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의 창] 다르게 생긴 한국인을 받아들일 준비
신기하게 보는 시각은 구태
이민자 확대를 바란다면
각자의 콘텐츠 바라봐 주길
지난달 한국에 정착해 무역, 요식업, 연예계 등에서 활동하고 있는 외국인들과 토론을 할 기회가 있었다. 이 자리에서 외교부 문화협력대사의 자격으로 그들에게 한국 문화에 대한 의견을 물어보았다.
"우리 문화를 이제는 제 고향 친구들도 다 좋아해요"라고 설명하는 미국 출신 투자가 마크 테토. 여기서 '우리 문화'는 자신의 고향 미국이 아니라 한국을 지칭한다. 우리라는 말이 자연스러울 정도로 테토는 벌써 한국 사람이 되어 있었다. 이어서 유창한 한국말로 "이젠 내가 질투할 정도로 한국에서 한국말을 잘하는 외국인이 너무 많아졌어요"라고 얘기하는 인도 출신 방송인 겸 사업가 럭키. BTS가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모습을 자랑스러워 하는 프랑스 출신 방송인 멜로디.
이들은 피부색이 다르고 고향도 다르지만 모두 한국인이었던 것이다. 한국을 한국인만큼 잘 알고 사랑하고 있었다.
이들과 한국 및 한국 문화에 대해 대화하며 필자는 신선한 충격을 느꼈다. CNN 등 외국 언론사에서 오래 일했고 그로 인해 나름대로 글로벌 마인드를 가졌다고 생각해 왔지만 과연 내가 이들을 우리 사람으로 받아들일 만큼 열린 마음이 있는지 다시 한번 돌아보는 계기였다. 아직까지도 이들의 피부색만 보고 외국인이라고 거리감을 둔 것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한국 사회는 더 이상 우리 혈통의 단일민족이라는 생각만을 고집하는 시기가 지났다. 세계 각지에서 와 한국이 좋아 한국에서 사는 이들은 엄연히 우리 식구인 것이다. 한국의 외국인 숫자는 통계상으로는 약 5%인 250만명이지만 실제 체류하고 있는 숫자는 훨씬 많을 것이다.
한 나라 안에 있는 이민자 정책을 제대로 준비하고 대처하지 못할 경우 심각한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다. 최근 프랑스에서 알제리계 프랑스 청소년이 경찰의 총격에 숨진 사건을 계기로 발생했던 대규모 폭력시위는 이러한 문제를 단숨에 보여준다. 식민지 시절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평등주의' 정신 아래 이민자 수용에 적극적이었던 프랑스 사회에서조차도 그 갈등이 심각해 곪아 터질 지경이었던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사건은 많은 이민자를 받아들이면서도 융합하는 데에는 실패한 프랑스의 뿌리 깊은 문제를 다시 드러냈다"고 분석했다.
한국은 표면적으로는 개방적인 이민자 정책을 표방한다. 공식적으로 망명을 허용하는 몇 안 되는 아시아 국가 중 하나다. 그러나 일반 한국인에게 외국인은 설사 한국 시민자가 되어도 여전히 먼 남의 나라 사람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외국인이기 때문에 한국말로 대화를 하는 것이 신기했고, 전국을 다니면서 한국 음식을 맛보는 것이 재미있어 방송에서 먹혔다. 이 패턴을 처음 깬 프로그램이 2014년 출발한 '비정상회담'이다. 처음 등장할 때는 남성판 '미녀들의 수다'로 여겨졌지만 곧 이들의 대화와 토론은 그 수준을 넘어섰다. 즉 외국인이 보는 한국의 모습에 대해 단순하게 얘기할 뿐 아니라 한 개인으로서 그들의 스토리를 진지하게 전하고 시청자와 공감하는 프로그램으로 발전했다.
이제야 방송에는 외국인이 한국말 잘하는 외국인이 아니라 자기 분야의 특기와 지식을 가진 전문인으로 출연한다. 그러나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멕시코 출신 방송인 카를라는 자신이 몇 년 전 한국에 와서 처음 방송 활동을 시작할 때, '외국인같이 생기지 않았다'는 이유로 캐스팅되지 않은 경험을 이야기한다.
지금 한국 정부는 저출산 등의 해결책으로 이민자 확대를 적극적으로 고려 중이다. 그러나 이들을 진정한 '우리' 식구로 받아들이려는 우리의 자세가 없다면 실패한 정책에 그치고 말 가능성이 높다.
[손지애 이화여대 초빙교수·외교부 문화협력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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