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美서 EV9 만든다… IRA혜택 정조준

조지아공장에 2550억원 시설투자
내년 2분기부터 본격 생산 예정

【파이낸셜뉴스 서울·실리콘밸리=최종근 기자 홍창기 특파원】 기아가 내년 2·4분기부터 미국 현지 공장에서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V9(사진)을 생산한다. 기아가 미국에서 전기차를 만드는 것은 이번이 최초다. 업계에선 기아가 미국 현지 생산을 통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내연기관차를 만드는 미국 조지아주 공장에 2억달러(약 2550억원)의 시설 투자를 단행하고, 내년 2·4분기부터 전기차 EV9을 생산할 예정이다. 기아는 현재 조지아주 공장에서 북미 전략 SUV 텔루라이드, 쏘렌토, 스포티지, K5 등을 만들고 있는데, 여기에 추가로 전기차 EV9을 생산하게 된다. EV9은 3열 좌석을 갖춘 현대차그룹의 첫 번째 전기 SUV다. 미국은 차체가 큰 대형 SUV 수요가 가장 높은 지역 중 하나다. 기아는 EV9이 이 같은 수요를 적극적으로 파고 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숀 윤 기아 북미 및 아메리카 최고경영자(CEO)는 "텔루라이드와 마찬가지로 EV9도 기아의 또 다른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며 "EV9은 우리가 지금까지 제작한 차량 중 가장 정교할 것이며 전기차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아는 지금까지 E-GMP 기반의 전용 전기차의 경우 국내 생산을 고집해왔다. EV6의 경우 오토랜드 화성, EV9은 오토랜드 광명에서 만든다. 하지만 북미에서 조립된 전기차에만 7000달러(약 1000만원) 세액공제 형태의 보조금을 주도록 하는 IRA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선 생산 거점을 다변화 시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주에 연산 30만대 규모의 전기차 전용 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짓고 있다. 양산 목표 시점은 내년 하반기다. 현대차그룹은 최대한 양산 시점을 앞당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EV9의 현지 생산이 시작되면 IRA에 따른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세단은 5만5000 달러(약 7000만원) 미만, SUV는 8만 달러(약 1억원) 미만의 전기차가 대상이기 때문이다. 다만 배터리 광물 및 부품 요건을 충족시킬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현대차의 앨라배마 공장에서 조립하는 GV70은 미국에서 조립되지만 중국산 배터리를 탑재해 보조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