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물’ 된 플로리다 바닷물···산호초가 위험하다
해수면 평균 온도 32.4도 넘어
수온 더 상승할 가능성 높아
이대로라면 산호초 결국 폐사
미국 남부에 섭씨 40도를 넘어서는 폭염이 연일 이어지면서 플로리다주 키스 열도의 산호초 군락지가 위험에 처했다.이곳은 미국 대륙에서 유일하게 살아 있는 산호초 군락으로, 10만여년 전부터 형성된 563㎞ 길이의 산호초 지대가 펼쳐져 있다.
1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 국립해양대기청은 이번주 초 플로리다 키스 열도의 해수면 평균 온도가 32.4도(화씨 90도)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이 지역의 수온이 화씨 90도를 넘긴 것은 전례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수온이 더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플로리다 키스 열도 수온은 9월까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국립해양대기청의 해양학자인 데릭 만젤로는 “우리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미지의 영역에 진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지역에서 에코투어 가이드로 일하고 있는 린시 와브라는 “해변을 찾는 사람들이 바닷물이 목욕물처럼 따뜻하다며 놀라워 한다”며 “어머니가 이곳에서 20년간 산호를 관찰해 왔는데, 울면서 집에 돌아오셨다”고 NYT에 말했다.
과학자들은 지난 수십년 동안 기후변화가 지속되면 산호초를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해 왔다.
수온 상승은 산호초의 백화 현상을 가속화하고 산호초 폐사로 이어질 수 있다. 해수 온도가 오르면 산호 내부에 서식하는 조류가 외부로 빠져나가 산호는 알록달록한 색깔을 잃고 희게 변하게 된다. 백화 현상이 일어난다고 해서 산호가 바로 죽는 것은 아니지만, 높은 온도가 지속되면 결국 죽게 된다. 이는 다양한 해양 생물의 서식지가 파괴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산호초는 4000종 이상의 물고기를 포함해 해양 생물의 25%가 생애 중 일정 시간 동안 의존해 생식하는 서식지다.
이미 기후 변화로 인해 1950년대 이후 전세계의 산호초의 절반이 폐사했다. 호주에 있는 세계 최대 규모 산호초 군락인 ‘그레이트배리어리프’도 1998년부터 백화 현상이 시작돼 산호 절반 가량이 죽었다.
플로리다의 수온 상승은 기후 변화와 함께 적도 부근의 해수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엘니뇨 현상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유엔 세계기상기구(WMO)는 엘니뇨 현상이 최근 시작돼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관측한 바 있다.
국립해양대기청의 딜런 아마야 박사는 “지구의 약 40%가 해양 열파를 경험하고 있다”며 “플로리다는 그 한 조각일 뿐”이라고 말했다. 플로리다에선 아직 산호초의 백화 현상이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멕시코와 엘살바도르, 코스타리카 해역에선 백화 현상이 시작된 것으로 전해졌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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