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훅 들어온 생성형 AI 시대] AI 위협 받는 인간 아닌 `증강된 인재` 로 키우자
"충격적이다.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빨리, 이 정도까지 가능할 줄은 몰랐다."
오픈AI가 지난 7일(현지시간) 공개한 챗GPT '코드인터프리터(Code Interpreter)'에 대한 ML(머신러닝) 전문가의 평가다. 유료버전인 챗GPT 플러스 구독자 대상으로 제공되는 플러그인 중 하나로, 최근 데이터 관련 업계에서 화제다.
챗GPT 코드인터프리터 플러그인은 300개 이상의 라이브러리와 패키지가 사전 설치된 샌드박스 환경에서 파이썬 코드를 작성·실행해준다. 자연어 프롬프트(명령어)로도 데이터 분석, 차트 생성 및 수학적 계산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 가능하다. 기존 챗GPT엔 없었던 파일(약 100MB까지) 업로드·다운로드를 지원해 OCR(광학문자인식)이나 각종 파일 편집 등에도 쓸 수 있다.
전용준 리비젼컨설팅 대표는 "코드인터프리터는 매우 강력한 도구이고 앞으로 더 빠르게 발전할 것"이라며 "이제 고유 전문역량이나 AI 활용 능력을 갖추지 못한 데이터 분석가나 마케팅 종사자들은 새로운 일을 찾아야 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글로벌 컨설팅사 매킨지는 생성형AI를 통해 오늘날 직원들의 시간 60~70%를 차지하는 업무들이 자동화되고, 이르면 2030년에 전체 업무의 절반이 자동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골드만삭스는 생성형AI가 10년 후 글로벌 GDP를 7% 증가시키며 세계 일자리 3억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이미 미국 할리우드 작가들은 생성형AI의 작품 도용과 고용 안정성 위협을 문제 삼아 15년 만에 파업을 벌이고 있다.
생성형AI로 인한 일자리 지각변동이 이미 시작됐지만 아직은 한계점이 있다. 일례로 법률 서비스를 들 수 있다. 생성형AI의 기반을 이루며 초거대AI라 불리는 LLM(대규모언어모델)들은 최근 심심찮게 미국 변호사시험 성적으로 성능을 자랑한다. 챗GPT의 기반인 GPT-4는 상위 10% 성적을 기록했고, 챗GPT보다 3배 긴 텍스트를 소화하는 앤스로픽 클로드2도 객관식 영역에서 76.5%의 정답률을 보였다.
성적만 보면 AI변호사 등장도 머잖아 보인다. 하지만 기술 분야 법률 전문가 중에는 생성형AI가 전체 법률 업무를 대체할 수 없는 이유를 짚는 이들도 나온다. 사실관계가 확정된 경우라면 이를 정리·요약하고 법리를 적용하는 것까지 생성형AI가 할 수 있다. 반면 무엇이 사실인지 쟁점이 있을 경우 이를 파악하고 법률적인 검토를 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사건 당사자들과 문서들의 모순이나 뉘앙스, 당시 사회문화적 배경 등은 AI가 디지털 세상을 벗어나 물리적인 환경에서도 종합적인 인지능력을 갖추지 않은 한 다루기 힘들다.
법무법인 원의 오정익 변호사는 "송무의 절반 이상은 사실관계 확인이 차지한다. 법정에서 AI가 전문 법조인의 역할을 온전히 대체하기까진 시일이 걸릴 것"이라면서 "다만 생성형AI는 판례 기반의 정형화된 사례에 대한 상담부터 법조인의 문서업무 효율화까지 법률서비스 대중화에 많은 기여를 할 수 있다. 법조 분야도 열린 자세로 AI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생성형AI로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을 영역 중 하나로 꼽히는 SW(소프트웨어) 분야에서도 전문가들은 생성형AI의 적극적인 활용을 주문한다. AI가 사람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AI를 잘 쓰는 사람이 못 쓰는 사람을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러다이트 운동을 불러온 산업혁명은 현대의 많은 직업이 생겨난 기점이기도 하다. 변혁의 흐름에 올라타는 것은 결국 각자의 몫이다.
유호석 SPRi(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산업정책연구실장은 "LLM에는 페르소나를 부여할 수 있는 만큼 SW 개발 과정에서 아키텍트나 코드 리뷰어로 설정해 AI의 도움을 얻을 수도 있다"며 "다만 생성형AI가 아직 미션 크리티컬 업무에 쓸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여전히 사람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고관여 영역이 존재하는 만큼, 우리는 AI에 의해 쫓겨나거나 대체되는 게 아니라 증강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팽동현기자 dhp@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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