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덩이 만져도 10초 미만은 무죄” 이탈리아 판결 후폭풍

조윤영 2023. 7. 13.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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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배우 파올로 카밀리가 허공을 바라보며 아무 말 없이 자신의 신체를 더듬는다.

카밀리의 영상은 지난 8일(현지시각) 17살 여학생을 성추행한 이탈리아 로마의 한 고등학교 직원에게 '성추행 시간이 10초 미만'이라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법원 판결에 항의하는 영상이다.

그는 또 "5초나 10초는 말할 것도 없고 단 1초라도 다른 사람의 몸을 만질 권리가 없다"며 "무죄 판결은 이탈리아에서 성추행이 얼마나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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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성추행 60대 무죄에 SNS 항의 봇물
“단 1초도 다른 사람의 몸 만질 권리 없다”
이탈리아 배우 파올로 카밀리(왼쪽) 등이 최근 17살 여학생을 성추행한 로마의 한 고등학교 직원에게 ‘성추행 시간이 10초 미만’이라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법원 판결에 항의하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자신의 신체를 더듬는 항의 영상을 올렸다. 틱톡 갈무리

이탈리아 배우 파올로 카밀리가 허공을 바라보며 아무 말 없이 자신의 신체를 더듬는다. 카밀리가 지난 10일(현지시각)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올린 영상이다. 영상에는 10초 타이머가 돌아가고 있고, ‘10초 미만으로 짧게 만지면(팔파타 브레베·palpata breve), 범죄로 간주되지 않는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카밀리의 영상은 지난 8일(현지시각) 17살 여학생을 성추행한 이탈리아 로마의 한 고등학교 직원에게 ‘성추행 시간이 10초 미만’이라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법원 판결에 항의하는 영상이다.

그는 자신의 신체를 더듬는 모습을 모자이크 처리하긴 했지만, 10초가 얼마나 길게 느껴질 수 있는지 직접 보여주려는 의도로 이러한 영상을 올렸다. 그는 인스타그램에 “국가는 (피해 학생을) 보호해줘야 하지 않느냐”고 했다.

앞서 로마의 한 고등학교 직원인 안토니오 아볼라(66)는 지난해 4월 학교 건물 계단에서 피해자의 바지를 내리고 엉덩이를 만진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동의 없이 피해자의 몸을 만진 사실을 인정했지만 “장난으로 그랬다”며 범행 의도를 부인했다. 검찰은 그에게 징역 3년6개월을 구형했다.

그러나 이 사건을 맡은 재판부는 그의 행위가 10초를 넘기지 않아 “범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피해 학생을 만진 것은 “욕정 없이 어색한 행동”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무죄 판결 이유를 밝혔다.

최근 17살 여학생을 성추행한 로마의 한 고등학교 직원에게 ‘성추행 시간이 10초 미만’이라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법원 판결에 항의하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자신의 신체를 더듬는 항의 영상을 올리는 사람들. 틱톡 갈무리

12일(현지시각) <비비시>(BBC)는 판결 뒤 에스엔에스에 ‘잠깐 더듬는다’는 뜻의 ‘팔파타 브레베’라는 말이 ‘10초’ 해시태그(#)와 함께 급속히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카밀리가 처음 영상을 올린 뒤 수많은 사람이 비슷한 영상을 올리며 항의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틱톡에서 15만8200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이탈리아 인플루언서인 프란체스코 치코네티도 지난 11일 틱톡에 비슷한 영상을 올리며 “10초가 길지 않다고 대체 누가 결정하며, 성추행당하는 동안 누가 시간을 잰단 말이냐”고 비판했다.

그는 또 “5초나 10초는 말할 것도 없고 단 1초라도 다른 사람의 몸을 만질 권리가 없다”며 “무죄 판결은 이탈리아에서 성추행이 얼마나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피해자는 이탈리아 현지 언론 <코리에라 델라 세라>와의 인터뷰에서 “판사는 그의 행동을 장난으로 판결했지만, 나는 그 행위를 장난으로 보지 않는다”며 “그 몇초 동안 나는 그가 내 몸을 만지고 있다고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학교에 이어 사법부에 또 한번 배신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피해자는 “앞으로 성추행 피해자들은 당국에 신고해 봤자 소용없다고 느낄 것”이라면서도 “침묵은 범인을 보호하는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신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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