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국부펀드도 눈독…정부 보유 NXC 지분매각 속도

박창영 기자(hanyeahwest@mk.co.kr) 2023. 7. 13.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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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김정주 유족 물납한 29.3%
PEF·게임사 30여곳 관심
사우디 PIF·UAE 펀드 물망

넥슨그룹 지주사 NXC의 2대 주주 지분이 매물로 나오면서 국내외 게임사와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등 시장 참여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특히 K콘텐츠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는 중동 자본이 주요 인수 후보로 언급된다. 다만, 대주주 협조 없이는 유의미한 경영 참여를 하기 어려운 비상장사 2대 주주 지분이라 인수 후보들이 오너 일가와 물밑 접촉을 시도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최근 기획재정부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개최한 국세물납기업 투자설명회에 PEF 운용사, 벤처캐피털(VC) 등 30여 곳에서 약 60명이 참가했다. 삼성증권, 키움증권, 유진자산운용 등 국내 대형 증권·자산운용사도 참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행사가 전례 없는 관심을 받은 것은 설명회에 포함된 넥슨 지주회사 NXC 지분 때문이다. 평가 가치만 4조7000억원에 달하는 물납 지분에 투자를 검토하는 재무적투자자(FI)가 몰려들었다.

앞서 고 김정주 넥슨그룹 창업주 유족은 상속세 일부를 NXC 지분 29.3%로 물납한 바 있다. 물납은 상속세를 주식이나 부동산 등으로 납부하는 것을 의미한다. 국세청은 해당 지분 가치를 4조7000억원으로 평가했으며, 기재부가 올해 2월부터 이를 보유하면서 NXC 2대 주주가 됐다. 이는 정부가 지금까지 물납받은 주식 중 최대 가치로, 기재부는 효율적인 처분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

주요 인수 후보로는 중동 자본이 거론된다. 해당 지분은 할인 후 매입하더라도 수조 원대의 인수 가격이 예상되는 이유로 막강한 자본력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중동 투자 업계에서는 한국 콘텐츠 기업에 투자를 지속해왔다. 특히,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는 넥슨에 큰 관심을 가진 것으로 전해진다. 그가 이끄는 국부펀드 PIF는 일본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넥슨 주식을 최근 632만1500주 추가 매수했다. 지난해부터 확보한 지분은 넥슨 일본법인 전체 주식의 10.23%에 달한다.

지난 5월 한국을 찾은 아랍에미리트(UAE) 국부펀드도 넥슨 등 K콘텐츠를 핵심 투자처로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방한한 무바달라·아부다비투자청(ADIA)·아부다비개발지주회사(ADQ)·아부다비투자위원회(ADIC) 등 투자 기관 4곳은 지난 1월 UAE가 한국에 투자하기로 합의한 300억달러(약 40조원)의 구체적인 활용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물납 주식 처분을 통해 세수를 확보해야 하는 정부가 UAE 투자 기관에 NXC 지분 인수 등을 제안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2019년 NXC 매각 본입찰에 참여했던 후보들 중 일부도 이번 NXC 물납 지분 투자를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넷마블, 카카오뿐 아니라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베인캐피털, MBK파트너스 등 국내외 PEF 운용사가 입찰에 참여하며 경쟁을 펼쳤다. NXC 지분 98.64%에 대한 매각가로 10조원이 예상되며, 후보들 간 다양한 컨소시엄 구성 등이 논의됐으나 당시 김정주 창업자가 매각 의사를 철회하며 무산됐다.

NXC는 넥슨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다. NXC가 일본에 상장된 넥슨 지분 46.57%를 들고 있으며, 넥슨 일본법인은 넥슨코리아를 지배하고 있다. 넥슨은 1분기 연결 매출이 1조1413억원(약 1241억엔)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 오르고, 영업이익은 5178억원(약 563억엔)으로 46% 상승하는 등 투자 매력이 큰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시장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2019년 매각 당시와는 달리 이번 지분에는 경영권이 없다. 대주주는 전체 지분 중 69.34%를 가진 김정주 창업주 부인 유정현 이사와 두 딸이다. 일반적으로 비상장사 소수지분 매각에는 수년 내 기업공개(IPO) 보장 등 투자금 회수를 위한 방안을 마련해주지만, 이번 매각 건은 정부가 주체가 되기 때문에 IPO 등을 약속해주는 데 한계가 있다.

이에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2대 주주 지분 인수를 희망하는 투자자들이 넥슨 대주주를 먼저 접촉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PEF 관계자는 "인수를 원하는 쪽은 대주주를 선제적으로 만나 서로 협업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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