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노조 총파업 첫날 곳곳서 혼란…정부 "단호히 대응"(종합)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 13일부터 인력과 공공의료 확충 등을 주장하며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의료현장에 차질이 빚어졌다. 일부 수술이 취소되고 병원측의 반강제적인 퇴원 권유로 환자가 다른 병원으로 옮겨가거나 귀가하는 일이 벌어졌다.
보건의료노조 산하 122개 지부 140개 사업장(의료기관)은 일제히 이날 오전 7시를 기해 파업에 참여했다. 사립대병원지부 28개, 국립대병원지부 12개, 특수목적공공병원지부 12개, 대한적십자사지부 26개, 지방의료원지부 26개 등이다. 상급종합병원 18곳도 파업에 참여했다.
보건의료노조의 총파업은 지난 2004년 의료민영화 저지·주 5일제 관철을 주장하며 파업한 이후 19년 만이다. 노조는 필수 업무에 투입되는 조합원을 제외한 실제 파업 인원은 약 4만5000명으로 추산했다. 노조측은 이번 파업에 대해 "국민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파업이다. 붕괴 위기에 내몰린 의료현장의 실상을 알리겠다"고 강조했다.
파업 첫날인 이날과 14일까지 이틀간은 대정부 투쟁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이날 낮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전국에서 모인 2만명의 조합원들과 함께 '2023 보건의료노조 산별 총파업대회'를 열고 14일에는 서울, 부산, 광주, 세종 등 4곳의 거점 지역에서 집회를 연다.
나순자 노조 위원장은 이날 총파업대회에서 "의사 부족으로 응급실 뺑뺑이가 만연하고, 극심한 인력난 필수 진료과가 문을 닫고 있지만 보건복지부는 대화와 협상을 중단했다"며 "화장실 갈 시간이라도 보장받고 불법 의료에 내몰리지 않는 생활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노조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전면 확대 △간호사 대 환자 비율 1:5 제도화 △의사인력 확충 △공공의료 확충 △코로나19 전담병원 정상화 지원 △9.2노정합의 이행 △노동시간 특례업종 폐기 등 7대 사항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5월부터 사측과 교섭을 진행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노조는 "사용자 측은 정부를 핑계 대며 불성실 교섭으로 일관했고, 정부도 각종 제도개선 정책 추진 일정을 미루며 노사교섭의 핵심 쟁점 타결에 어떤 지원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한 반면, 정부는 이번 총파업을 '정치파업'으로 규정한 채 강경 대응 기조를 밝혔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보건의료 관련 당정 현안점검회의 이후 브리핑에서 "정당한 쟁의 행위를 벗어나 국민 생명과 건강에 막대한 위해를 끼칠 경우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수 제2차관도 이날 언론에 "노조가 국민을 겁박하고 있다. 법적인 검토를 거쳐 필요하다면 업무복귀 명령까지도 검토하겠다"고 경고했다. 복지부는 이날 보건의료재난 위기경보를 관심에서 '주의'로 격상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코로나19 같은 감염병 위기를 제외하면 처음 있는 일"이라고 했다.
파업 참가자 규모가 큰 데다 다양한 직역들이 참여해 현장 곳곳에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또 병동 폐쇄로 환자 이동이 막히면서 응급실에 적체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응급실 적체로 중환자나 응급환자 치료에 비상등이 켜진 셈이다. 2000~3000여명의 조합원이 파업에 동참한 부산대병원은 병원 운영도 어려워졌다.
수술 일정을 모두 미루고 입원환자를 퇴원시키거나 다른 병원으로 전원 조치한 국립암센터는 노사 간 합의에 따라 파업 참여 인원을 줄이며 운영을 정상으로 되돌리고 있다. 며칠 내에 노사 합의로 파업을 접는 사례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파업 찬반으로 의료계가 양분된 가운데, 노조와 병원 또는 정부 간 합의는 쉽지 않아 보인다. 앞서 2021년에는 총파업을 몇 시간 앞두고 '9·2 노정합의'가 이뤄져 현장 혼란을 피했으나 이번에는 '9·2 노정합의 이행 여부'로 공방이 오가는 터라,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파업이 장기화로 흐를 경우 환자들의 불편과 피해는 가중될 전망이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뉴스1에 "노동자의 단체 행동권은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이나, 파업으로 환자에게 피해가 발생한다면 환자단체로서 당연히 대응해야 할 일"이라며 "환자들에게 피해가 없기를 바랄 뿐이며 면밀히 지켜보겠다"고 지적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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