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긴축터널 끝 보인다 …"연준 금리인상 이달에 마침표"

최현재 기자(aporia12@mk.co.kr) 2023. 7. 13.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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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소비자물가 3%로 꺾여 … 달러가치 15개월만에 최저

◆ 세계경제 변곡점 ◆

꼭 1년 전 9.1%까지 치솟았던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지난달 2년3개월 만에 최저치인 3%로 둔화하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정책이 드디어 전환점을 맞이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층 개선된 물가 성적표를 받아 든 연준이 연내에 두 번 추가로 금리를 인상하겠다던 기존 방침을 철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달 26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마지막으로 오랜 '긴축 행보'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연준의 긴축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는 기대감이 시장에 번지며 달러가치와 미국 국채금리는 일제히 급락했다. 12일 CME페드워치에 따르면 올해 12월 미국 기준금리가 5.5%(상단 기준)에 그칠 확률은 이날 58.1%로 집계돼 전날(51.5%)보다 높아졌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가 5.25%인 점을 감안하면 시장에서는 연준의 금리 인상이 한 차례에 불과할 것이라고 내다보는 셈이다.

지난달 FOMC에서 연내 0.25%포인트씩 2회 추가 인상을 점쳤던 연준의 전망과는 궤가 다르다. 현재 금리 선물시장은 연준이 7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뒤 연말까지 동결하는 시나리오를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CME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준이 이달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확률은 92.4%에 이른다.

미국에서 인플레이션 열기가 식으며 긴축 조기 종료에 대한 낙관론을 키우고 있다. 미국의 6월 CPI 상승률은 3%로 나타나 2021년 4월(4.2%)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딱 1년 전인 지난해 6월(9.1%)과 비교하면 3분의 1 토막이 난 셈이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 부문을 제외한 근원 CPI 상승률도 4.8%로 2021년 11월 이후 가장 낮았다. 줄리아 폴락 집리크루터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연준이 7월 마지막 인상 후 금리 인상을 멈추고 내년에는 점진적으로 인하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밝혔다.

연준이 주목하는 근원 물가는 연준 목표치인 2%보다 여전히 높은 만큼 7월 FOMC에서 6월에 이어 2연속 기준금리 동결에 나서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크게 환호했다. 이날 유로화·엔화 등 6개 주요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장 대비 1.19% 하락한 100.521을 기록했다. 지난해 4월 21일(100.578) 이후 최저치다. 미 10년물 국채금리도 이날 3.86%를 기록해 전날보다 13bp(1bp=0.01%포인트) 하락했으며,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국채금리는 4.72%로 전날 대비 16bp 급락했다.

다만 6월 CPI 자료만을 근거로 긴축 사이클의 조기 종료를 점치는 건 성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경제가 호조를 보이는 가운데 노동시장이 여전히 견조세를 이어가고 있어서다. 6월 미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6월 미국의 비농업 일자리는 전월보다 20만9000개 증가해 2020년 12월 이후 최소 증가폭을 보였다. 하지만 임금상승률은 전년 대비 4.4%를 기록해 연준 물가 목표치의 2배에 달했으며, 실업률은 3.6%로 수십 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노동시장의 냉각이 일시적이며, 여전히 고용이 물가를 지탱해 인플레이션 고착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가시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헤지펀드인 포인트72 자산관리의 소피아 드로소스 경제학자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6월 물가 데이터와 노동시장의 일시적 냉각 징후를 종합하면 연준의 행보가 7월 이후 더 불확실해졌다"고 말했다.

한편 CPI의 선행지표로 통하는 생산자물가지수(PPI)도 급락했다. CPI가 발표된 다음 날인 13일 미 노동부는 6월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이 전년 동기 대비 0.1% 올랐다고 밝혔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인 0.4%를 하회했으며, 5월(1.1%)보다도 급감했다. CPI에 이어 PPI 상승률마저 하락하면서 연준의 긴축 사이클이 조기에 끝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물가지표가 크게 개선된 미국과 달리 유럽과 캐나다는 '물가와의 전쟁'에 여전히 부심하고 있다. 이날 캐나다 중앙은행(BOC)은 기준금리를 기존보다 0.25%포인트 인상한 5%까지 올렸다고 밝혔다. 지난달에 이은 2회 연속 인상이다. 영국과 유로존도 기준금리 인상을 멈추지 않을 태세다.

[최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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