴한다는 과정에 도달했다는 확신이 들 때 인하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특히 "금통위원 6명 모두 당분간 기준금리가 3.75%까지 오를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했다"면서 "아직 금통위원 중 금리 인하를 논의하는 분은 없다"고 밝혔다.

실현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다"고 진단했다. 이미선·이윤희기자 alread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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