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오염수, 기준치 초과시 방류 중단" 요구…野 "정부가 방류 용인"(종합)

권오석 2023. 7. 13.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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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 외교장관, 자카르타서 하야시 日외무상과 회담
日에 실시간 모니터링 정보 공유 등 거듭 요청
국회 외통위선 오염수 배출 두고 여야 격돌

[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배출이 한일 간 최대 현안으로 부상한 가운데, 양국 외교장관들이 직접 만나 논의에 나섰다. 최근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방류 계획 최종보고서를 발표, 사실상 방류가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이 최우선 요소라는 점을 일본 측에 강조했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야당이 오염수 배출을 극렬히 반대하고 있어 논란은 한동안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13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샹그리라 호텔에서 열린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공동취재)

하야시 만난 박진 “韓 국민의 건강·안전 최우선”

박진 외교부 장관은 13일 자카르타에서 열린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관련 외교장관회담을 계기로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과 회담을 했다. 이번 회담은 지난해 5월 이후 두 달 만이며, 애초 예정 시간인 30분보다 더 긴 45분 동안 진행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박 장관은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와 관련해 우리 국민의 건강과 안전이 최우선임을 강조했다. 박 장관은 하야시 외무상에게 “일본 정부가 높은 투명성과 신뢰성을 유지하고, 과학적 안전성은 물론 국민적 안심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박 장관은 일본 측에 △실시간 모니터링 정보 공유 △기준치 초과 등 이상상황 발생 시 방류 중단 및 우리 측 즉시 통보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는 전날 한일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내용이기도 하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 12일(현지시간)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정상회의 계기로 정상회담을 열었다. 윤 대통령은 모니터링 정보 공유, 방사성 물질 농도 초과시 즉각 방류 중단, 방류 점검 과정에 우리 전문가 참여 등을 기시다 총리에 요구했다.

이에 하야시 외무상은 박 장관에게 ‘방사능 농도가 기준치를 초과하면 방출 중단을 포함해 적절한 대응을 취하겠다’는 취지의 답변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외에도 양 장관은 북한의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가 다수의 유엔 안보리 결의에 대한 중대한 위반이며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강력히 규탄했다. 양 장관은 북한이 비핵화의 길로 복귀할 수밖에 없는 전략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공조를 지속 강화해나가자고 약속했다. 또 글로벌 공급망 위기 등 엄중한 국제정세 하에서 양국 간 협력과 공조를 강화해 나갈 필요성에 대해서도 공감했다.

오영주(오른쪽) 외교부 2차관이 13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은 장호진 외교부 1차관. (사진=연합뉴스)

野 “정부가 日 두둔”vs 與 “무조건 방류 찬성 아냐”

같은 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는 여야가 오염수 방류를 두고 난상토론을 벌였다. 야당은 우리 정부가 사실상 방류에 찬성했다며, 나아가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을 재개할 명분을 줬다고 공격했다. 반면 여당은 야당이 근거 없는 주장으로 국민을 불안에 몰아넣고 있다고 맞섰다.

이날 오후 열린 전체회의에서 현안질의에 나선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오영주 외교부 2차관에게 “굳이 왜 주변국에 피해를 주는 해양 투기 방식을 해야 하는지, 왜 우리 정부가 나서서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강변하느냐”고 비판했다. 이에 오 차관은 “우리 정부가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얘기한 적은 없다”면서 “해양 배출 관련해선 2018년도부터 논의가 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야당은 지난 4일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류 계획이 적합하다’는 내용의 IAEA 보고서를 신뢰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김상희 민주당 의원은 “(IAEA는) 알프스(ALPS·다핵종제거설비) 자체에 대해서 검증을 하지 않았다”면서 “해양 오염수의 방류 문제는 일본이 결정할 문제라고 얘기한다. 우리 정부가 과학적으로 안전하다고 선전을 하는 것은 굉장히 문제가 있다”고 일갈했다. 아울러 “후쿠시마산 수산물에 대해서도 우리가 수입하는 데 있어 반대할 명분이 없어졌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에 오 차관은 “우리 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 문제와 관련된 정부의 입장을 결정함에 있어서 IAEA 보고서를 중심으로 결정하지 않았고 존중한다는 입장”이라고 해명했다. 관련해 전해철 민주당 의원이 “보고서 결과를 존중한다는 건 사실상 방류를 용인하는 것”이라고 하자, 오 차관은 “방류와 관련되는 모든 부분에 대해서 정부가 우리 국민의 안전과 건강보다도 더욱 높게 갖고 있는 가치는 없다”고 반박했다.

야당의 파상공세에 맞서 여당은 정부를 적극 두둔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열린 한일정상회담 결과를 거론하며 “일본이 무조건 방류에 찬성하겠다는 게 아니다. IAEA 기준에 충족하지 못하는 방류는 적극 반대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같은 당 윤상현 의원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난 게 2011년 3월이다. 당시 하루에 300t(톤)씩 방류했고, 그 앞바다에 있는 핵종의 농도가 현재 방류를 하려고 하는 탱크에 있는 농도보다 훨씬 더 농도가 셌다”며 “2013년부터 일본산 가공식품 37만 건, 수산물 7만 건에 대해 점검했지만 방사능 문제가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오 차관은 “수산물의 수입과 처리는 주권에 해당하는 부분이고, 우리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을 때까지 수산물 수입 재개를 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혀 놓은 상황”이라고 역설했다.

권오석 (kwon0328@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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