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3.5% ‘4연속 동결’...美와 사상최대 2%p 차 벌어지나
인플레이션이 뚜렷한 둔화세를 이어가고,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자 한국은행이 13일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했다. 지난 2·4·5월에 이어 4회 연속 동결이다. 이달 말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한미 금리 역전 폭은 사상 최대인 2%포인트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한미 금리차가 확대될수록 국내 주식·채권 등에 투자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원화가 약세(달러 대비 원화 환율 상승)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
◇4연속 금리 동결...한·미 금리차 2%P 눈앞
기준금리 동결은 금융통화위원 6명의 만장일치였다고 한은은 밝혔다.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에너지 가격 폭등으로 6.3%까지 치솟았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달 2.7%까지 떨어진 것이 금리 동결의 주된 요인이다. 2%대 물가상승률은 2021년 9월(2.5%) 이후 1년 9개월 만이다. 또 수출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새마을금고 부실 우려까지 더해져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진 것도 금리 동결의 배경이 됐다.
금리 동결이 예상됐던 만큼 시장의 관심은 미국과의 금리 역전 폭 확대에 쏠렸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는 연 5~5.25%로 우리나라보다 1.75%포인트(상단 기준) 높다. 미 연방준비제도는 지난달 3%까지 떨어진 물가상승률을 더 낮추기 위해 오는 25~26일 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한미 금리 역전 폭이 커질수록 외국인 투자금이 빠져나가고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급등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찬반양론이 팽팽하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한미 금리차가 환율을 결정한다는 프레임에서 벗어나달라”며 “(한은은) 금리차에 기계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자본시장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2022년 7월~2023년 6월)를 포함해 2000년 1월~2001년 3월, 2005년 8월~2007년 9월, 2018년 3월~2020년 2월 등 총 4차례의 한미 금리 역전 시기 중 외국인의 국내 투자금이 줄어든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금통위원 모두 추가 인상할 가능성”
하지만 과거 금리 역전기와 이번은 다르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과거의 금리 역전 폭은 최대 1.5%포인트(2000년 1월~2001년 3월)에 불과했고, 2%포인트 역전은 ‘가보지 않은 길’이라 안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의 한미 금리차 역전 폭은 살얼음판을 걷는 수준으로 위험하다”며 “환율이 계속 (1달러당) 1300원 안팎에서 움직이는 것은 정상이 아니고, 그 원인은 금리차 역전에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우려를 의식한 듯 이 총재는 “금통위원 6명 모두 기준금리를 연 3.75%로 추가 인상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며 금리 인상 기조를 벗어나지 않았음을 분명히 했다.
13일 우리나라 코스피(0.64%)를 비롯해 일본 닛케이평균(1.49%) 등 아시아 주요국 증시는 대부분 상승세를 보였다. 연일 최고가 행진 중인 인도 센섹스 지수는 이날도 0.87% 상승해 사상 최고치인 6만5964.34를 기록했다. 전날 발표된 6월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로 2년 3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미 연준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사실상 끝나간다”는 안도감이 시장 전반에 퍼졌기 때문이다. 12일 미국과 유럽 증시도 일제히 상승했다.
한편 이 총재는 일부 새마을금고의 부실이 다른 금융권으로 확산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최근의 새마을금고 사태는 금융 분야 전체의 문제가 아니라 개별기관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또 지난해 우리나라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순위가 세계 13위로 3계단 하락한 것에 대해서는 “환율 상승에 따른 단기적 변화”라며 “저출산·고령화 등 구조조정을 미루다 경쟁력이 둔화되고 성장률이 낮아지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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