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등 영향 재무 분석에 통합… 경영 수치화해 평가해야” [2023 세계증권포럼]

이병훈 2023. 7. 13.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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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팩트 가중 회계’ 보편화 필요성 강조
자본 분배·의사 결정 등에 활용 가능
금전적인 이익보다 사회적 영향 중시
기존 기업들의 활동 직관적 수치 없어
자체 자선활동에 그치거나 참여 소극적
공개된 방법론·데이터 활용 투명성 제고
규제 아닌 자발적 공시 통해 소통 기대

안드리아 세라 국제밸류임팩트재단(IFVI) 본부장은 13일 “그간 기업이 이익만 고려해 왔지만, 앞으로는 (사회적인)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며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내역을 수치화하는 ‘임팩트 가중 회계’ 보편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전문가들은 ESG를 고려한 회계가 기업에 새로운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며 공감을 표하면서도 각 기업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세라 본부장은 이날 서울 KRX한국거래소 콘퍼런스홀에서 ‘저탄소 경제 전환과 금융투자의 역할’을 주제로 열린 ‘2023 세계증권포럼’에서 영상 주제발표를 통해 “영향(impact) 가치 평가를 재무 분석에 통합해 자본 분배와 기업의 의사 결정에 활용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거대한 사회적, 환경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종합토론 1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콘퍼런스홀에서 세계일보 주최로 열린 ‘2023 세계 증권 포럼’에서 ‘저탄소 경제 전환과 금융투자의 역할’이란 주제로 종합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정도진 중앙대 교수, 김동양 NH투자증권 이사, 문철우 G7 Korea ESG위원회위원장, 이병희 한양대 교수, 김미현 SK증권 이사. 이재문 기자
임팩트 가중 회계란 기업의 활동 결과가 환경, 고용, 사회에 미친 영향이 회계에 반영된 것이다.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좌우하는 ESG 요소가 실제 기업의 손익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평가하는 회계 방식이다. 이 회계를 적용하면 기업이 금전적으로 이익을 냈더라도 그 규모 이상으로 환경을 파괴했거나 사회적으로 악영향을 끼쳤을 경우 이들을 ‘우량기업’으로 부를 수 없게 된다.
세라 본부장은 ‘임팩트 가중 회계가 왜 필요한가’에 대한 질문에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자본 시장을 개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기존에 우리가 사용하는 재무회계 인프라를 전 세계적으로 개발한 덕분에 오늘날 자본 시장이 개척될 수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1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세계일보 주최로 열린 2023 세계증권포럼에 정희택 세계일보 사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 이재문 기자
 

기업의 ESG 활동은 가시적으로 어떤 이익을 가져다주는지 알 수 없고, 비교 대상도 모호해 기업의 자체적인 ‘자선활동’에 그친다는 문제가 제기돼 왔다. 세라 본부장은 임팩트 가중 회계가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회계 방식을 활용하면 기업의 자본 투입과 영리활동만 강조하는 것이 아닌, 모든 종류의 사회·환경적 영향을 수집해 이를 화폐 등의 가치로 변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기업의 임원이나 투자자가 ESG 경영이 미치는 영향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ESG 활동이 화폐 등의 가시성 있는 지표로 바뀌면서 이를 다른 기업과 비교할 수도 있게 된다. 기업의 주주총회 등 의사 결정 과정에서 참고할 수 있는 요인으로 쓰이게 되는 것이다. 기존에 공개돼 있는 회계 방법론을 이용하는 점도 장점이다.
1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세계일보 주최로 열린 2023 세계증권포럼에서 참석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이재문 기자
임팩트 가중 회계에서는 기존의 기업 영리활동뿐 아니라 운영 과정에서 관계자들에게 일어나는 변화가 포함된다. 관계자의 범위는 임직원뿐 아니라 고객·지역사회 등으로 다양하다. 기업의 활동이 관계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금융·자연·인적·사회적 자본 등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를 평가하고 화폐 등의 가치로 표현하는 것이다.

이 회계 방식에서는 기업의 활동이 없었다면 어떤 일이 발생했을지에 대한 ‘기준 시나리오’와 기업의 활동 결과를 비교하게 된다. 한 기업의 평균임금부터 이산화탄소 배출량,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상품의 설탕 함량 등도 임팩트 가중 회계의 평가요소에 포함된다.

세라 본부장은 “이산화탄소를 1t 배출할 때마다 인간과 생태계에 미치는 피해를 계산해 비용으로 계산할 수 있다”며 “설탕의 경우 고객이 과도한 설탕 섭취로 인해 어느 정도 질병이 발생해 (사회적 비용을 일으켰는지) 측정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를 통해) 기업의 외부적 요인으로 간주되던 비용을 내부화할 수 있다”며 “투자자, 채권·채무자에 대한 가치뿐 아니라 사회와 관계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반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13일 서울 여의도 KRX한국거래소에서 세계일보 주최로 열린 '2023 세계 증권 포럼'에서 참석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최상수 기자
실제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임팩트 가중 회계 프로젝트’ TF가 2020년 2만5000개 기업의 환경 영향을 계산한 결과, 이들 중 860개 기업이 기업 경영을 통한 이익보다 더 많은 비용의 환경오염을 일으킨 것으로 나타났다. 1445곳은 이익의 4분의 1 규모의 환경 비용을 발생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세라 본부장은 “(임팩트 가중 회계의) 방법론을 적용하면 해당 회계 방식이 실제로 실행 가능하다는 점을 깨달을 수 있다”며 “향후 영향 가치 평가의 도입과 확장을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뒤이어 문철우 성균관대 교수 주도로 진행한 토론에서 전문가들은 임팩트 가중 회계가 기업에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이병희 한양대 교수는 기업 간 ESG 활동의 비교 가능성에 주목하며 “기업의 ESG가 다양한 분야를 포함하고 있다”며 “기업 특수성과 다양한 성과를 합리적으로 평가하고, 기업 가치나 장기적 성과에 반영되는 과정에서 임팩트 가중 회계 방법론에 대해 고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도진 중앙대 교수는 “회계기준 자체보다는 기준을 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규제가 아닌 자발적 공시를 통해 (사회와) 소통하는 구조로 가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병훈·조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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