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시진핑 개방 확대 외치지만…행동으로 믿음 줘야 [사설]

2023. 7. 13.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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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무역과 투자 부문의 개방 확대를 공언했다. 경제 침체가 지속되자 글로벌 기업들의 중국 투자를 유인하려는 의도가 엿보이지만, 중국이 그동안 깎아먹은 시장 신뢰를 회복하려면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시 주석은 지난 11일 열린 경제정책 관련 회의에서 "보다 높은 수준의 개방경제를 위해 새로운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무역과 투자 제도를 개혁하고 시장 접근성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지도자들이 시장 개방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최근 일련의 조치와 통계를 보면 어느 때보다 절박함이 읽힌다. 12일에는 거시경제 주무부처가 알리바바, 텐센트 등 빅테크 기업의 기술 혁신을 높이 평가하고 중국 경제에 대한 기여를 강조했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중국 당국이 그동안 2년 넘게 알리바바를 비롯한 플랫폼 기업들을 억압한 정책을 종료한 것이라고 해석한다.

중국 경제는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폐기한 뒤에도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1분기 성장률은 4.5%에 그쳐 올해 목표치인 '5% 안팎'을 밑돌았다. 특히 일자리 문제가 심각하다. 16~24세 청년 실업률은 5월 기준 20.8%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5년 전만 해도 10%에 불과했다. 중국 대학들은 6~7월 졸업 시즌인데 올해는 역대 최다인 1158만명의 대졸자가 쏟아져 나온다. 극심한 취업난에 취업과 연애를 포기한 젊은이들이 시체처럼 쓰러져 졸업 사진을 찍는 게 유행한다. 일자리 문제가 정권 안보마저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자 시진핑 정부가 잇따라 시장에 유화 제스처를 내보인 것이다.

하지만 말 한마디로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는 없다. 중국에 투자한 우리 기업들만 하더라도 사드(THAAD) 갈등 때는 한한령(限韓令)에 표적 세무조사와 위생·소방 점검으로 홍역을 치렀고 팬데믹 기간에는 중국의 독단적 방역 조치로 생산을 중단한 경험이 있다. 최근에는 간첩행위 처벌 대상을 확대한 신방첩법이 시행돼 외국 기업들도 영업 활동이 위축됐다. 중국이 정말 시장을 개방하겠다면 말보다 행동을 통해 '마음 놓고 투자할 수 있는 나라'라는 믿음을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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