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혁신기업] 입주민 98% 광고시청, 매출이 "올라갑니다"
아빠와 아이가 망치를 신고 집안에서 뛰며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을 짓고 있다. "우리 집 망치발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라는 내레이션이 나오자 이내 두 사람은 '뭄뭄실내화'를 신고 조용하고 편안하게 걸어 다닌다.
15초 길이의 이 짧은 광고는 엘리베이터에 특화된 광고다. 엘리베이터TV 기업인 포커스미디어코리아는 층간소음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기 위해 직접 제작한 PB(자체 브랜드) 상품을 광고에 소개했다. 층간소음 해결책을 재치있게 표현한 이 광고는 지난 1분기 광고 포털 'TV CF'에서 크리에이티브 톱 10에 올랐다.
◇하루 990만명이 보는 미디어
엘리베이터TV 광고를 기획하는 김재호 포커스미디어코리아 크리에이티브본부 디렉터는 "그간 엘리베이터TV 광고는 설명 위주로 친절하게 기능을 소개하는 방향으로 제작했다면 뭄뭄실내화는 임팩트 있게 만들어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제품 판매로 이어지도록 시도한 새로운 스타일의 광고"라며 "'망치발'이란 말을 직관적으로 표현하고 익숙한 '라 캄파넬라' 음악에 시선을 잡는 이미지를 붙여 만들었다"고 제작 배경을 설명했다.
포커스미디어는 업계에서 유일하게 엘리베이터TV 설치부터 운영, 모니터링, 광고 기획 제작·송출까지 담당한다. 중국 펀중미디어의 자회사로, 2017년 LG유플러스의 미디어보드 사업을 인수해 설립했다. 지금까지 엘리베이터TV를 총 8만9000대 설치했고 하루 시청자는 990만명에 달한다. 반포자이, 한남더힐, 타워팰리스, 시그니처타워 등 전국 아파트와 오피스 빌딩 곳곳에 설치돼 있다. 지난해에는 부산지사도 설립해 부산·울산·경남 지역에도 진출했다. 지난해에는 매출 734억원, 영업이익 151억원을 기록했다.
◇반도체 공장서 쓰는 소재로 저소음 실내화까지 제작
포커스미디어는 입주민의 98%가 엘리베이터TV 콘텐츠를 보는 만큼 정면 눈높이 설치부터 정확한 정보 전달, 맞춤 콘텐츠 제작까지 섬세하게 신경 쓴다. 아이들도 있는 만큼 선정적이거나 유해한 내용을 담은 광고는 싣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무음무음'의 줄인 말인 뭄뭄실내화도 아파트 생활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만들었다. 반도체 공장에서 사용하는 충격·진동 흡수 신소재 '엘라스탄'과 '고탄성 EVA'를 쿠션재로 적용해 층간소음 절감에 특화됐다.
김 디렉터는 "뭄뭄실내화 후속편은 실내화 사이즈의 다양화가 특징"이라며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를 보고 아이디어를 얻어 오케스트라를 불러 만든 음악과 함께 심폐소생술을 하는 장면을 넣고 위급상황을 벗어나는 상황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사딸러' 광고의 주역이 만드는 풍성한 콘텐츠
포커스미디어에서 광고 기획·제작·아이디어 등을 담당하는 김 디렉터는 외국계 광고대행사부터 시작해 대홍기획과 대형 광고기획사 제일기획을 거친 광고인이다. 한때 돌풍을 일으킨 버거킹 '사딸러' 광고를 만든 주역으로 이름을 날렸다. SF 영화를 연상케 하는 스타필드 런칭 광고도 그의 작품이다.
그는 광고뿐 아니라 업무 외 시간에 스스로 위안을 얻기 위해 인스타그램에 게시한 그림과 이야기가 계기가 돼 에세이 작가로도 데뷔했다. 그가 집필한 에세이는 '토닥토닥 맘조리', '퇴근이 적성에 맞습니다', 'Hay, congratulation' 등이다. 에세이와 인스타그램 광고를 유심히 지켜본 포커스미디어 경영진의 제안에 새 플랫폼에 도전하기 위해 합류하게 됐다. 김 디렉터가 포커스미디어에서 제작한 엘리베이터TV 콘텐츠는 100편 이상에 달한다.
그는 "엘리베이터TV는 매일 이용하는 곳인 만큼 효과적으로 콘텐츠를 빨리 전달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금방 흥미를 잃고 지루해할 수 있어 콘텐츠 교체 주기도 빠르다"며 "콘텐츠 특성에 맞춰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방법들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고민을 담아 광고주의 니즈를 파악해 만든 광고 중 하나인 마켓컬리 품질가격 캠페인은 지난해 6월 열린 '에피어워즈 광고제'에서 엘리베이터TV 업계 최초로 금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생활정보부터 이웃 에티켓까지
포커스미디어는 아파트별로도 입주민 특성에 맞춰 최적화된 콘텐츠를 송출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24시간 배달 매장 반경 1.5㎞ 아파트, 드라이브스루 매장 반경 2㎞ 아파트 등 데이터 클러스트에 기반해 버거킹 매장 정보를 맞춤형으로 송출한 후 시청자 기억 인지지표가 2배 가까이 높아졌다. 광고 중 절반은 관리사무소 공지사항 등 입주민 생활에 도움이 되는 콘텐츠로 채운다. 아파트 입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포미사진관', 생활 에티켓을 알려주는 '슬기로운 이웃생활', 입주민이 함께 참여하는 '플라스틱없데이' 등이 대표적이다.
포커스미디어는 입주민에 가까워지기 위해 다양한 행사도 기획하고 있다. 아파트 단지 내 유휴공간을 활용해 상품을 제공하는 '포미데이' 행사는 2021년부터 전국 30여곳 아파트 단지를 방문해 행사를 열어 현재까지 5만5000세대가 혜택을 받았다.
◇스타트업의 광고 송출도 지원
초기 스타트업을 육성하기 위해 코리아스타트업포럼과 2020년부터 '아윌비빽' 사업을 진행해 엘리베이터TV 광고 제작과 송출도 지원한다. 지난해 우승팀인 '헌 옷 수거: 리클'을 소개하는 엘리베이터TV 광고를 송출한 결과, 헌 옷 수거량은 4000건에서 1만2000건으로 3배 늘어나고 회원 수는 3200명에서 1만3000명으로 4배 증가했다. 이 사업에는 450여개 스타트업이 지원했고, 9개 스타트업이 우승해 엘리베이터TV 광고를 송출했다. 앞으로 입주민들과 상호작용이 가능한 플랫폼 특화 광고도 내놓을 계획이다.
김 디렉터는 "개인정보 이슈가 생기지 않는 기술이 개발되면 성별과 나이 등으로 엘리베이터에 탄 사람을 구별해 특화된 광고가 나갈 수 있게 하거나 광고를 보다 사고 싶은 제품을 바로 구매할 수 있게 하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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