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윔블던이 사랑한 스타, 유뱅크스의 ‘서브 앤 발리’ 돌풍

박강수 2023. 7. 13.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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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섬주섬 짐을 챙겨 윔블던 올 잉글랜드 론 테니스 클럽 1번 코트를 빠져나가는 한 선수에게 갈채가 쏟아진다.

그는 1996년 말리바이 워싱턴(미국·준우승) 이후 윔블던 남자 단식 최고 성적을 낸 아프리카계 미국인 선수이고, 무엇보다 올여름 가장 열렬한 사랑을 받은 테니스 스타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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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첫 윔블던서 8강…패배에도 기립박수
미국의 크리스토퍼 유뱅크스가 12일(현지시각) 영국 런던의 올 잉글랜드 론 테니스 클럽에서 열린 2023윔블던 테니스 선수권 대회 다닐 메드베데프(27·러시아)와 8강전에서 패한 뒤 코트를 떠나면서 관중석에 인사하고 있다. 런던/AFP 연합뉴스

주섬주섬 짐을 챙겨 윔블던 올 잉글랜드 론 테니스 클럽 1번 코트를 빠져나가는 한 선수에게 갈채가 쏟아진다. 일제히 기립한 관중은 환호를 내지르며 배웅한다. 패배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얼굴이지만 그는 양손을 들어 손가락 하트를 만들어 보이며 화답한다. 이번 윔블던 대회에서 가장 많은 팬의 마음을 훔친 돌풍의 주인공, 크리스토퍼 유뱅크스(27·미국)가 생애 첫 윔블던 대회 마지막 경기를 마쳤다.

유뱅크스는 12일(현지시각) 윔블던 테니스 선수권 다닐 메드베데프(27·러시아)와 8강전에서 세트 점수 3-2(4:6/6:1/6:4/6:7<7-4>/1:6)로 졌다. 유뱅크스는 경기 뒤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았다는 데 만족한다. 뜻대로 되지 않았을 뿐이다”라며 “이번 주, 지난주, 그리고 그 지난주까지 내내 긍정적인 일로 가득했다. 오늘 이기지 못해 안타깝지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신호를 얻었기에 괜찮다”라고 했다.

유뱅크스가 메드베데프와 8강전 도중 아쉬워하고 있다. 런던/로이터 연합뉴스

이번 윔블던 남자 단식 중심에는 ‘유뱅크스 신드롬’이 있었다. 올해 초만 해도 프로테니스협회(ATP) 타이틀은 커녕 세계 랭킹 100위권에도 들지 못했던 유뱅크스(1월2일 기준 123위)는 윔블던 직전 스페인 마요르카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파란을 예보했다. 이후 커리어 첫 윔블던에서 영국의 카메론 노리(랭킹 13위·2라운드), 그리스의 스테파노스 치치파스(5위·16강) 등 강호를 무너뜨리고 8강에 진출했다.

이전까지 그랜드슬램 대회 최고 성적이 2회전(올해 호주오픈)에 불과했던 ‘언더도그’의 진격이었다. 201㎝의 기다란 신장에서 내려꽂히는 시원한 서브와 저돌적인 네트 대시는 ‘빈티지 테니스’라는 수식을 불렀고, 서브 앤 발리를 그리워하던 올드 팬들의 마음을 달뜨게 했다. 유뱅크스는 8강까지 다섯 경기 동안 이번 대회에서 가장 많은 서브 에이스(102개)를 기록했고, 네트 앞에서 168개의 포인트(성공률 68%)를 따냈다.

유뱅크스(오른쪽)가 8강 경기를 마친 뒤 메드베데프와 인사하고 있다. 런던/로이터 연합뉴스

아울러 유뱅크스는 이번 윔블던에서 321번의 ‘위너 샷’(상대가 받아치지 못하면서 포인트를 얻어낸 샷)을 퍼부었는데 이는 대회 최고 기록이다. 종전 기록은 1992년 안드레 에거시(미국)의 317개. 에거시는 1992년 대회 우승자였던 반면, 유뱅크스는 8강까지만 뛰고도 새 기록을 썼다. 그는 메드베데프와 8강 경기에서도 74-52로 더 많은 위너를 가져갔다. 다만 범실 격차(55-13)가 승부를 갈랐다.

모험은 끝났지만 유뱅크스의 흔적은 진하다. 그는 1996년 말리바이 워싱턴(미국·준우승) 이후 윔블던 남자 단식 최고 성적을 낸 아프리카계 미국인 선수이고, 무엇보다 올여름 가장 열렬한 사랑을 받은 테니스 스타로 기억될 것이다. 남은 건 이 긍정의 에너지를 추진력으로 바꿔내는 일이다. 그는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붙어보니 제 능력에 대한 믿음이 확고해졌다”라고 했다. 그의 이야기는 이제 막 궤도에 올랐다.

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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