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만에 ‘예타안’ 절반 바뀌었는데… 민간 설계업체 제안에 국토부가 따랐다?

심윤지·강은·윤지원 기자 2023. 7. 13.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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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을 김건희 여사 일가의 땅이 있는 양평군 강상면으로 옮기는 대안 노선을 최초 제안한 설계회사가 “종점 변경은 기술적 판단”이라고 밝혔다.

진출입로 유무, 교통량, 환경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적의 대안을 제안했을 뿐, 특혜나 외압은 없었다는 것이다. 설계회사는 “대안 노선 제시 전 국토교통부와 사전 협의도 없었다”고 밝혔다.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통과한 원안의 50% 이상이 달라지는 대안 노선을 민간 설계업체가 단 두 달만에 제시했고, 국토부가 이러한 의견을 그대로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이때문에 대안에 대한 충분한 검증이 이루어졌는지 의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3일 경기도 양평군 강상면 서울-양평 고속도로 대안 노선 종점 인근에서 이상화 동해종합기술공사 부사장이 관련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토교통부는 13일 경기도 양평군 강하면에서 출입기자단 간담회를 열고 서울~양평 고속도로를 둘러싼 김건희 여사 일가의 특혜 의혹을 해명했다.

2021년 4월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통과한 원안에는 고속도로 종점이 양서면으로 명시돼 있다. 국토부는 지난해 3월 동해종합기술·경동엔지니어링과 타당성조사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지난해 5월 동해종합기술이 국토부에 전달한 타당성조사 착수보고서에는 강상면으로 종점이 변경돼 있다. 야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은 이 과정에 특혜가 있다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동해종합기술공사 관계자는 이에 대해 “원안은 진출입이 가능한 나들목(IC)이 하나도 없는 점, 상수원보호구역과 철새도래지를 관통해 환경훼손 우려가 큰 점, 기존 종점인 양평 분기점(JCT)이 높은 교각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때문에 부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예타를 통과한 원안에서는 양평주민들이 원하는 IC를 설치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도 했다. 이 관계자는 “이 경우 IC가 붙게 될 구간의 도로 선형이 차를 돌리기 어려울 정도로 구불구불하고 교통량도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원안보다 대안의 전환교통량도 더 많다”고 했다.

국토부와 설계업체가 13일 공개한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부 변경계획. 토공구간(교량 등 구조물을 설치하지 않고도 땅에 바로 도로를 낼수 있는 구간)은 양평IC와 남양평IC 아래 두군데. 국토부와 설계업체는 남양평IC 인근에 주거지가 밀집해있어, 양평IC 인근을 종점으로 하는 지금의 대안으로 종점부를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 제공

문제는 설계업체의 이러한 분석이 용역계약을 체결한 지 단 두달만에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원안보다 대안이 뛰어나다는 분석의 근거도 명확하지 않다. 국토부는 원안과 대안의 교통량 등을 분석한 타당성조사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아 관련 보고서 공개가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타당성조사 용역수주 경험이 있는 한 업계 관계자는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1년짜리 연구용역이라고 하면 예타안과 대안 중 무엇이 더 나은지 비교하는 데만 꼬박 1년이 걸린다”며 “기초 자료 조사 분석에만 1~3개월은 걸리는데, 2달만에 대안 노선까지 보고했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말이 안된다”고 했다.

국토부가 용역업체 모집공고에 첨부한 과업지시서를 보면, 용역사는 착수 이후 7~8개월 후에는 민자유치 가능성검토와 예비타당성 결과를 비교하게 되어있다. 하지만 설계업체가 국토부에 보고한 착수보고서에는 이 단계가 생략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동해종합기술공사 관계자는 “착수보고서를 작성한 두달간 민자유치 가능성과 예비타당성 결과까지 모두 고려해 대안노선을 정한 것”이라며 “두 달이면 사업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단계까지는 충분히 갈수 있는 시간”이라고 해명했다.

국토부가 용역업체 모집공고에 첨부한 과업지시서(위쪽)를 보면, 용역사는 착수 이후 7~8개월 후에는 민자유치 가능성검토와 예비타당성 결과를 비교하게 되어있다. 반면 설계업체가 국토부에 보고한 착수보고서(아래쪽)에는 이 단계가 생략돼있다. 설계업체는 기초자료조사 분석 단계에서 예타안과 대안을 비교·검토했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제공

국토부와 설계사는 예타안이 타당성조사와 전략환경영향평가 등의 단계를 거치며 바뀌는 것은 흔한 일이라는 입장이다. 종점 변경 시 추가되는 사업비는 약 140억 정도로 추산된다고 했다.

동해종합기술 공사 관계자는 “예타 이후 타당성조사와 기본설계, 실시설계를 진행하는 것은 그 단계마다 확인해야 할 것들이 많기 때문”이라며 “착수보고는 사업 방향을 제시한 것이고, 이 방향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했기에 발주기관인 국토부에서도 추가 검토를 지시한 것”이라고 했다.

국토부는 타당성조사가 아직 끝나지 않은 만큼 노선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착수보고서를 국토부에 전달하고 나서 두달 뒤 진행된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대안1’로 이미 강상면을 상정했던 것으로 나타나면서 국토부 해명은 설득력을 잃고 있다. 전략환경영향평가는 타당성 조사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토분야 관계자는 “전략환경영향평가의 시나리오에 예타안이 아닌 노선이 (대안1로) 들어가는 것은 국토부가 타당성조사 결과에서 강상면 종점안을 이미 제1대안으로 검토했다는 뜻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했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강은 기자 eeun@kyunghyang.com,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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